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루비 구두가 사라졌다
1931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의 패션은 지금도 종종 회자되곤 합니다. 시그니처 블루 깅엄 체크 드레스와 퍼프 소매가 매력적인 블라우스, 화이트 삭스에 유명한 레드 슈즈까지, 완벽한 ‘도로시 룩’이죠.

영화에서 모험을 마친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물어보는데요, 마법사는 “눈을 감고 루비 구두 뒤꿈치를 세 번 맞부딪치고, 마음속으로 ‘집만 한 곳이 없구나’라고 생각해봐”라고 답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명 ‘루비 구두’로 불리는 반짝이 구두죠. 도로시가 환상적인 모험을 마치고 고향 캔자스로 돌아갈 때 신었던 신발입니다.

도로시 역을 맡았던 배우 주디 갈랜드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루비 구두를 여러 켤레 번갈아가며 신었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 총 네 켤레입니다.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을 비롯해 주디 갈랜드의 고향 미네소타주의 지역 박물관 등에 전시되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네소타주 박물관에 전시되었던 루비 구두가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2015년 여름, 누군가 진열장을 부수고 루비 구두를 훔쳐 달아났죠.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루비 구두는 2018년 FBI가 도둑들을 검거하면서 마침내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매 회사에 넘겨진 상황이었죠. 미네소타주 주민들은 루비 구두를 다시 박물관에 가져올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매 회사에도 기부할 것을 요청하고 있죠.

하지만 경매업체인 헤리티지 옥션의 부사장 조 마달레나(Joe Maddalena)는 “100만 달러에 팔 수도 있고, 1,000만 달러에 팔 수도 있다”며 “한번 사라지면 세상의 모든 돈으로도 다시 살 수 없다”며 기부할 생각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다만 루비 구두가 박물관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환상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며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죠.

지금까지 무사히 남은 루비 구두 네 켤레 중 두 켤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친구들이 영화 박물관에 기부하기 위해 구매했다고 합니다. 다른 한 켤레는 미술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이제 길 잃은 마지막 루비 구두 한 켤레가 도로시처럼 모험을 끝내고 다시 미네소타 박물관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죠.
- 포토
- Warner Bros./IMDb,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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