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성 리더들이 이야기하는 서울 뷰티
세상의 시선이 집중되는 서울의 뷰티. 포화 상태인 뷰티 세계에 도전한 여성 리더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오늘날 서울의 색과 질감.
ODDTYPE
2024년 서울의 ‘힙함’을 정의하는 플랫폼. ‘무신사’라는 이름은 스트리트 문화, 젊음, 신선함을 표상하는 키워드로 통한다.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도전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지난해에는 뷰티 분야까지 진출하며 오드타입을 론칭했다. 주류, 유행, 기성, 정상의 틀에서 벗어나 갇혀 있던 색과 표현 방식에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그 정체성. 무신사 뷰티 부문 디렉터 이진솔은 단 하나로만 정의되지 않는, 모두의 수없는 ‘나다운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슬로건은 ‘특이한 것은 특별하다(Odd Means Special)’입니다.
이미 한국에만 1만여 개 뷰티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무신사의 색깔을 잇는 동시에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해버린 시장에서 살아남을 승부수가 필요했죠. 해답은 기존 뷰티 월드가 가진 정형화된 관점을 깨고 색다른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개성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며, 모든 사람의 특성은 특별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어필했죠.
그 개성은 독특한 컬러명에서도 두드러집니다.
‘나’ ‘우리’ ‘자유’ ‘약과’ ‘무궁’ 등 무신사의 출발점과 동일하게 한글로 간결하게 이름 지은 것들이에요. ‘무궁’은 바르면 바를수록 뇌리에 여운을 남기는 컬러로 ‘한계가 없다(No Limit)’는 의미를 담았고, ‘립 라이너 #285 약과 Easy’라는 컬러명은 언어유희를 가미했습니다. 우리의 전통 간식처럼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지만 중의적으로 ‘그건 약과지. 난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스스로 자신감을 부여하는 색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죠. 철학적이지만 무겁지 않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재치를 더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철학을 패키지에 어떤 방식으로 녹였나요?
기존 화장품 모양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정체가 궁금해지는 모호한 디자인이되 휴대하기 간편하고 손이 가게 만드는 것. 그 결과 첫 공개작 ‘립 틴트’의 중성적이면서도 곡선을 그리는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나의 수많은 자아를 찾는다는 브랜드 컨셉을 담아 ‘거울’을 연상시키는 실버 패키지를 적용했고요. ‘뉴 룰즈 립 라이너’는 다양한 입술 라인을 표현할 수 있도록 스퀘어로 디자인했지만 유연한 텍스처를 우선시했습니다.
립 틴트의 통통한 브러시가 인상적이었어요.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되 사용하기 쉬워야 ‘롱런’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뒀어요. 어떤 입술 모양에도 다양한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지만 핵심은 제품의 질감이죠. 양 조절이 어려울 땐 눈이나 볼 등 다른 부위에 멀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부드럽고, 블렌딩이 용이합니다.
잊지 못할 피드백이 있다면?
“낯설지만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 같다.” 새로운 뷰티를 두려움 없이 찾아나서는 우리의 방향을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했죠.
ROM&ND
‘젠지’와 뷰티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브랜드다. 수채화처럼 표현되는 자연스러운 텍스처, 짧은 간격으로 공급되는 무수한 신제품과 높은 가성비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디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이제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까지 넓게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중심에는 뷰티 블로그를 운영하던 미대생 출신의 뷰티 크리에이터 민새롬이 있다. 열정적이고 재기 발랄하며 ‘기록’과 ‘공감’을 소중히 여긴다. 문정동의 롬앤 사옥에서 그녀를 만났다.
들어서는 순간 뷰티 실험실이 눈에 띄는군요. 어떤 공간인가요?
‘진짜 코덕들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부터 발전한 아이디어입니다. 화장품과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죠. 그리하여 사옥 1층에 ‘MYOC(Make Your Own Color)’라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어요. 원한다면 누구나 방문해 컬러와 포뮬러를 믹스해가면서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손끝에서 블랙, 쨍한 주황빛 등 개성 넘치는 컬러부터 퍼스널 컬러에 알맞은 색상까지 다양하고 획기적인 색채가 탄생하더군요.
블로그를 운영할 때부터 유명했죠.
처음엔 전공인 순수 미술 작업을 기록하고, 해외에 머물 때 느꼈던 외롭고 낯선 감상을 남기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어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다 보니 화장품이 자주 등장했죠. 색채학으로 화장품에 접근하고, 인체를 해부하듯 메이크업의 부위와 방법에 대해 늘어놓은 솔직 담백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규모가 커졌어요. 대학 졸업을 앞둔 시기에 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함께 화장품을 만들어보자는 진정성 넘치는 장문의 메일 한 통에 매료됐고, 지금까지 10년째 롬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에게 유독 사랑받는 이유를 고찰해본다면?
