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DAY 2
밀라노 패션 위크 2일 차가 밝았습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활을 이야기한 에트로, 강인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연약한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 질 샌더,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은근히 설파한 델 코어까지, 다채롭던 2일 차 패션 위크를 만나보세요.
에트로(@etro)
무대 중앙에는 ‘용설란’이 자리했습니다. 100년에 한 번, 죽기 전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식물로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죠. 에트로 컬렉션은 부활, 끊임없는 패션의 순환을 ‘꽃’에 비유했습니다. 시칠리아 출신인 디자이너 마르코 드 빈센조는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났지만, 마음의 원형은 시칠리아에 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에게 용설란은 어린 시절 늘 함께했던 존재이자 부활의 상징으로 자리합니다. 빈센조는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데 양분을 다 쓰고 생을 마감하는 용설란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패션의 순환을 이야기한다고 밝혔죠. 컬렉션 또한 남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채도 높은 컬러를 대담하게 사용하고 화려한 꽃을 그 위에 새겼습니다.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은 타이트하고 관능적이었으며, 레이스와 풍성한 자수, 어둡지만 투명한 시스루로 덮였습니다. 강렬하고 매혹적인 지중해로 가보시죠.
질 샌더(@jilsander)
사람들은 단단한 껍질 속에 저마다 말랑한 감성을 품고 있습니다. 질 샌더는 2025 S/S 컬렉션에서 더 어둡고 강력한 것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겉옷을 젖혔을 때 내면의 부드러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그들은 캐나다인 포토그래퍼 그렉 지라드(Greg Girard)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20세기 자동차와 모텔 방 이미지를 프린트한 그의 작품을 박시한 셔츠, 펜슬 스커트 등에 각인했죠. 네온 불빛이 퍼지는 야간 사진도 쇼 오프닝의 무지갯빛 수트부터 블랙과 레드가 뒤섞인 60번대 착장까지 컬렉션 전반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극을 달리는 룩도 있었지만, 부드러운 파스텔 톤 미디 드레스와 작은 비즈 장식으로 밑단을 곡선 처리한 리브 니트 등 가볍고 부드러운 요소를 컬렉션 중간에 배치했습니다. 부케가 프린트된 검은색 레인 코트에 흰색 셔츠를 매치한 마지막 룩은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하는 여린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했고요.
델 코어(@delcoreofficial)
델 코어는 과학자, 교수, 연구원으로 일하는 여성을 응원했습니다. 평생 가운으로 옷을 가려온 그들을 위해 실험실에서처럼 투명에 가까운 흰색 실험복에 파란색 신발 커버를 씌웠으며, 긴 라텍스 장갑을 낀 손엔 책 한 권씩을 들려 보냈죠. 그들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옥타비아 버틀러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를 들고 있었죠. 책 내용을 연결해보면 델 코어는 우리에게 현실을 똑똑히 보기를, 자신이 원하는 것과 예술 또한 본인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인 사실과 우아함이 깃든 옷은 조화로운 융합의 증거로, 미래에 희망의 씨앗을 남깁니다. 물론 델 코어가 잘하는 이브닝 웨어도 빼놓을 수 없죠. 5벌의 클로징 룩은 강렬했으며, 나오미 캠벨이 섬세한 플리츠의 화이트 칼럼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고요. 더 화려한 그의 작품은 1월 파리 꾸뛰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25 S/S MILA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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