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라인에 자유를! 돌아온 스쿠프넥
숨 쉬기 힘들 정도로 타이트한 데님, 꾀죄죄한 인디 슬리즈 스타일, 얄팍한 셰이프의 첼시 부츠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패션계를 대표하는 키워드였습니다. 디올과 생 로랑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에디 슬리먼이 탄생시킨 트렌드기도 하고요. 모든 게 스키니하던 그때 그 시절 아이템이 돌아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2024 F/W 남성복 컬렉션에서 네크라인이 깊이 파인 스쿠프넥 톱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거든요.
최근까지만 해도 스쿠프넥 티셔츠는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유물이었습니다. 네크라인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며, 스쿠프넥을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만든 릭 오웬스 정도를 제외하면 런웨이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죠.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흐릿했던 2024 F/W 시즌의 남성복은 달랐습니다. 수많은 모델이 구시대적 남성성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가슴팍을 노출한 채 런웨이에 올랐죠.
먼저 살펴볼 브랜드는 돌체앤가바나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 브이넥과 유넥 형태의 스쿠프넥 톱을 선보였는데요.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스타일링입니다. 어깨 라인이 과장된 모피 코트와 남성적인 실루엣의 블레이저 재킷에 스쿠프넥 티셔츠를 매치했거든요. 덕분에 최근 남성복 컬렉션의 가장 큰 과제인 ‘남성성과 여성성의 혼합’을 멋스럽게 완수할 수 있었고요. 최근 케이티 홈즈의 영향으로 각진 더블 브레스트 코트가 유행하는 만큼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스타일링 팁이었습니다.
스쿠프넥 실루엣을 꼭 티셔츠에만 적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돌체앤가바나는 깊이 파인 수트 베스트를 선보이며 네크라인에 자유를 부여했죠.
지난 9월 선보인 여성복 컬렉션을 ‘미러링’한 구찌의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목과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스쿠프넥 톱에는 자칫하면 심심해 보일 수 있다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데요. 구찌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액세서리였습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볼드한 네크리스 혹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화제가 된 긴 넥타이를 활용해 포인트를 줬죠. 스타일링의 방향성은 돌체앤가바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크트 라펠 코트, 봄버 재킷처럼 전형적인 ‘남성용’ 아이템을 매치했죠. 스쿠프넥이 여성성을, 기타 아이템이 남성성을 담당하는 식이었습니다.
아우터 없이 스쿠프넥 톱을 입고 싶다면? 해리 스타일스가 투자자로 나서며 많은 주목을 받은 S.S. 달리의 컬렉션을 참고하세요. 니트 소재로 만들거나 화려한 패턴을 더해 그 자체로도 존재감을 발산하는 스쿠프넥 드레스가 등장했거든요.
스쿠프넥 실루엣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버튼이 달린 톱을 활용하는 겁니다. JW 앤더슨의 컬렉션 룩이 완벽한 예입니다. 단추를 잠그면 단정한 무드를, 풀면 섹시한 무드를 은근히 자아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최근 트렌드 아이템으로 부상하는 폴로 셔츠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그마저도 부담스럽다면? 지방시 룩을 참고해 셔츠 입을 때 단추를 하나라도 더 풀어보세요. 사소한 차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 트렌디한 룩이 완성될 겁니다.
- 사진
-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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