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건강한 치아를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
호감의 척도이자 누군가의 배경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하는 건치. 연장된 수명만큼 과연 오래 버텨줄까?
연예인의 비현실적일 만큼 가지런하고 하얀 건치를 보면 지나치게 인간미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가끔 나도 모르게 시술을 검색해볼 때가 있다. 얼마 전 데이비드 베컴의 파란만장한 축구 일대기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를 보고 나서 호기심은 더 커졌다. 삐뚤삐뚤한 치열의 풋풋한 소년 시절보다도, 완벽한 치아를 드러내며 근사한 미소를 짓는 마흔여덟의 지금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치아는 심미적 영역인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하루 세 번 양치질과 치실, 치간 칫솔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치아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치아 표면은 노화된다. 겉을 감싼 법랑질이 얇아지면서 강도가 약해지고, 치아가 닳아 안쪽의 노란빛이 도는 상아질이 드러나며 누렇게 변색된다. 커피나 홍차, 흡연으로 인한 착색도 무시할 수 없다.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가진 어금니로 인해 아래쪽 앞니가 서로 밀착하며 포개지는 치아 쏠림 현상이 생기며, 염증이 잇몸 조직을 녹여 잇몸이 내려앉는 ‘잇몸 퇴축’ 현상을 일으킨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피부만큼 ‘동안 치아’도 많아졌을 거라 예상되지만 놀랍게도 지표는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로 인한 이갈이나 이 악물기 증세가 많아지면서 치아가 날카롭게 갈리고 마모돼 치과를 찾는 젊은 환자는 점차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불규칙한 식습관, 무리한 다이어트에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당 충전’ 트렌드는 10~30대의 충치 발생률을 높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턱관절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전 연령과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 이갈이나 부정교합 등의 신체적 원인 외에도 불안감, 우울증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잦은 심리 변화와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여성호르몬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턱관절을 구성하는 뼈, 디스크, 저작 근육, 인대 등이 부딪치거나 쓸리면서 ‘따각’ ‘딱’ 소리가 나는 이 현상은 부정교합, 안면 비대칭을 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명이나 두통, 어깨와 목 통증으로 정신적 타격마저 준다.
치아 건강이 위협받는 가운데 조금 더 무거운 이야기를 해볼까? 2022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치주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약 19%,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뇌졸중, 심혈관 질환,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의 유병률을 높이는 데다 만성 치주 질환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1.7배 증가한다. 확실한 인과관계가 성립됐다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학계에 보고된 가설은 현재까지 총 세 가지라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하승룡 부교수는 설명한다. 첫째는 치주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혈류나 신경을 통해 뇌로 직접 침투해 잠재적으로 신경 퇴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치주염으로 생긴 염증 반응이 뇌 노화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 치주염이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등 전신 질환의 위험 인자로 작용하며 간접적으로 인지 장애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연관성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염증 질환으로 치아를 상실할수록 이 가능성은 높아진다.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치매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치과 교수 아니타 비서(Anita Visser)는 “구강 관리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단지 보기 좋은 치아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신적 웰니스를 추구하는 데 치아 안티에이징은 이토록 중차대하다.
