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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당장 읽어야 할 책

2023.05.25

by 이숙명

    당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당장 읽어야 할 책

    짧은 쾌락을 위해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있나요? 무언가의 강박적 과용에 빠져 있습니까? 집 나간 집중력이 돌아오지 않나요? 문제 해결의 단서가 여기 있습니다.

    일흔을 앞둔 어머니가 몇 달간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다가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통증을 유발했을 거라는 진단이다. 최근 어머니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이 있긴 했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건 그 전이었다. 어머니는 전자 기기 과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랜 세월 어머니에게 컴퓨터란 문서를 만드는 도구지 유흥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알고부터 모든 것이 변했다. 유튜브 사용 시간은 몇 년 동안 꾸준히 늘어 근래에는 하루 4시간에 이르게 되었다. 4시간 동안 집중해서 스크린을 본 다음에는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전자 기기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나와 통화할 때면 무서운 짐승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인터넷을 끊으라고 조언했다. 어머니는 점점 우울해져갔다. 수면도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취약해진 상태에서 사업상 어려움이 닥치자 심신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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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밤에 책을 읽지 못하게 했다. TV도 가까이서 보지 못하게 했다. 그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최근 어머니가 굶어 죽을지언정 인터넷으로 일하지 말라고 거듭 말할 때는 짜증이 나지 않았다. 나 역시 전자 기기 과용의 심각성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어머니의 추측과 달리 일 때문에 인터넷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하루 종일 쇼핑, 캔디 크러쉬, 유튜브, K-팝 플레이리스트, 소셜 미디어를 정신없이 오간다. 잠시라도 전자파와 소음이 없으면 허전하다. 음악조차 비트가 약한 것은 듣지 못한다. 그런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건 나중 문제고,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자그마한 화면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소비하고 나면 나 역시 멀미가 난다. 생활 방식을 바꿔보려고 몇 년 동안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나마 나는 젊어서 아직 회복력이 있을 뿐이다.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고 싶어졌다. 나는 병원 대신 서점으로 향했다. 마침 뇌 과학에 대한 교양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동안 ‘뇌가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을 검색한 사람 수가 300% 증가했다. 인터넷 사용자라면 뭔가를 검색하려다가 목적과 무관한 정보로 미끄러져 들어간 경험, 그러다 종국엔 친구가 입고 먹고 노는 사진, 연예인 가십, 기분 전환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품 구경을 한 바가지 하고 탈진해버린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학교, 회사 등에서는 그것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요소가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그 브레이크를 해제해버렸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2022, 흐름출판)
    브리짓 슐트 ‘타임 푸어'(2015, 더퀘스트)

    <도파민네이션> 저자이자 중독 의학 전문가 애나 렘키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중독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나의 한심한 꼴을 가감 없이 공개해보겠다. 나는 오전 7시 전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으로 쇼핑 앱을 여는 것이다. 쇼핑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쇼핑 앱에 낚시용으로 깔린 캔디 크러쉬 아류의 게임이 목적이다. 침대에 누운 채 잠시 도파민 파티를 즐긴다. 하지만 곧 그날의 공짜 하트가 바닥난다. 나는 허전함과 아쉬움 때문에 앱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마침 스크린에는 나의 최근 소비 행태를 반영한 상품 리스트가 떠 있다. 이것저것 구경을 한다. 그러다 지겨우면 소셜 미디어를 본다.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보면 하트가 다시 생성된다. 나의 하루는 1시간에 한 번씩 생성되는 그 공짜 하트에 맞춰져 있다. 무엇을 하건 1시간에 한 번씩은 쇼핑몰 앱으로 돌아간다. 오리건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는 무언가에 집중하던 사람이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니 1시간에 10분 동안 게임을 한다면 실제로는 33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진행 중인 인지 과제에서 약 4초간 방해를 받으면 오류 발생률이 세 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도 요즘 일할 때 실수가 늘었다. 손을 쓸 수 없을 때, 예컨대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할 때 나는 유튜브를 켜놓는다. 주로 살인 사건이나 괴담 채널을 구독하고, 재미있는 업데이트가 없으면 K-팝 클립이나 영어 강좌로 빠진다. 짧은 콘텐츠에 중독되어 집중력이 1시간을 못 넘기다 보니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굉장히 건설적인 활동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이자 <타임 푸어>의 저자 브리짓 슐트는 이런 상황을 “시간 경험이 수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다”고 표현한다. 수년간 이런 생활을 한 결과는 처참했다. 구두로 계약해둔 책이 여러 권인데 몇 년째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남은 건 세상과의 끈을 놓쳐버렸다는 자책이다.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2018, 심심)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2023, 어크로스)

