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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 블루 드 샤넬 향수의 새로운 앰배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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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 블루 드 샤넬 향수의 새로운 앰배서더

2023.05.16

by 황혜원

  • Chioma Nnadi
Mario Sorrenti / Courtesy of Chanel

티모시 샬라메의 헤어나 메이크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머리칼 절묘하게 흐트러뜨리는 법’에 관한 질문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가랑비 내리는 뉴욕의 어느 봄날, 티모시를 만났다. 티모시는 나이키 티셔츠에 워크 팬츠, 크레이그 그린의 스니커즈까지 ‘올 블랙’으로 차려입고 검정 가죽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역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르마를 탄 구불구불한 곱슬머리였지만. “사실 제 머리에 대해 물어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비결이 뭔가요?’”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첫 질문을 곱씹었다. “정말 없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달라지니까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곱슬머리죠.” 그는 다음 질문을 안다는 듯 답했다.

티모시가 자연스러운 머리칼을 물려준 프랑스인 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면, 향과 관련한 민감한 감각은 미국인 할머니에게 빚을 지고 있다. “할머니가 누나 폴린에게 샤넬 N°5를 선물하셨어요. 생일이었던 것 같아요. 자그마한 샤넬 지갑도 하나 갖고 계셨던 기억이 나고요.” 티모시가 나고 자란 뉴욕 헬스 키친의 아파트 같은 건물에서 무려 95년을 산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냈다. “할머니는 정말 정말 우아한 여성이었어요. 그 누구보다 좋은 취향을 지녔고요.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우아함을 아는 분이셨죠.”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날 티모시가 뿌린 향수를 좋아했을 것이다. 블루 드 샤넬(Bleu de Chanel). 티모시는 손목을 들어 샌들우드의 아로마틱한 향을 맡으며 말했다. “느긋한 느낌이 좋아요. 부드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느낌이 들죠. 저는 항상 향을 풍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위해 향수를 구비하죠.“

인터뷰가 있던 날 오후 티모시는 ‘샤넬 남성용 향수 라인의 새로운 앰배서더’로서 첫 활동에 나섰다. 미드타운에 자리한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매우 차분했지만, 그가 광고 촬영을 한다는 소식에 모든 이목이 쏠렸음은 당연하다. 며칠 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함께 향수 광고를 촬영하는 티모시의 파파라치 사진이 전 세계 미디어를 도배했다. 2004년 바즈 루어만이 연출하고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샤넬 N°5 캠페인 이후 이토록 많은 기대를 받은 캠페인이 있었던가? 니콜 키드먼이 그랬듯, 티모시는 할리우드와 패션계 모두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보기 드문 재능을 타고난 배우다. 게다가 샤넬의 선택을 받은 몇 안 되는 남자 스타라는 점도 이 열기에 한몫했고.

Mario Sorrenti / Courtesy of Chanel

“패션엔 도통 관심이 없는 친구가 몇 있는데, 뉴욕에서 마틴 스콜세지와 촬영을 한다고 하니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밥 딜런과 투어를 한 것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의 소개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알게 되었다는 티모시. 그는 거장을 일컬어 “영화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몇 번의 줌 미팅을 통해 아주 소상하게 대화를 나눴고, 열정적이었다. 티모시의 말을 빌리자면, 마틴 스콜세지에게는 ‘일상적인 일’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티모시는 현재 주연을 맡은 영화 두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3부작 블록버스터 영화 <듄> 2편이 오는 11월 개봉한다. 12월에는 영화 <패딩턴>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폴 킹의 <웡카>도 선보인다. 그는 괴짜지만 모두가 사랑하는 쇼콜라티에 ‘윌리 웡카’를 연기했다. <웡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젊은 관객이 시니컬하지 않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게 큰 기쁨이었고, 그래서 끌렸어요”라고 답했다. “나쁜 소식이 넘쳐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시대에 <웡카>가 한 조각의 초콜릿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달콤한 설명도 덧붙였다.

더 반가운 소식은 오랫동안 고대하던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촬영을 올여름 뉴욕에서 시작하며, 주연 티모시가 직접 모든 노래를 녹음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오랫동안 준비했어요”라고 말했다. 요즘은 매일같이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는 “2013년 라구아디아 예술고등학교 학생들(물론 티모시 샬라메를 포함한)이 수업으로 ‘카바레 공연’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제 기억으로는 <뉴욕 타임스>의 수석 연극 비평가 벤 브랜틀리(Ben Brantley)가 제 춤에 대해서도 좋은 평을 남겼죠. 이걸 강조해야겠어요”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Mario Sorrenti / Courtesy of Chanel

10대 시절 티모시는 브로드웨이에서 쇼핑을 즐기곤 했다. 당시 ‘그의 취향’은 지금은 폐업한 영국 브랜드 탑샵의 여성복이었다. 그는 스타일의 경계를 허물고 젠더리스 패션에 도전한다. 레드 카펫 룩을 살펴보면, 진주 초커를 한 적도 있고,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등을 훤히 드러낸 하이더 아커만의 홀터넥을 입었다. 순백의 턱시도 재킷에 흰 스웨트팬츠, 컨버스 척 테일러를 신고 등장한 2021년 멧 갈라는 그가 최고로 꼽는 스타일링이기도 하다.

올가을 영화 홍보를 위한 프레스 투어에는 어떤 옷을 입을까? 물론 샤넬을 입겠지만! “1년 반쯤 전에 크레이그 그린과 잊지 못할 피팅 세션을 가진 적이 있어요. 정말 천재적인 디자이너이고, 유일하게 남은 고민거리는 ‘그 룩을 언제 선보일 것이냐’ 정도죠!”라며 힌트를 남겼다. 뉴욕에서 온갖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잠시 ‘보그 런웨이’ 앱에 접속해 마음에 드는 룩의 스크린 샷을 저장할 정도로 패션을 사랑하는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티모시 샬라메에게는 스타일리스트가 없다. 만약 있다고 해도 티모시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침묵으로 답변을 피했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가고 촬영 시간이 시작될 때쯤 티모시가 자신의 헤어에 대한 비결을 슬쩍 흘렸다. 그가 “제이미는 내 헤어에 관한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요”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제이미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사람들은 알 거예요”라며 묘하게 웃어넘겼다. 나는 티모시가 6년간 그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아온 제이미 테일러(Jamie Taylor)에 대해 얘기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얼마 전 제이 지가 주최한 파티에서 채닝 테이텀을 마주친 적 있어요. 채닝은 저보다 훨씬 오래 제이미와 함께했는데 제 일 때문에 머리를 못해줄 때가 많아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죠. 채닝은 ‘오, 아니야. 괜찮아. 네가 제이미를 뺏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아. 걱정하지 마’라고 대답했고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누군가가 ‘남자 둘이서 지금 헤어 스타일리스트 얘기하는 거야?’라고 묻는 바람에 우리는 대화를 멈춰야만 했죠.”

Chioma Nnadi
번역
안건호
사진
Mario Sorrenti / Courtesy of Chanel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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