유튜브 채널 ‘개코의 오픈 스튜디오’를 소통 창구로 활용하면서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아닐까요? 신제품이 출시되면 ‘대신 써드림’이라는 리뷰 콘텐츠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법을 전달하죠. 몇 년 전부터는 고객이 직접 화장품 개발에 참여하고 그 제품을 출시하는 ‘케미 프로젝트’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한 명의 디렉터, 경력 많은 임원이 주도권을 갖기보단 모든 구성원, 구독자, 소비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만의 색깔이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보고 사용하는 사람이 원하는 콘텐츠와 제품을 제공해요. 그렇게 서로 아이디어가 ‘통했다’고 느껴질 때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고요.
소비자가 원하는 걸 캐치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더군요.
재능보단 노력이죠. 2016년 처음 론칭할 땐 일명 ‘오픈발’, 그리고 제 팬덤으로 매출이 좋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죠. 얼마 후 판매가 부진해지자 간절한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에 ‘듣는 롬앤’이란 콘텐츠를 오픈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으니까요. 당시 1,700여 명이 A4 용지 한 장을 꽉 채우는 분량의 피드백을 보내왔어요. 애정 어린 조언부터 쓴소리까지 다양했죠. 그때 ‘듣는 척’ ‘꼼수를 부리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노하우보다는 진정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걸요.
이토록 다방면으로 소통하는 당신이 체감하는 현재 서울의 뷰티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군요. 한국 여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유행에 기민한 화장품 소비자입니다. 그 가운데 Z세대는 본인이 사용하고 싶은 색채로, 하고 싶은 메이크업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출하기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죠.
TIPTOE
뷰티 에디터란 직업 특성상 하루에도 수백 개의 뷰티 관련 SNS 계정을 드나든다. 그 가운데 매일 소식을 업데이트 받고 싶을 정도로 기꺼이 ‘팔로우’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계정은 많지 않다. 그런데 팁토우만의 귀엽고 직관적인 비주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색감과 은은한 발색은 팔로우는 물론 직접 ‘발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던 것들을 모아 손끝에 다채롭게 담아보고자 네일 브랜드를 론칭한 팁토우의 이상빈과 이선숙. ‘Easy & Lovely’는 그들만의 사랑스러운 모토다.
기억에 콕 박히는 브랜드 이름이에요.
사전적 의미는 ‘살금살금 걷다’인데, 손발톱을 나타내는 동시에 눈밭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을 연상하게 만드는 단어가 귀엽다고 여겼어요. 깜찍하고 장난기 가득한 매력을 이름을 통해 표출하고 싶었어요. 남녀 불문, 나이와 관계없이 ‘귀여움’ 앞에선 장사 없죠.(웃음)
오묘한 색감 구성에서 Y2K 감성이 떠오르죠. 컬러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매달 <보그>와 <보그 걸>을 정독하던 학창 시절, 케이트 모스, 이와이 슌지의 영화, 밴드 음악과 시티 팝 등… 어릴 적 취향이 컬러마다 반영돼 있습니다. 즐겨 먹던 ‘캔디바’ 아이스크림을 닮은 ‘#402 미미 블루’, 미완성에 가까웠던 반항기 가득한 소녀 시절의 스모키 메이크업이 떠오르는 ‘#303 실버 쉐이커’까지. 관건은 개인의 취향과 대중적 선호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인데, 매니큐어 컬러를 직접 조색하며 사람들이 그 컬러를 바르는 장면과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죠.
가장 사랑받는 컬러는 뭔가요?
딸기 요거트색 시럽 제형에 컬러 글리터를 가미한 ‘#507 사우어 크림’. 새콤달콤함, 위트 등 팁토우의 정체성을 제대로 나타내는 색상이기도 해요.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아기자기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전개합니다.
실제로도 ‘손재주 좋은 친구의 다이어리를 보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엄마와 딸, 남자 친구가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포용성을 강조합니다. 통상적인 뷰티 문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션, 인테리어, 영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결점 없이 완벽한 비주얼의 제품과 발색에 집중하기보단 팁토우만의 취향과 무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하고 창조합니다.
요즘의 네일 트렌드를 꼽아본다면?
친근하면서도 조금은 불완전한 것. ‘#303 실버 쉐이커’는 손톱 가득 매끈하게 바르기보단 살짝 끝이 벗겨진 느낌을 연출하는 방법도 매력적이에요. 도자기 피부보다는 잡티나 주근깨를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즐기는 유행과도 어우러지죠.
MUZIGAE MANSION
일상의 지루함을 깨고, 무의식 속 관념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창조하는 뷰티 브랜드.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무지개맨션의 아이덴티티는 패키지의 모호한 디자인에도 녹아 있다. 물의 흐름을 투영한 듯한 투명한 튜브에 물감처럼 담긴 색조와 폭신한 쿠션을 끈으로 동여맨 듯한 팩트, 기둥을 겹쳐놓은 형상의 립스틱은 언뜻 보기에 정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감각적 오브제로 충만하다. 하이브, 아모레퍼시픽 등 걸출한 기업이 집결한 용산 한복판. 새롭게 오픈한 쇼룸에서 무지개맨션 디렉터 호민예와 대화를 나눴다.
무지개맨션, 이름이 독특해요.
