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애플과 7명의 작가가 그려낸, 사진이라는 예술의 현주소

2024.04.12

by 안건호

    애플과 7명의 작가가 그려낸, 사진이라는 예술의 현주소

    터치 한 번이면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지금, 사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애플과 7명의 포토그래퍼가 함께한 사진전, <I Remember You>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니콜라이 안이 포착한 드래그 퍼포먼스.
    간재훈은 사진과 수화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우리는 휴대폰을 터치하며 남기고 싶은 순간과 감정을 기록한다. 4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열리는 <I Remember You>는 한국 출신 니콜라이 안과 간재훈을 포함, 전 세계 7명의 작가가 아이폰 15 프로 맥스로 남긴 개인적 기록에 관한 것이다. <보그 코리아>가 큐레이터 이졸데 브리엘마이어(Isolde Brielmaier)를 만나 이번 전시, 그리고 사진이라는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전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2021년, 뉴욕의 국제 사진 센터에서 개최한 <Inward: Reflections on Interiority> 이후 애플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당시 전시 테마는 내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었다. 5명의 젊은 작가가 아이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작업물을 선보였다.

    <I Remember You> 전시장 모습.
    <I Remember You> 전시장 모습.

    이번 전시의 제목은 <I Remember You>다. 작년 11월, 파리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서울을 찾았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한국 출신의 니콜라이 안간재훈, 일본 태생의 니나가와 미카(Mika Ninagawa),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테판 루이스(Stefan Ruiz)와 말린 페제하이(Malin Fezehai), 파리의 카를 햅(Karl Hab), 그리고 홍콩 태생의 비비안 리우(Vivien Liu)까지 총 7명이다. 전시 테마는 기억과 노스탤지어. 단체 줌 미팅을 몇 번 거친 뒤 7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곳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포트레이트, 도시의 풍경, 사라져가는 도시의 풍경, 언어…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 있는 작업물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파리 이후 바로 한국을 찾은 이유가 궁금하다.

    시작은 꼭 파리에서 하고 싶었다. 마침 파리 포토 2023이 한창이었다. 이후 다른 도시에서도 전시를 선보이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갔고, 여러 도시가 후보에 올랐다. 최대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기도 하고, 한국만의 젊은 에너지가 좋아 서울을 선택했다. 한국의 아트 씬은 포괄적이고 격동적이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트 바젤에 다녀왔는데, 서울에 있는 갤러리에 꼭 가야겠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친구를 여럿 봤다.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뉴욕 뉴 뮤지엄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당신이 정의하는 현대미술, 그리고 사진이라는 예술이 어떻게 그 정의에 부합하는지 궁금하다.

    현대미술에 대한 정의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내 기준은 간단하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살아 있는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곧 현대미술이다. 지금 이 순간, 사진도 예술의 일종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대학원생이던 때는 사진을 예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지금 사진은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형태의 예술이다.

    캘리포니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말린 페제하이의 작품.
    멕시코 출신의 조부모를 둔 스테판 루이스는 ‘푸에블라’라고도 불리는, 뉴욕에 거주하는 멕시코인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항공 공학 엔지니어이자 사진작가인 카를 햅의 작품.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니나가와 미카의 작품.

    사진은 다양성을 띤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수많은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말린 페제하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포토 저널리스트이고, 스테판 루이스와 카를 햅은 화보나 상업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니나가와 미카처럼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한 아티스트도 있다. 각자 관심을 갖는 사물과 그걸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7명의 작가 모두 ‘포토그래퍼’라는 틀에 속한다.

    사진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디지털 또는 필름. 지금은 누구나 전문가 못지않게 멋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역시 그 발전과 혁신에 기여했다. 10년 뒤의 사진은 또 지금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금 이 순간, 사진이라는 예술이 어디쯤 왔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일종의 청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진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 듯하다. <Inward: Reflections on Interiority>도 사진전이었고. 이토록 끌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각가, 화가 등 다양한 예술가와 함께 일하지만 내 ‘첫사랑’은 사진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과 ‘사진’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인간의 기억은 절대적으로 이미지에 의존하고, 사진은 대상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이미지라는 형식으로 우리 머릿속에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들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내가 무얼 보고 있는 거지?’, ‘이걸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고 말했으니까.

    조금 전에 기술의 발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경우 과거의 기술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기술이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등장하다 보니 되레 옛것이 새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사람도 많고, 필름을 고집하는 사진작가도 여럿 있고.

    사진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 걸쳐 유효한 질문인 것 같다. 패션에서도 종종 과거의 트렌드가 재발견되고, 과거에 유행했던 장르를 재해석하는 음악가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사진 관련 기술이 사라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필름을 사고,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고… 디지털에 비하면 번거롭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사진의 가장 큰 의의는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과 내일, 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간직했으면 하나?

    작품을 보며 머릿속에 다양한 질문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왠지 불편한 기분이 들어도 괜찮다. 함께 온 사람, 옆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일 좋겠다. 사진이라는 예술은 결국 대화를 촉발해야만 한다.

    하버드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전업 사진작가가 된 비비안 리우는 늘 독특한 시선으로 홍콩의 건물을 바라본다.

    *<I Remember You>는 앤더슨씨 성수(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6길 36)에서 열립니다. 관람 시간은 4월 12일 11:00~17:30, 4월 13일 11:00~19:00.

    사진
    Courtesy of Appl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