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웨어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트렌드의 물결 속에서 제법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코프코어, 오피스 사이렌, 비즈니스 코어 등 여러 이름을 오가며 그 미학을 전파 중인데요.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Gucci F/W 1995 RTW

Gucci F/W 1995 RTW

패션계는 오래전부터 오피스 웨어를 가지고 놀곤 했죠. 미니멀 패션이 한창이던 1990년대 런웨이를 떠올려보세요. 미디스커트와 그레이 아이템, 블레이저와 수트 팬츠가 주재료였습니다. 마침 1990년대 미니멀 패션은 2024 S/S 시즌 가장 화려하게 귀환한 스타일이기도 해요. 오피스 웨어 트렌드가 더욱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2024년 버전만의 특징은 ‘삐딱함’에 있습니다. 마냥 깔끔한 비즈니스 무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죠. 지나치게 절제하거나 진지해질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긱 시크를 끌어와도 좋고, 캐주얼 아이템을 끼워 넣을 수도 있어요. 어딘가 어색하고 흐트러진 스타일링은 묘한 관능미를 자아내죠. 타이트한 셔츠 단추를 대충 채우고, 스웨터를 아무렇게나 어깨에 걸치는 식입니다. 드리스 반 노튼처럼 풀어 헤친 셔츠 위로 니트를 무심하게 껴입을 수도 있고요.

Gucci S/S 2024 RTW

AMI S/S 2024 RTW

가장 수월한 방법은 확실한 포인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겁니다. 슬릿 스커트가 대표적이죠. 죽 그어진 틈 사이로 비치는 다리 라인은 날카로운 데다 센슈얼한 무드를 풍깁니다. 대신 셔츠, 블라우스 등 포멀한 아이템으로 각을 제대로 잡아줘야겠죠. 코페르니는 길게 늘어진 셔츠 소매로 수트 셋업에 여유를 더했군요. 셔츠의 산뜻한 컬러감도 도움이 됐고요.

실루엣으로 승부를 본 하우스도 있습니다. 자크뮈스는 둥근 어깨와 조각적인 셰이프를, 이세이 미야케는 곡선을 살린 허리선과 드레시한 라인을 보여줬죠. 대신 나머지 아이템과 컬러 구성은 모두 기본을 따랐습니다. 실루엣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미우미우와 조던루카는 데님을 활용했습니다. 단추 달린 폴로 셔츠, 큼직한 넥타이 등 ‘사무실용’ 아이템과 결합해 캐주얼한 비즈니스 무드를 완성했죠. 고리타분한 느낌을 피하고 싶다면 신발에 힘을 주세요. 펌프스나 샌들 힐 등 페미닌한 무드의 슈즈가 제격이겠습니다. 안경은 언제나 환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