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랄프 로렌이 건네는 봄의 메시지

2023.10.21

by VOGUE

    랄프 로렌이 건네는 봄의 메시지

    2024년 봄을 위한 최고의 한 달이 끝났다. 당대 패션을 이끄는 랄프 로렌이 우리에게 건네는 봄의 메시지.

    뉴욕 패션 위크 캘린더에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2019년 9월. 당시 쇼는 팬데믹 전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굉장히 화려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로렌은 과거 월스트리트 은행이었던 아르데코풍 무도회장을 ‘랄프 클럽(Ralph’s Club)’으로 꾸며 카바레 테이블을 여러 셀러브리티로 채웠고, 턱시도 모티브의 홀터넥 드레스를 입은 자넬 모네이(Janelle Monáe)가 재즈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쇼장은 로렌의 콜로라도 목장에 있는 어느 예술가의 다락방을 연상시켰다. 물론 줄리안 무어, 다이안 키튼, 제니퍼 로페즈, 아만다 사이프리드 그리고 크리스탈 등 유명 인사를 잔뜩 초대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해군 전함 조선소였던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Brooklyn Navy Yard) 가장자리에 자리한 빈 창고 앞은 맨해튼에서 손님을 싣고 온 검은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로렌이 패션 위크에 참여하지 않은 4년의 공백기에 뉴욕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겪었다. 신생 기업과 소규모 브랜드가 넘쳐나는 도시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쇼에 참석한 대규모 스타 군단은 랄프 로렌이 여전히 미국 패션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미 오래전 은퇴한 그의 동료 캘빈 클라인과 도나 카란이 가까운 비교 대상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존경하는 디자이너를 이야기할 때 로렌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현재 떠오르는 신생 브랜드 중 몇이나 그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56년 뒤에 다시 확인해보자. 로렌은 1967년에 사업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새로운 종류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낭만을 표현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생각한 주인공은 자신의 개성과 예술적 감성을 캔버스 삼아 스스로 표현하는 여성입니다.” 하우스 정체성을 뚜렷이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랄프 로렌 2024 봄 컬렉션은 가장 미국적인 패브릭인 데님으로 시작했다. 로렌만의 고상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데님이다. 속이 비칠 정도로 데님을 얇게 산화시킨 데보레(Devoré) 소재에 시폰과 튤로 안감을 대고, 다시 시퀸과 비즈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평범한 실루엣의 재킷과 카고 팬츠였지만, 꾸뛰르에 버금가는 작업이다. 컬렉션은 일련의 블랙과 골드 룩으로 이어지며, 하우스 코드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 비즈 드레스 위로 드러나는 볼드한 RL 로고나 실키한 바지, 에스닉한 스트랩 샌들과 함께 스타일링한 밀리터리 재킷처럼 말이다. 압권은 피날레였다. 금색 라메 소재의 우아한 원 숄더 드레스를 입은 크리스티 털링턴은 모든 관객의 시선을 빼앗았다.

    새로운 아이콘 ‘RL 888’ 백을 비롯한 액세서리의 힘도 강력했다. 로고를 새긴 큼직한 버클이 돋보이는 로데오 벨트가 컬렉션 전반에 걸쳐 크게 활약했다. 특히 하우스의 시작을 상징하는 남성용 넥타이에서 착안한 실크 풀라드 소재의 홀터넥 상의, 사롱, 파자마 팬츠 등으로 구성된 세 번째 그룹에서 두드러졌다. 이 그룹에는 치마 끝자락에 깊은 프린지를 더한 색색의 바이어스 컷 실크 드레스와 마드라스 체크 패턴 가운 등 랄프 로렌의 또 다른 장기를 엿볼 수 있는 의상이 포함되어 있다.

    쇼가 끝나고 런웨이 뒤로 커다란 문이 열리며 또 다른 방이 나타났다. 미스터 로렌이 쇼에 참석한 모든 게스트를 위한 만찬을 준비한 것. 그가 직접 안내한 커다란 방에는 모두의 이름이 쓰인 테이블이 길게 이어졌고,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다소 예스럽긴 해도, 뉴욕에서 경험한 가장 멋지고 화려한 밤이었다. (VK)

    NICOLE PHELPS
    사진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RALPH LAUREN
    SPONSORED BY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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