무지개의 상징인 다양성 그리고 ‘맨션’이라는 특색 없는 빈 공간이 인테리어에 따라 누군가의 취향으로 가득해지듯 개성에 따라 메이크업을 채워나가자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쇼룸을 보니 브랜드의 성장이 새삼 체감됩니다. 팝업 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던 진풍경도 문득 떠오르는군요.
론칭 2년이 안 됐지만 과분하게 사랑받고 있죠. 팝업 스토어는 지난 11월 성수동에서 진행했는데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화장품을 온라인이나 드러그스토어에서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그 감성을 오롯이 경험할 수 없죠. 우리가 추구하는 컨셉과 영감을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기회였는데,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정말 뿌듯해요.
첫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요?
무료한 일상에 충격을 주는 신선함, 흔한 것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으로 기존 색조 화장품을 ‘한 끗’ 비틀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게 뭐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었죠. 당시 제가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단순히 ‘독특함’에만 치중하진 않았습니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끊임없이 제품력을 업그레이드하며 소비자가 끌리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윤리적 소명 역시 고려해야 하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비건 성분을 베이스로 한 제품을 내놓게 됐죠.
히트작은 ‘오브제 워터’입니다.
구겨진 유리가 모티브였습니다. 유리가 가진 물성은 일반적 상황에서 매끈하고 딱딱하고, 휘어지지 않죠. 튜브처럼 구겨진 모양 안에 리퀴드 제형의 립 포뮬러를 담아낸 형상이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롭다고 여겼어요. 패키지 디자인으로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특유의 가벼운 밀착력과 은은한 발색으로 이제 마니아층이 늘어나 무지개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거듭났죠.
무지개맨션만의 차별점은 뭔가요?
신제품을 내놓기까지 호흡이 꽤 긴 편입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패키지와 만족스러운 포뮬러를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비건 성분 등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우리만의 감성을 제고한 제품을 내놓는 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은 견고해지고 있다고 확신해요.
최근 뷰티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의해본다면?
‘콤플렉스 제로’. 투명하고 가벼운 베이스, 말갛게 표현되는 두 뺨과 본연의 윤곽을 강조한 부담스럽지 않은 메이크업이 가장 세련된 뷰티 룩입니다. 서울 여성 대부분의 얼굴이기도 하죠. 콤플렉스를 부족하거나 결점으로 여기지 않고, 취향에 따라 나만의 개성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말이에요.
ALTERNATIVE STEREO
‘뷰티 월드의 획일화된 화장품과 메이크업 룩에서 벗어난 대안’이라는 의미를 지닌 얼터너티브스테레오는 아날로그, ‘로우파이(Lo-fi)’ 감성을 추구한다. 익숙하고 오래된 것에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얹겠다는 지혜란 대표의 다짐은 빈티지 마니아들의 취향을 정확히 공략한다. 인디 뷰티 브랜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심판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올리브영에서도 지난여름 입점 이래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패키지 박스를 열 때마다 향수와 재미가 느껴지는 점이 매력 요소.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요?
초등학교 시절 ‘선물의 집’이라는 상점을 방문해 다양한 장식품, 수입 패키지와 신기한 물건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가슴 설레고 즐거웠던 경험이죠. 화장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언박싱’ 하는 순간을 위해 디테일을 강조하며 수입 상가나 유럽 소품 가게에서 본 듯한 빈티지 향수병, 성냥갑, 숨은그림찾기 게임이 그려진 과자 박스처럼 패키지를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현대적 감성의 오래된 잡화점’이라 부르죠.
리퀴드 제형의 ‘립 포션’, 립밤처럼 바르는 ‘매트 밤’ 등 대체로 크리미한 텍스처가 돋보입니다.
제품을 ‘고민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피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질감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색상과 텍스처의 미묘한 차이야말로 직접 피부로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개념이죠. 아날로그 감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사용자가 그 차이를 즐길 수 있도록 제형의 투명도와 두께감, 그에 따라 달라지는 발색에 섬세하게 공을 들였어요. 물약을 컨셉으로 만든 ‘립 포션’의 경우 최대치의 수분을 함유한 제형 개발을 통해 물방울을 톡 얹은 듯한 광택을 구현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최초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기획하며 15년간 일했죠.
첫 직장이자 획기적인 시도를 펼칠 수 있는 커다란 울타리였어요. 하지만 브랜드의 틀 안에 갇힌 상태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회의감을 느꼈죠. 전형적인 ‘예쁨’을 타파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며, 새로운 미(美)를 발굴하고 싶었으니까요. 물론 그 탓에 브랜드의 초기 컨셉을 너무 뷰티 분야와 동떨어지게 잡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고요.
그때 경험으로 깨우친 점이 있다면?
화장품에 대한 장인 정신. 수많은 손길을 거친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어느 요소 하나 허투루 하는 것 없이 상품은 제작되죠. 컨셉에 집중하되 뷰티에 대한 전문성이란 밑거름이 없다면 완성도 높은 화장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 컨셉, 구미가 당기는 제품을 만들어나간다는 책임감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종 목표가 궁금하군요.
단순히 아름다워지기 위한 도구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화장품이 아닌 다른 영역과 연계를 통해 폭넓은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프로젝트도 기획 중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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