패션 뉴스

보테가 베네타의 이탤리언 뷰티

2023.03.22

by 김다혜

    보테가 베네타의 이탤리언 뷰티

    마티유 블라지는 2월 25일 선보인 2023 F/W 컬렉션을 끝으로 이탈리아에 대한 헌사 3부작을 마치며 뉴 보테가 베네타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밑으로 쭉 내려가세요.”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주는 목소리와 함께 거리의 소음이 쇼장을 가득 채우자, 속이 훤히 비치는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걸어 나왔다. 오프닝부터 얇은 가죽 파자마를 입은 모델까지 모두 양말처럼 보이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울이 아니라 가느다란 가죽 실을 엮어 만든 것이다. 그 뒤로는 견고한 코트와 구조적인 실루엣이 인상적인 드레스, 비즈나 깃털처럼 화려하고 현란한 장식을 더한 의상이 등장했다. 비슷한 요소가 반복되는 여느 패션쇼의 법칙은 따르지 않았다. 막 침실에서 나온 듯한 홈 웨어가 일상의 모습이라면, 고대 신화에서 받은 영감을 구체화한 섬세한 실크 자수는 환상에 가깝다. 여기에 오피스에 어울리는 점잖은 테일러드까지. 컬렉션을 구성하는 룩 81벌의 캐릭터가 전부 달랐다. “이탤리언 퍼레이드! 거리의 신비한 힘은 ‘다름’에서 옵니다. 길에서 누구를 만날까요?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요? 누가 당신을 놀라게 할까요?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오는 놀라운 순간은 중요합니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이번 시즌 컬렉션이 이탈리아 거리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쇼장에 넓게 깔린 얼룩무늬 민트색 양탄자는 이탈리아 대리석을 표현한 것이며, 쇼를 위해 박물관에서 대여한 고대 로마 시대의 청동상 ‘러너(Runners)’와 이탈리아 조각가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1913년 작품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 역시 퍼레이드의 일부다. 계급과 신분의 구분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거리에서 옷 입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옷을 입음으로써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모두 고유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깃털과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입체적 디테일, 겹겹이 쌓은 레이스와 세 가지 색실로 짠 트위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 인트레치아토 위빙 등이 그 결과물이다. 블라지는 데뷔 쇼에 선보인 흰색 탱크 톱과 데님처럼 보이도록 만든 가죽 바지 룩으로 쇼를 마무리했다. ‘이탈리아 3부작’의 시작과 끝을 동일하게 장식한다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써 내려갈 보테가 베네타의 한 챕터가 끝났음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사진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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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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