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를 좋아한다면 빠질 수밖에 없는 가방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아이템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청바지가 그렇습니다. 저는 캐나다 시골에서 자랐어요. 새로이 부상하는 신진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제품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죠. 제게 가장 쉬운 선택지는 데님 피스였습니다. 스키니 진, 페인트를 뿌린 청바지, 디스트레스드 진 등 언제나 새로운 청바지를 찾아 헤맸어요. 가끔은 직접 리폼을 하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저는 자연스럽게 데님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2024 F/W 런웨이에는 데님 백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자연스레 눈이 갈 수밖에 없었죠. 온갖 종류의 청바지를 모을 정도로 데님을 좋아했건만 왜 가방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요? 로에베는 깔끔한 슬라우치 호보 백을, 디젤은 닳고 해진 디스트레스드 숄더백을 내놓았습니다. 마린 세르는 모노그램 스타일을 올렸더군요. 가죽 트렌치 코트, 꽃무늬 드레스, 매끈한 니트와 같은 옷차림에 짝지어진 데님 백은 캐주얼하면서도 쿨했습니다. 마무리로 무심한 멋을 더하기에 제격인 아이템이었죠.
물론 데님 백은 새로운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특히 2000년대는 데님 백의 전성기였죠. 디올 같은 럭셔리 하우스는 아이코닉 백을 데님 버전으로 출시하기도 했고요. ‘잇 걸’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루이 비통의 배기 백을 떠올려보세요. 데님 백은 모든 것이 가능하던 Y2K 시대의 무모함을 반영하는, 재미있는 가방이었습니다. 최근 돌아온 트렌드는 그보다 훨씬 더 절제된 느낌이지만요.
관건은 스타일링이었습니다. 데님 애호가인 저마저도 연출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다행히 수많은 패션 셀럽들이 참 다채로운 룩에 데님 백을 들어왔더군요. 청바지를 고수한 리한나, 클래식한 블레이저로 중심을 잡은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범위도 넓었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데님 소재의 아이템을 입었다고 해서 데님 백을 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의외의 세련미를 자랑하죠. 청청 패션이 그렇듯이요. 두아 리파는 데님 브라 톱과 청바지, 엠마 체임벌린은 데님 재킷에 매치했더군요. 청바지와 마찬가지로, 데님 백 역시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 없다는 걸 확신하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올가을 검은색 가방에 잠시 휴식을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당분간 데님 백만 질리도록 들 예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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