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가장 모던한 주얼러, 소피 빌 브라헤의 부티크

2025.06.03

가장 모던한 주얼러, 소피 빌 브라헤의 부티크

코펜하겐 출신 주얼리 디자이너 소피 빌 브라헤가 매디슨 애비뉴에 부티크를 오픈했다.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그녀의 주얼리처럼 뉴욕 매장은 개성이 넘친다.

뉴욕 매디슨가에 오픈한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소피 빌 브라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운하가 있는 브루클린의 고와너스 지역은 개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코펜하겐처럼 변모할 가장 유력한 동네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동안 덴마크 스타일에 대한 취향은 지금 막 문을 연 소피 빌 브라헤(Sophie Bille Brahe)의 매디슨 애비뉴 부티크에서 충족할 수 있다. 시끌벅적한 거리에서 벗어난 이 매장은 고요한 피난처이자 빌 브라헤의 차분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공간.

미국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빌 브라헤뿐 아니라 여러 스칸디나비안 브랜드가 뉴욕 진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빌 브라헤는 시장에 빨리 진입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디자이너는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는 데 3년을 들였고, 공간을 채울 완벽한 오브제도 신중하게 골랐다. “여기 있는 것들은 전부 제가 좋아하고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저만의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매디슨가 1000번지 2층에 자리한 매장은 어느 정도 사생활 보호도 가능하다. “1층과 2층 중 매장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빌 브라헤는 걸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고객에게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사적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2층을 선택했다. 디자이너의 고향인 코펜하겐 매장(이 공간도 2층에 있다)을 방문한 적 있다면 새로 오픈한 뉴욕 매장을 이란성쌍둥이처럼 꾸몄음을 알아챌 것이다. 바닥재 회사 디네센(Dinesen)의 연한 원목 마루, 공간에 스토리와 감성을 불어넣는 진열장과 장식도 덴마크에서 가져왔다. 주얼리에도 그런 분위기가 깃들어 있다. “덴마크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푸른색이 제 주얼리에도 있죠.”

부티크에 들어서면 덴마크식 미니멀 스타일로 꾸민 공간이 펼쳐진다.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의 스타 크라운 펜던트 조명 아래 폴 케홀름(Poul Kjærholm)이 디자인한 가죽을 씌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빌 브라헤는 그 테이블이 “우리가 자라면서 많이 봐온 테이블의 사촌 격”이라고 설명했다. 가로로 긴 방에서 왼쪽으로 돌면, 나무와 유리로 만든 루네 요한센(Rune Johansen) 진열장에 전시된 소피 빌 브라헤의 베스트셀러가 조명 아래 빛나고 있다. 각기 다른 사이즈의 다이아몬드가 이어진 모던한 스타일의 테니스 목걸이와 엄청나게 인기를 끈 이니셜 반지다. 코펜하겐의 잇 걸이라면 손가락에 하나씩 끼고 있다.

매장 내부는 매디슨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창에 가까울수록 넓고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창가에는 유리 테이블을 중심으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츠 테셀리우스(Mats Theselius)의 금속 의자는 창문을 향해 자리하고, 소파에는 디자이너의 뮤즈인 페기 구겐하임이 연상되는 애니멀 프린트 원단을 씌웠다. 케냐에서 호랑이와 동고동락하며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작가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집필한 카렌 블릭센(Karen Blixen)도 그녀의 뮤즈다. 과거 빌 브라헤 집안이 후원한 덴마크 조각가 베르텔 토르발센(Bertel Thorvaldsen)의 사자 석상 두 개가 늠름하게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빌 브라헤가 베니스(구겐하임이 정착한 곳)에서 디자인한 조개 모티브의 유리 꽃병과 스벤스크트 텐(Svenskt Tenn)의 손거울이 놓여 있다. “제가 일일이 고른 것들이에요. 제 과거와 연결돼 있다고 할 만한 것들을 고르느라 시간이 꽤 걸렸죠.”

작은 물방울무늬 커튼이 햇빛을 투과하면서 내는 고요한 분위기는 빌헬름 함메르쇠이(Vilhelm Hammershøi)의 그림과 비슷하다. 하지만 매디슨가 1000번지의 느낌은 좀 더 밝고 선명하다. 빌 브라헤 본인이 고요함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신고 있던 진주 지비츠 장식 크록스에서 그녀의 장난기가 엿보였다. 덴마크에서 4년 6개월 동안 금세공 기술을 익힌 그녀는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자신의 숙련된 수공 기술에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저는 늘 조용했어요. 언제나 손으로 주얼리를 만들었고, 그게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곧 선보일 진주 컬렉션은 그녀가 열다섯 살 때 만든 주얼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한 번도 유행에 관심을 가진 적 없어요. 제게 디자인은 매우 내면적인 영역입니다. 물 흐르듯 제 안에서 흘러나오는 거라고 느껴요. 그래서 컬렉션을 준비할 때면 주위 것들을 모두 막은 채 제 생각에 귀를 기울이죠.”

배움이든 장신구든 빌 브라헤는 자리 잡힌 기존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걸 즐긴다. “클래식한 것을 변형해 동시대적이고 착용하고 싶은 형태로 만드는 거죠. 실제로 노하우를 알아야 다른 차원의 우아함이 깃든 뭔가를 창조할 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재료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다이아몬드로 작업할 때면 작은 별에 세공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신비롭고 특별한 기분이 들죠. 진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우 여성적이고 개인적인 재료지만, 착용하지 않으면 광택이 사라지죠.”

소피 빌 브라헤의 이니셜을 새긴 주얼리를 착용한다면 빛나지 않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그녀의 올케 카롤리네(2010년에 잘나가던 모델 카롤리네 브라슈 닐센. 소피 빌 브라헤의 남동생 프레데릭과 2018년 결혼해 패션 브랜드 ‘카로 에디션’을 운영 중이다)는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캐주얼하게 착용한다. “주얼리를 착용할 때는 편한 게 중요해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든 더 화려한 의상이든 말이다. 빌 브라헤는 “옷 입는 방식과 삶의 방식, 주얼리 착용 방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여긴다. “주얼리는 자신과 연결돼야 하거든요.” (VK)

    LAIRD BORRELLI-PERSSON
    사진
    COURTESY OF VICTORIA HELY-HUTCHINSON, SOPHIE BILLE BRAH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