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구찌 2026 크루즈 컬렉션
피렌체는 구찌에 단순한 도시 그 이상입니다. “구찌는 피렌체이고 피렌체는 구찌죠.” 구찌 CEO 스테파노 칸티노(Stefano Cantino)의 말처럼 1921년 구찌오 구찌가 브랜드를 창립한 이후 하우스의 영혼을 담은 도시이자 근원이 되었습니다. 구찌의 2026 크루즈 컬렉션은 오랜 세월 장인의 손길로 예술혼을 불어넣은 피렌체 올트라르노의 팔라초 세티만니(Palazzo Settimanni)에서 펼쳐졌습니다. 1953년 구찌가 인수한 후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 이곳은 2021년부터 구찌의 아카이브를 보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하우스의 유산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하나의 서사를 품은 이번 쇼는 르네상스 궁정 문화에서 비롯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즉 무심한 듯 완벽하게 계산된 세련미를 바탕으로 살롱 형식의 런웨이를 선보였습니다. 공간뿐 아니라 컬렉션 전반에서 아카이브를 반영한 룩이 하나둘 등장하며, 사바토 데 사르노의 마지막 컬렉션에 담긴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하우스의 유산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했죠.

첫 번째 룩은 모피 재킷과 레이스 톱, 화려한 스커트로 시작했습니다. 깊이 파인 네크라인과 고급스러운 소재는 톰 포드 시절 구찌의 전성기를 다시 떠올렸죠. 젯셋 글래머의 부활을 예고하듯 관능미와 세련미가 공존하는 룩이 런웨이를 지배했습니다.
구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맥시멀리즘 역시 등장했습니다. 특히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보우 장식이 컬렉션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죠.

다시 한번 구찌의 황금기를 불러온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하우스의 역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저는 다양성과 자유를 사랑합니다. 제 작업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의 철학은 맥시멀리즘의 근간이 되었고, 다양한 요소를 과감하게 결합해 새로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선명한 핑크 보우 블라우스에 사선 스트라이프 스커트와 가방을 더한 스타일링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큼지막한 귀고리와 선글라스도 마찬가지죠. 화려한 컬러의 조합은 하우스의 코드를 다시 풍성하게 확장했습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플로럴 패턴은 프리다 지아니니를 연상케 합니다. 구찌를 우아하고 로맨틱하게 재정립한 그녀의 손길 덕분에 꽃은 하우스의 대표적인 코드가 되었죠.
로고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메시 소재는 사바토 데 사르노의 언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간결한 실루엣이 절제된 우아함을 자아내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죠.

시퀸 장식 블랙 드레스를 끝으로 모델들이 팔라초 세티만니의 문을 열고 피렌체 거리로 나아가며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한 챕터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내일에 대한 기대를 남겼죠.
그의 마지막 컬렉션은 하나의 박물관 같았습니다.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디자인 요소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며, 풍성한 역사를 돌아보게 했죠.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하우스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면서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무대였습니다.

이제 구찌는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와 함께 또 다른 여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이 순간, 피렌체 거리에서 뎀나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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