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은 언제나 옳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빛을 발하는 계절은 역시 겨울이죠.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색조는 코트와 수트, 스웨터와 치마 등 도톰한 겨울 옷감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다가올 겨울에는 그 범위가 한 뼘 더 넓어질 예정입니다. 가방의 영역까지 넘보는 중이거든요. 눈에 밟히기 시작한 건 2024 F/W 런웨이였습니다. 보테가 베네타, 까르벵, 루이 비통 등 클래식 컬러에 도가 튼 하우스들이 일제히 선택한 가방 색이었죠.

Tod's F/W 2024 RTW

Tod's F/W 2024 RTW

인상 깊었던 건 톤이었습니다. 쥐색에 가까운 어두운 빛깔도, 반짝이는 은색도 등장했지만요.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매력을 어필한 건 아주 밝은 회색이었죠. 하얀색에 검은색 물감을 딱 한 방울만 떨어뜨린다면 이런 색이 나올까 싶더군요. 그래서일까요? 회색 고유의 차분함은 그대로되 존재감은 옷에 밀리지 않았습니다.

모노크롬이나 톤온톤 룩처럼 조화가 우선인 룩을 제외하면 포인트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와 펜디의 무대에서는 캄캄한 블랙 드레스를 은은하게 밝혀주었고, 토즈와 까르벵은 베이지색과의 궁합을 증명했죠.

@madina_mariposa

@camillecharriere

그간 겨울 데일리 백은 어두운 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제일 많은 지분을 차지한 건 당연히 블랙이고, 색이 들어간다고 해도 브라운, 버건디처럼 짙은 톤으로 계절감을 맞췄죠. 이번 시즌 회색 가방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클래식하고 조화로운 색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앞선 색들과 무드가 다르거든요.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보다 단호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죠. 여타 메탈릭 액세서리에 비하면 훨씬 더 미니멀하고요.

마침 팬톤이 꼽은 2025 S/S 패션 컬러도 달빛을 닮은 ‘문빔 그레이’입니다. 지금 부지런히 친해져두면 내년 여름까지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매끈한 가죽이 지나치게 차가워 보인다면 스웨이드처럼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를 선택해보세요. 깊이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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