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2025년의 쇼파드, 가장 로맨틱한 시간

2025.05.28

2025년의 쇼파드, 가장 로맨틱한 시간

워치스 앤 원더스 2025에서 가장 로맨틱한 전시장을 꼽으라면 쇼파드다. 창문처럼 배치된 커다란 LED 화면에서는 분홍빛으로 물든 꽃잎이 하염없이 흩날리고, 쇼윈도에는 탐스러운 꽃 무리 위로 시계와 주얼리가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의도는 분명했다. 우리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혹이다.

쇼파드의 창의적 미감과 기술적 혁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열정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알프스 빙하에서 얻은 영감은 아이스 블루 컬러 다이얼을 적용한 컬렉션 최초의 플래티넘 모델 ‘알파인 이글 41 XP CS 플래티넘’을 비롯해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재해석한 ‘L.U.C 콰트로’의 다이얼 표면은 전기화학적 부식 기법 갈바닉(Galvanic) 프로세스를 통해 오돌토돌한 질감으로 연출했으며,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 ‘L.U.C 풀 스트라이크 리빌레이션’은 처음으로 윤리적 옐로 골드 케이스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디아망트 컬렉션에서 등장했다. ‘디아망트 문페이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처음으로 문페이즈 기능이 내장된 무브먼트 쇼파드 09.02-C를 도입해 메종이 지닌 워치메이킹과 주얼리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자랑한다. 어벤추린 유리 다이얼이 은하의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에 경의를 표하는 디아망트 고유의 프롱 세팅이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더욱 밝힌다.

talk with CAROLINE SCHEUFELE

메종 공동대표이자 아트 디렉터다. 쇼파드의 가족 경영 체제가 지닌 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역시 100% 가족 소유라는 것이다. 덕분에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와 직원에 대한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늘 신중하게 고민한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의사 결정 속도다. 복잡한 이사회나 수많은 절차 없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상징적인 주얼리 컬렉션 ‘해피 다이아몬드’를 만든 주인공이다.

열여섯 살 때 뱃속에 작은 무빙 다이아몬드를 품은 광대 펜던트를 디자인했는데, 아버지가 주얼리로 만들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셨다. 당시 시계만 제작하던 쇼파드는 이를 계기로 주얼리 라인을 시작했다. 쇼파드에서 가장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나?

쇼파드는 늘 신선한 아이디어와 컬렉션, 트렌드를 제시할 뿐 아니라 티타늄과 알루미늄같이 새로운 소재도 꾸준히 활용한다. 동시에 에나멜링, 인그레이빙 같은 장인들의 전통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젊은 인재 교육에 힘쓰고 있다.

워치메이킹과 주얼리 유산을 융합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사실 시계와 주얼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시계는 보통 무브먼트에서 출발하지만, 주얼리는 백지상태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분야의 디자인 작업을 모두 사랑한다. ‘디아망트’는 시계와 주얼리가 얼마나 조화로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컬렉션이다. 서로 보완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재활용 합금 소재 ‘루센트 스틸TM’, 그린 카펫 컬렉션 등 지속 가능한 럭셔리 산업의 선두 주자다. 계기가 궁금하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에코 에이지 창립자 리비아 퍼스(Livia Firth)를 만난 것이다. 그녀가 쇼파드 골드의 출처를 물었고, 나는 엉뚱하게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라는 당시 거래 중인 스위스 대형 금융기관의 이름을 댔다. 그제야 스스로도 정확한 답을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그녀에게 윤리적 채굴과 원자재 유통 관련 NGO를 소개받았고, 브랜드 전반에 걸쳐 100% 윤리적이거나 재활용 골드만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럭셔리도 투명성이 중요하다.

2023년과 2024년, 2년에 걸쳐 놀라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소푸(Insofu)’를 공개했다. 연마되지 않은 원석을 사용한 주얼리는 무엇이 특별한가?

정말 긴 여정이었다. 6,225캐럿에 달하는 에메랄드 원석은 커팅과 폴리싱, 디자인, 제작 과정을 거쳐 마침내 레드 카펫에 올랐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으로 작업할 때는 창작 방향부터 완전히 다르다. 출처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인소푸 에메랄드를 처음 볼 때부터 그 형태와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했다. 미리 정해진 디자인에 맞추려 하지 않고, 보석이 지닌 ‘영혼’이 우리를 이끌도록 한 것이다. 자연이 만든 것을 바꾸기보다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더 생명력 있고, 개인적이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인소푸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할 피스는?

인소푸는 잠비아어로 ‘코끼리’를 뜻한다. 처음 원석을 마주할 때 코끼리 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 역시 코끼리 모티브 주얼리다. 코가 위를 향해야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를 반영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새로운 도전 중이라고 들었다.

올해로 3년째 개인 오뜨 꾸뛰르 컬렉션 ‘캐롤라인 꾸뛰르’를 선보이고 있다. 하이 주얼리와 어울리는 꾸뛰르 드레스를 함께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다. 지금 쇼파드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고 있다. (VK)

    패션 에디터
    김다혜
    포토
    COURTESY OF CH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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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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