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DAY 3
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3일 차가 밝았습니다. 마음껏 모든 룩을 탐구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받은 날이었죠. 프라다도 모스키노도 어서 와서 골라보라고 손짓했고요. 변화는 마음이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되기도 하는 법입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앉은 자세가 달라질 수 있죠. 변화가 필요하신가요? 3일 차 룩을 만나보세요.
프라다(@prada)
“알고리즘을 벗어나 마음껏 입고 싶은 옷을 입어라!” 프라다의 이번 컬렉션이 제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무대 뒤에서 프라다는 “알고리즘에 지시받는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주입한 것이에요”라고 말했죠. 그들은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말라는 듯 아카이브에 있는 모든 것을 마음 가는 대로 꺼내 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상이 당신에게 1벌의 옷만 보여주면 당신은 10벌을 찾아 마음껏 취하라는 듯이요. 패션이 조용한 럭셔리에 굴복하고, 온라인에서는 똑같은 것만 따라 하는 무의미함이 반복되는 요즘에 설득력 있는 관점입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유행을 선도해온 자신들의 컬렉션에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릅니다.
프라다 여사와 라프 시몬스가 몰래 우리나라에 들러 북한산이라도 탄 걸까요? 실버 스팽글 드레스에 노란색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챙이 긴 라탄 모자를 써보세요. 그 무엇도 대한민국 산악인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두 디자이너도 우리에게 가죽 수영복, 볼 스커트가 달린 스커트 등을 제안하며 “우리는 인간적인 제안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 저는 외계인 선글라스를 쓰기로 작정했습니다.
막스마라(@maxmara)
“과학자의 일과 디자인은 혼돈에 질서를 부여한다는 뚜렷한 유사점이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과학과 수학을 그렇게나 무시할까요? E=mc2과 마르셀 브로이어 안락의자의 차이점은 뭘까요? 어떤 면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이안 그리피스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수학과 과학을 누가 무시했는지 모르겠지만, 디자인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는 히파티아(Hypatia)의 포물선과 피타고라스의 기하학을 막스마라의 우아한 라인에 적용했습니다. 일종의 디자인 공식을 개발한 것이죠. 갈색 원 숄더 니트 드레스는 느긋한 포물선이 몸을 가로질러 컷아웃되었지만 어디에서도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직선으로 접힌 의상은 평면적이고 딱딱해 보이겠지만, 한없이 편하도록 절묘한 재봉이 들어가 있었죠. 현란한 다트 기법은 디자이너의 자부심처럼 보였고, 막스마라의 정수처럼 느껴졌고요.
모스키노(@moschino)
모스키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디자이너, 아드리안 아피올라자(Adrian Appiolaza)는 “저에게는 재미와 낙관주의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그 런웨이의 에디터는 그의 쇼를 보고 ‘서브 컬처 그랜드 투어’ 같았다고 평했죠. 쇼는 올 화이트 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마네킹 주위로 천을 꼬아 만든 모스키노의 룩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죠. 그 외에도 <i-D 매거진> 공동 창립자 테리 존스(Terry Jones)에게 티셔츠와 레깅스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스타일의 그래픽 슬로건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죠. 버팔로 시대를 떠올리게 한 페도라 룩도 있었고요. 해체된 리틀 블랙 드레스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하우스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의 유산을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패션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GCDS
‘플라워 오브 더 콘크리트(Flowers of the Concrete)’.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섬세한 꽃은 줄리아노 칼자(Giuliano Calza)에 의해 새롭게 피어납니다. 칼자는 찰리 XCX는 물론 비앙카 센소리에게도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들의 ‘고집스러운 에너지’는 틈새시장에서 발현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칼자는 V 형태의 신축성 있는 상의, 얇은 니트웨어와 타이츠처럼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펜슬 스커트, 봄버, 미니 드레스 같은 공작부인풍 새틴 소재, 사토리얼 작품과 짝을 이뤄 뚜렷한 대비를 보여줬죠. 컬러 팔레트에서도 주황색에서 보라색까지 밝은 톤의 병치로 대비감을 만들고 ‘브랫 그린’을 비롯한 여러 녹색 톤을 탐구했습니다. 편안한 룩에 포인트를 넣는 것이 그가 찾아낸 방식이었을까요? 찰리 XCX가 쇼를 위해 만든 ‘에브리띵 이즈 로맨틱(Everything is Romantic)’ 리믹스의 제목처럼 ‘사랑’이 정답이라고 외치듯 로맨틱한 무드가 전체적으로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2025 S/S MILA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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