    나의 도파민 파티는 어쩌다 여기까지 이어졌는가. <도파민네이션>은 주로 우리 뇌의 쾌락-고통 담당 부위가 어떻게 중독과 관련되는지 다룬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양 끝에 있다. 이 양팔 저울은 수평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쪽을 강하게 누르면 다른 쪽에도 자동으로 자극이 간다. 그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다시 도파민이 필요하고, 그렇게 우리는 중독의 사이클로 빨려든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는 앨릭스 코브의 <우울할 땐 뇌 과학>에 잘 설명되어 있다. 처음에 중독은 측좌핵의 쾌락적 충동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측좌핵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중독은 더 이상 쾌락을 주지 못한다. 이제 중독은 습관을 관장하는 배측 선조체라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우리가 어떤 활동을 반복할수록 배측 선조체의 각인은 깊어진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은 새로운 활동을 하거나 의지대로 행동하기보다 배측 선조체에 새겨진 습관을 따르게 된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어’ 상태에서도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이고 트위터를 스크롤하거나 게임을 하는 디지털 좀비가 탄생한다.

    자기혐오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이 문제에 대해 단 한 권의 책만 추천하라면 역시 장안의 화제 <도둑맞은 집중력>이다. 우리 시대의 집단적 집중력 붕괴에 대해 과학, 인문학, 기술, 사회운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혜안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개별 과학자가 아니라 취재와 글쓰기 전문가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인 만큼 구성과 가독성이 뛰어나다. 내 경우 인터넷 중독으로 가장 크게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 신체적 고통과 더불어 집중력 감소였기 때문에 이 책의 주제 의식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집중력이 감소하는 원인은 인터넷만은 아니다. 인간의 뇌로는 불가능한 멀티태스킹을 강요하는 현대 직장 환경, 수면 부족, 독서의 종말,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만성적 각성 상태, 값싸고 형편없는 식단, 환경오염, 성급한 진단과 약물 처방, 아동의 자율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양육 및 교육 환경 등이 인간의 집중력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 배경에는 산업혁명 이래 10년 주기로 세상을 가속시켜온 ‘경제 성장주의’가 있다. 테크 기업은 이 허약한 구조에 불을 질렀다. 테크 기업이 B.F. 스키너식 보상-강화 체계에 기반해 의도적으로 중독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로도 널리 알려졌다. 구글은 전 세계 휴대폰 알림의 50%를 제어한다. 메타는 ‘좋아요’ 버튼, 트위터는 ‘리트윗’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강화한다. 사용자를 오래 묶어둘수록 이들의 광고 수익은 늘어난다. 이런 ‘관심 경제’는 ‘감시 자본주의’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다. 우리가 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 구글을 이용할 때 우리의 모든 말이 스캔, 분류, 저장되고 이 정보에 따라 맞춤 광고가 뜬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인구 25%의 광고용 프로필이 페이스북과 구글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그래놓고 그 회사 임원들은 명상과 마음 챙김에 열광하고, 자녀들을 몬테소리 학교에 보내 자기가 만든 쓰레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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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집중력>에는 ‘무한 스크롤’이라는 악마의 코드를 발명한 아자 래스킨 인터뷰가 나온다. 적당히 페이지가 끝나고 다음 장으로 갈지 말지 선택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무한 스크롤 기능이 생기면서 인터넷이라는 늪은 걷잡을 수 없이 진득해졌다. 아자 래스킨은 무한 스크롤 기능이 사용자로 하여금 트위터 같은 웹사이트에서 50%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50% 더 시간을 보낸다는 건 인류 단위로 보면 거대한 손실이다. 그는 무언가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게 꼭 인간성에도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구글 전략가 제임스 윌리엄스도 비슷한 문제의식 아래 구글을 떠나 집중력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 상황을 디도스 공격에 비유한다. 해커들이 웹사이트에 처리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트래픽을 퍼부어 사이트를 다운시키듯 인간이라는 서버가 넘치는 자극으로 과부하되는 것이다. 아이폰 공동 개발자였던 토니 파델은 자신이 “사람들의 뇌를 날려버리고 재설정”할 수 있는 ‘핵폭탄’ 생산에 일조한 건 아닌지 우려한다. 그들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인류가 집단적으로 도파민에 중독되고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도둑맞은 집중력>은 인류가 기후변화, 우경화, 경제성장의 한계에 따른 멸망을 눈앞에 두고도 엉뚱한 데만 관심을 쏟는다고 우려한다. <도파민네이션>은 쥐의 이타성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자유로운 쥐는 플라스틱병에 갇힌 다른 쥐를 보면 풀어주려고 노력하는데 헤로인에 중독된 쥐는 다른 쥐를 돕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섬뜩하고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온갖 것에 중독된 나는 역시 다른 쥐까지 구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당면한 과제다.

