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 가벼워졌다고 해서 스타일마저 단출해져선 안 되겠죠. 이런 계절에 필요한 건 컬러 조합입니다.

튀는 걸 꺼리는 성격이라 집 안은 컬러풀하게 꾸밀지언정 옷만큼은 늘 무채색이었죠. 그러다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러 축구장에 간 날,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 속 제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 보였죠. 웃고 있는 얼굴에 선명한 레드가 더해지니 분위기가 확 살아났달까요. 그날 색이 인상과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컬러 아이템에 눈이 가더군요.

@chlodavie

@double3xposure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 조합! 마침 레이어드 없이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계절입니다. 실루엣이 단순해지는 여름엔 컬러 조합이 룩 전체를 좌우하죠. 이럴 때 색상 간의 관계를 원형으로 정리한 컬러 휠(Color Wheel)을 참고하면 색 조합이 훨씬 쉬워집니다. 컬러 휠을 보면 어떤 색이 조화를 이루고 어떤 조합이 강한 대비를 만들어내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거든요. 감각만으로 스타일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죠. 하지만 바쁜 출근길, 컬러 휠 찾기가 어디 쉽나요. 그럴 땐 지금 소개하는 컬러 조합을 참고하세요. 런웨이에서 이미 검증된 세련된 조합입니다.

퍼플 + 레드

퍼플과 레드를 나란히 매치하면 자연스럽게 눈이 갑니다. 미우미우는 2025 S/S 컬렉션에서 슬림핏 탱크 톱에 미디스커트를 통해 이 조합을 완성했죠. 두 색은 컬러 휠에서 가까운 ‘아날로그 컬러(Analogous Colors)’이기 때문에 충돌 없이 어우러집니다. 하지만 둘 다 강한 채도를 지녔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죠. 리얼웨이에서는 실루엣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고, 액세서리는 과감히 덜어내 컬러의 밀도로 인상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퍼플 + 브라운 + 옐로

퍼플, 브라운, 옐로 조합은 글로만 봤을 땐 파격적이지만, 베르사체의 룩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퍼플 스커트에 브라운과 옐로가 섞인 블라우스 조합은 신선하면서도 뜬금없진 않죠. 세 컬러는 컬러 휠에서 정삼각형을 이루는 ‘삼원색 균형’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노란색을 블라우스 일부에만 넣어 양을 조절했기 때문에 세 가지 색이 쓰였음에도 과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센스 있게 느껴지죠. 이렇게 세 가지 컬러를 조합하고 싶을 땐 양을 조절하세요.

그린 + 블루

그린과 블루는 원래 자연에도 존재하는 컬러여서일까요? 언제나 어색하지 않은 조합 중 하나입니다. 컬러 휠에서도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건 착각이 아니죠. 두 색 모두 청량한 계열이기 때문에 특히 여름에 잘 어울립니다. 과감한 노출 없이 시원해 보이고 싶은 날 참고하세요.

핑크 + 민트

핑크와 민트는 파스텔 고유의 사뿐함을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조합입니다. 색 온도는 다르지만 채도와 밝기가 흡사해 나란히 두었을 때 서로 부드러운 인상을 북돋웁니다. 여름 햇살 아래서는 두 색 모두 은은한 빛을 머금어 주변 공기마저 깨끗하게 느껴집니다. 맑고 여린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 조합만 한 게 없죠.

레드 + 핑크

핑크와 레드는 같은 계열에서 명도 차이만 둔 조합입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는 부드럽고 정서적으로는 생기 넘치는 인상을 주죠. 두 컬러가 만나면 로맨틱 무드를 더 다이내믹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의에 밝은 핑크, 하의에 무게감 있는 레드를 매치하면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감정선도 탄탄해지죠. 감정에 풍덩 빠지고 싶은 날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