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디올 떠난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립니다. 디올에서 여성 총괄 디렉터로서 꾸뛰르, 레디 투 웨어, 액세서리 컬렉션을 총괄해온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9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디올을 떠납니다.

디올은 5월 29일 목요일 공식 성명을 통해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여성 꾸뛰르, 레디 투 웨어, 액세서리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음을 알립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디올 회장 겸 CEO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디올에 합류한 후, 페미니스트의 관점과 탁월한 창의성으로 놀라운 성과를 냈습니다. 무슈 디올의 정신이 깃든 그녀의 디자인은 모두가 열망하는 컬렉션을 만들어냈습니다. 디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동시에 브랜드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으며, 여성 컬렉션을 이끈 최초의 여성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키우리는 “제게 신뢰를 보내주신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님과 델핀의 지원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운을 뗀 뒤 “무엇보다 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해준 팀과 아틀리에의 재능과 전문성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여성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세대를 잇는 여성 패션에 대한 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한 챕터를 써 내려갔으며, 함께해온 모든 여정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후임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디올은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조나단 앤더슨을 임명했는데요, 1월 킴 존스의 사임 이후 이뤄진 결정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키우리는 1989년 펜디에서 핸드백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죠. 1999년 발렌티노에 합류해 액세서리 디자인을 맡았으며, 2008년부터는 피엘파올로 피촐리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습니다. 2016년 디올에 합류한 그녀는 1947년 하우스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였습니다. 크리스챤 디올, 이브 생 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디자이너들의 뒤를 이어 자신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펜싱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의 2017 S/S 데뷔 컬렉션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슬로건 티셔츠로 곧바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성의 권한 강화를 꾸준히 언급했던 그녀의 전체 임기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되었죠. 키우리는 보그 런웨이 인터뷰를 통해 “여성은 한 가지 유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진정한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키우리는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에바 조스팽(Eva Jospin), 미칼린 토머스(Mickalene Thomas) 등 여러 여성 아티스트와 협업해 패션쇼 무대를 꾸몄습니다. 2025 S/S 컬렉션에는 이탈리아 아티스트이자 궁수인 사그 나폴리(Sagg Napoli)가 직접 활을 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쇼에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그녀는 설립자 크리스챤 디올뿐 아니라 아카이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했습니다. “무슈 디올은 10년 동안만 활동했습니다. 디올은 오직 그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에요!” 그녀는 첫 컬렉션 당시 보그 런웨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어떤 면에서 저 자신을 하우스의 큐레이터로 봅니다”라고 소견을 피력했습니다.
2018년에는 CEO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와 함께 존 갈리아노 시절의 시그니처 백인 새들 백을 부활시켰고, 2024 F/W 컬렉션을 통해 마르크 보앙이 론칭한 ‘미스 디올’의 레디 투 웨어 라인과 꾸뛰르 고객에게 기성복을 제공했던 미스 디올의 부티크 매장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녀는 “그 컬렉션과 보앙의 역사적 순간에 매료되었습니다”라고 보그 런웨이에 털어놓았죠.

키우리는 그간 레디 투 웨어, 꾸뛰르, 크루즈, 프리폴 컬렉션 등 수많은 쇼를 연출하며 디올을 이끌어왔고, 모두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HSBC에 따르면, 디올 꾸뛰르의 매출은 2017년 22억 유로에서 2023년 95억 유로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디올도 경기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전반적인 럭셔리 시장 둔화와 함께 매출이 87억 유로로 감소했습니다. 2025년 1분기에는 LVMH의 패션 및 가죽 제품 부문 매출이 5% 하락했으며, 디올은 이에 대응해 지난해 10월 베네데타 페트루초(Benedetta Petruzzo)를 전무이사로 고용했으며, 4월에는 피에르 에마뉘엘 안젤로글루(Pierre-Emmanuel Angeloglou)를 부CEO로 선임했습니다.
디올 2026 크루즈 쇼는 그녀의 고향 로마를 테마로 한 ‘올 화이트에 가까운 감성적인 쇼’였으며, 그 무대가 그녀의 마지막 디올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한편 키우리는 개인 프로젝트로 로마의 유서 깊은 극장 ‘테아트로 델라 코메타(Teatro della Cometa)’를 복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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