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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고자극, ‘에밀리아 페레즈’

2025.03.05

쏟아지는 고자극, ‘에밀리아 페레즈’

지난 2월 열린 <에밀리아 페레즈>의 언론 시사회 당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기 때문이었죠(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삶에 찌든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가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며 멕시코 시장 한복판에 물 흐르듯 스며들어 존재를 드러낸 순간부터 133분의 드라마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패션부터 음악,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섬세한 호흡까지, <에밀리아 페레즈>는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고자극’으로 가득한 영화였으니까요. 현실에 찌든 리타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할 땐 <라라랜드>와 <스타 이즈 본>이 뇌리에 스치기도 했지만, <에밀리아 페레즈>는 훨씬 은밀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생 로랑의 패션처럼요.

“이 영화를 세번이나 봤다”고 고백한 제임스 카메론과 드니 빌뇌브, 기예르모 델 토로, 그레타 거윅 등 위대한 감독들과 배우들이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뜨거운 찬사를 건넸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반응은 토론토의 영화 평론가 테리 하트(Teri Hart)의 소박한 평입니다. 그는 지난해 토론토영화제 최고의 상영작으로 <에밀리아 페레즈>를 꼽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이 영화를 본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부디 당신도 그렇길.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고,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단서를 쥔 채 영화를 풍성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정보를 건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욕망을 아무도 모르게 감춘 채 긴 시간 살아온 갱단 보스 ‘델 몬테’와 아무것도 모른 채 두 아들을 함께 키우며 살아가는 그의 아내, 그리고 비밀리에 델 몬테의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변호사 리타가 서로 얽히며 벌어지는 아찔하고 파격적인 뮤지컬 영화입니다. 감독은 <위선적 영웅>(1996), <예언자>(2009), <디판>(2015) 등으로 칸영화제에서 여러 번 호명된 자크 오디아르. 현지 시간으로 지난 3월 2일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조 샐다나를 필두로 셀레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개성 넘치는 주역으로 이야기를 이끌죠.

생 로랑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장편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생 로랑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한 영화 세 편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칸영화제 2관왕(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다 후보 및 최다 수상(작품상, 외국어영화상, 주제가상, 여우조연상)을 기록했고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조 샐다나)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상승 기류를 이어가고 있죠. 슬립 톱에 스키니 진 차림으로 위태로운 세상을 담대하게 활보하는 주인공 리타의 패션처럼 생 로랑의 활약이 더해지며 <에밀리아 페레즈>는 영화 애호가뿐 아니라 패션 피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중입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3월 12일 국내에서 개봉합니다. 올해 최고의 뮤지컬 영화에 등극하기에 충분한 이 영화의 하드코어한 매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감상하세요.

류가영

류가영

피처 에디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본능적인 패션 감각을 타고난 화가, 소설가, 영화감독, 셰프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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