    이 살벌한 집중력 강탈 전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도둑맞은 집중력>은 ‘잔혹한 낙관주의’를 경계한다. 비만, 우울, 중독 등 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는 거대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처럼 포장하면 안 된다는 거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시스템의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고 피해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 자책을 유발한다. 하지만 사회 탓만 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도파민네이션>의 애나 렘키 박사는 자신의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 의식을 넘어서지 못하면 (중독) 치료 진행이 어렵다”고 밝힌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시스템에 요구하는 동시에 개인 차원의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디톡스도 답은 아니다. 그건 지속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런 책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궁극의 해결책은 ‘몰입’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2021, 해냄)

    <우울할 땐 뇌 과학>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오래된 습관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저 더 강력한 새 습관을 들이면 예전 습관이 약해지는 것 뿐이다.” 나쁜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중독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은 이 방면의 고전이다. 그에 따르면 삶은 단지 나쁜 요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좋아지지 않으며, 빈자리를 채울 긍정적 목표가 인간에게는 필요하다. 몰입을 위해 우리는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그 대상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하며, 난이도는 우리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아야 한다.

    당장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라면 휴대폰을 타이머 달린 금고에 가두는 식의 물리적 ‘자기 구속’도 필요하다. 그 밖에도 여기 소개한 책은 저마다의 흥미로운 실천 방식을 담고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내 경우 모처럼 책에 집중한 건 내 문제의 답을 찾겠다는 절실한 동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서 노트가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딴에 미니멀리즘을 한다고 오랫동안 휴대폰 하나로 모든 일을 해결했는데 최근 그 한계를 깨닫고 문구류를 잔뜩 장만했다. 처음 필사할 때는 소제목 하나도 한 번에 기억하고 옮겨 적지 못했는데 하다 보니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단어 수가 늘었다. 휴대폰으로 빠져드는 시간도 줄었다.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2020, 청아출판사)

    물론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당신은 이런 책을 읽고도 ‘흠, 좋은 방식이군. 내일부터 해봐야지. 우선 인스타그램에 뭐가 올라왔나 좀 보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때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떠올려보자. 빅터 프랭클은 말한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기억할 것. 여기 당신의 두 번째 인생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서로 연결되고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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