치아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마모되고 병드는 치아 하나하나를 점검해 보강하는 작업으로 보존성을 높이는 것, 그리고 하얗고 고른 치아와 선홍빛 잇몸으로 대표되는 구강의 미관을 지속시키는 것. 치아의 ‘슬로우 에이징’ 방법으로 최근 가장 각광받는 시술은 바로 ‘제로네이트’ ‘폴리네이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는 ‘무삭제 라미네이트’다. 기존 치아를 깎아내는 것을 전문용어로 ‘삭제’라고 일컫는데, 이런 삭제 과정을 최소화해 신경 손상이나 시림 현상 등의 부작용을 바로잡는 것이다. 재생 불가능한 법랑질을 코팅하고, 두꺼운 기공물로 치아가 뚱뚱하거나 지나치게 커 보이는 ‘오버 컨투어’ 현상을 줄인 것은 물론이다. “오염된 표면의 에나멜만 걷어내고, 필요한 범위와 형태만큼만 0.1mm까지 극도로 얇은 세라믹을 정교하게 가공해 치아에 틈새 없이 덧붙입니다. 자연 치아와 물성이 가장 비슷한 ‘장석류’를 활용해 본래 치아와 유사한 강도와 모양으로 복원할 수 있죠. 차량에 유리막 코팅을 하고 휴대폰 스크린에 강화 필름을 씌우는 원리로 보면 쉬워요.” 미니쉬 치과 이애나 원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치아 손상을 최소화하는 만큼 시술 기간 역시 매우 짧다는 것. 변색된 치아나 치아가 벌어지며 사이사이 보이는 ‘블랙 트라이앵글’을 하루 만에 개선할 수 있다. ‘너무 얇기에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의심에 이애나 원장은 정밀한 ‘접착 기술’이 이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제대로 부착한 휴대폰 필름은 두께와 상관없이 손으로 억지로 긁지 않는 이상 쉽게 벗겨지지 않으며 세균이 침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친다면 최대 15년까지 시술 효과를 지속할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코팅막을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노화나 치아와 치주 조직 사이에 염증이 생기는 ‘풍치’로 잇몸 뼈가 녹고 잇몸이 내려앉으며 불균형해지는 경우에는 ‘핑크 미니쉬’ 시술도 옵션이다. 끝이 핑크색인 코팅막을 치아에 부착해 잇몸 모양을 복원해 길어 보이던 치아를 심미적으로 개선한다. “주기적인 치과 방문을 통해 치아를 보수하되, 무엇이든 ‘최소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저절로 재생되지 않으니까요.” 일명 ‘할리우드 스마일’로 일컫는, 완벽한 치아를 위해 잇몸 라인을 무리하게 대칭으로 재배열하거나 치아에 과도한 시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수명을 줄이는 길이라고 이애나 원장은 당부한다. 최근 틱톡에서는 날카로운 도구로 치아 사이사이 플라크와 치석을 직접 집에서 제거하는 ‘치아 청소(Teeth Cleaning)’ 해시태그 영상이 6억 건이 넘을 만큼 유행하는데, 전문가들은 구강 건강에 위협적인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행위’라고 경고한다. 모공 속 피지가 쏙쏙 제거되는 팩 광고처럼 혐오감을 주는 동시에, 치아 사이사이가 말끔하고 새하얗게 비워지는 과정을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지만 잇몸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자칫하면 충전제나 임플란트, 코팅막 등을 건드릴 수 있다. 하승룡 부교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치아 겉면을 긁었을 때 뭉쳐지는 세균 덩어리 군집체인 치태와 달리, 치태와 무기질이 섞여 단단하게 석회화된 치석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칫솔질을 잘하더라도 치석이 쉽게 쌓이는 아래턱 앞니의 혀가 닿는 잇몸과 같은 부위 때문이죠. 침을 분비하는 도관이 위치한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치과 방문을 통한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취재를 통해 다양하게 만난 전문가의 공통 의견은 자연 치아가 지니는 우수함은 그 어떤 치료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 충격을 분산시키는 치아 고유의 뿌리, 음식을 저작할 때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며 세균 침입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해주는, 인공 치아에는 없는 치주 인대의 완벽한 대체재는 없기에 결국 세심한 관리로 타고난 치아를 최대한 오래 보존해야 지속성을 높이는 보수 치료도 가능하다. 다행히 기본적인 양치질 외에도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첫 번째는 구강 유산균. 유익균이 우세한 구강 환경을 만들어 잇몸병과 충치를 유발하는 유해균의 증식을 방지한다. 액상 타입으로 치아와 잇몸에 세럼처럼 바르거나 사탕처럼 혀로 천천히 녹여 먹는 ‘로렌지’ 형태가 있지만, 치주염으로 잇몸에서 자주 피가 난다면 도포하는 액상 유산균이 더 효과적이다. 일반 칫솔로 잘 닿지 않는 구강 안쪽까지 깨끗이 양치질할 수 있는 두줄모 칫솔이나 첨단 칫솔은 뾰족한 모양과 얇은 모로 특히 어금니와 잇몸 사이를 닦을 때 유용하다. 일반 칫솔보다 플라크 제거율이 월등한 미세 전류 칫솔 또한 구강 관리의 다크호스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평소 사용하던 칫솔과 치실, 치간 칫솔에 두줄모 칫솔, 치아 에나멜을 재생시켜 색을 환하게 밝히는 에나멜 세럼까지. 이제 나의 파우치에는 립스틱보다 구강 관리용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개운함이라면 더 중독돼도 괜찮지 않을까? (VK)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프롭
- 전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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