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ART OF Ruinart
프리즈 서울 2024에서 마주한, 토모코 소바주가 그려낸 루이나의 자연.
최초의 샴페인 하우스 루이나(Ruinart)는 1729년 시작되었다. 루이나는 창립 초창기부터 예술과 협업해왔으며, 매해 아티스트 1인을 선정해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도시 랭스(Reims)에 있는 루이나의 포도원과 하우스에 초청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아티스트 본인의 해석을 담아 자유롭게 작품으로 풀어내는 이른바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프로젝트를 200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아티스트 한 명이 아닌 각기 다른 국적의 여섯 아티스트를 선정, ‘자연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Nature)’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 이야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선정된 토모코 소바주(Tomoko Sauvage)는 일본 출신 음악가이자 예술가로 물, 세라믹, 전자 기기 등을 결합한 작품을 전개해왔다. 프리즈 서울 2024 루이나 부스에서 ‘인투 더 세르펜틴 벨(Into The Serpentine Bells)’을 공개한 토모코 소바주를 만나 이번 작품과 루이나와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즈 서울 2024의 루이나 부스에서 키네틱 설치물 ‘인투 더 세르펜틴 벨’을 공개했어요. 루이나에 중요한 장소인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도시 랭스를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랭스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에요. 루이나 하우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석회동굴 셀러였습니다. 채석장으로 쓰던 공간을 지금은 와인 보관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성당처럼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실로 방대해 그 공간을 본 순간 매료되었죠. 석회동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의 공명도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작품에 사용된 백악(Chalk) 소재는 실제로 루이나 와인 셀러에서 채굴해온 거예요. 물과 다공성 소재인 백악이 합쳐질 때 생기는 버블 사운드도 작품에서 감상할 수 있죠. 또한 작품을 구성하며 샴페인 마실 때의 자연스러운 제스처나 소리를 관찰하게 됐어요. 서로 잔을 마주할 때 유리와 유리가 부딪치며 나는 소리, 샴페인의 기포 소리, 입술이 닿는 유리잔 부분을 만질 때의 소리 등 여러 상호작용을 작품에 투영했습니다.
이번 카르트 블랑쉬는 아티스트 6인이 하나의 주제로 각기 다른 작품을 풀어냈죠.
’자연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아티스트 6인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모두 루이나 하우스에 방문해 같은 곳을 둘러보았는데도 각기 다른 창작 방향으로 작품을 표현했죠.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저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루이나는 프랑스 랭스에 ‘예술가의 정원’을 계획했고, 올가을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토모코 소바주, 당신의 작품도 이곳에서 전시되죠. 영구적인 작품을 만든 건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영구적인 데다 야외에서 선보이는 작품이죠. 이 모든 게 처음이기에 의미가 아주 남다릅니다. ‘예술가의 정원’에서 공개될 작품은 야외 정원 조각으로, 103개 유리 조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성이에요. 멀리서 보면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종(Bell) 모양의 조형물이죠. 이번 작품을 위해 파키스탄 출신 건축가 듀오와 협업했습니다. 뱀은 비, 풍요, 자연의 힘을 상징하기에 그런 에너지를 루이나의 정원에 불어넣고 싶었어요. 관람객은 작품 속, 그러니까 종 안쪽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유리의 벽이 굉장히 두껍기에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예술가의 정원’을 찾은 이들이 유리를 통해 굴절되는 빛과 왜곡되는 잔상 등 작품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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