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역사적이되 미래적인 반지

2024.05.28

by 김다혜

    역사적이되 미래적인 반지

    과거를 담고 미래를 향하는 반지에 대한 이야기.

    “투박해 보여?” 결혼을 앞둔 친구가 최근 마련한 커플 링 사진을 보내왔다. 부쉐론의 ‘콰트로 블랙 에디션’이었다. 걱정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어디선가 결혼반지로는 밋밋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누군가는 오래 고민해서 고른 디자인을 두고, 심지어 부쉐론 콰트로를 몰라보고 아쉬운 소리를 하다니! 곧장 위로의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요즘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알반지’는 촌스럽다며, 지금 이 반지가 얼마나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트렌디한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아이콘은 의도적으로 창조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그런 자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쉐론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콰트로 컬렉션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콘은 아이콘이 되기 위해 디자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죠.” 이보다 더 자신감 넘치는 표현이 또 있을까.

    콰트로가 지닌 아이콘의 자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컬렉션이 탄생한 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프랑스어로 숫자 ‘4’를 의미하는 콰트로는 2004년 부쉐론의 네 가지 아카이브를 결합한 반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링 2개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의 ‘더블 고드롱(Double Godron)’은 1860년대에 등장한 모티브로, 언제나 건축에서 영감을 받는 메종의 역사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1911년 처음 소개된 ‘클루 드 파리(Clou de Paris)’는 방돔 광장 자갈길을 연상시키는 블록 모양이다. 방돔에 부티크를 연 최초의 주얼러였던 역사적 순간을 되새기는 코드이기도 하다. 1892년부터 시작된 메종의 위대한 클래식 주얼리 코드를 의미하는 ‘다이아몬드 밴드(The Ligne Diamants)’, 그리고 마지막 1860년대부터 메종 아카이브에 등장한 ‘그로그랭(Grosgrain)’ 모티브가 콰트로를 완성한다. 리본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패브릭을 형상화한 것으로,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의 아버지가 포목상이었던 점과 실크처럼 유연하고 섬세한 주얼리를 제작하는 메종의 꾸뛰르 헤리티지를 반영했다. 각각의 코드를 적용한 밴드는 모두 개별적으로 만들어 접착이나 납땜 없이 압력만 사용해 수공으로 조립한다.

    이렇듯 메종의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힘을 결합한 콰트로 컬렉션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색과 형태를 변형하거나 혁신적인 소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클래식 코드에 집중한 새로운 컬렉션이 흥미롭다. 오리지널 컬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견고한 기존 실루엣을 유연한 리본 형태로 펼쳐 멀티웨어로 활용하는 디자인, 네 가지 코드 조합을 무한대로 증폭시키는 디자인 등이다. 상징적인 네 가지 코드 밴드를 옐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브라운 PVD, 스페사르타이트 가닛으로 장식한 에디션처럼 주얼리 명가다운 진귀한 디자인도 잊지 않았다.

    콰트로 스무 살 생일잔치는 신제품 소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쉐론은 메종의 아이콘을 위해 기념 캠페인과 함께 오로지 이 캠페인을 위한 스페셜 아이템을 제작했다. 캠페인에서 안야 루빅이 착용한 것으로, 무려 315개 콰트로 링을 연결해 완성한 케이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 세계 4개 도시에서 진행하는 4개 팝업 부티크도 있다. 콰트로 컬러를 테마로 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지난 2월 파리에서의 첫 오픈에 이어 5월 30일 서울에 두 번째 팝업을 공개한다.

    콰트로에 대한 찬사로 가득한 말풍선이 메시지 창을 뒤덮었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부러움으로 가득한 기분이다. 손가락에 콰트로 반지 하나만 있다면,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모습도 훨씬 근사해 보일 것만 같은데 말이다. (VK)

      사진
      COURTESY OF BOUC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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