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코

자크뮈스의 아트 컬렉션은 모두 이 집에서 출발한다

2025.06.05

자크뮈스의 아트 컬렉션은 모두 이 집에서 출발한다

자크뮈스 아트 컬렉션을 책임지는 두안 장 드 쿠레주가 자신의 취향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파리 아지트를 공개했다. 먼 과거의 예술과 현대의 디자인이 주고받는 독특한 대화 속에서 그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두안 장 드 쿠레주. 왼쪽 벽에 걸린 회화는 베르나르 르키쇼(Bernard Réquichot)의 작품이다.

성 때문에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작은 아지트의 행복한 주인 두안 장 드 쿠레주(Duan Zhang de Courrèges)는 자크뮈스의 문화 프로젝트 및 예술 큐레이션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제가 하는 일은 아주 여러 가지죠. 간략히 말하면 빈티지 가구부터 현대미술품에 이르는 온갖 오브제를 선별하고 구입하며 브랜드의 아트 컬렉션을 구축하는 것이에요.” 최근 열린 패션쇼를 위해 두안은 아리스티드 마이욜(Aristide Maillol)의 청동 조각을 직접 찾아 나섰다. “자크뮈스에서 일할 땐 전후 시대의 피카소, 미로, 마이욜 같은 작가를 주목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중국 미술과 고대 유물을 더 좋아하죠. 하지만 일하면서 점차 마이욜의 진가를 깨달았고, 그의 미학을 끝내 제 아지트에 들여놓게 됐어요.” 이렇게 해서 그는 마이욜의 작품을 비롯한 신중하게 고른 많은 예술품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 ‘Tyrone’(1987)이 공간의 노란색과 강렬하게 어우러진 욕실.

파리 오페라극장 맞은편, 프랑스혁명 이전에 지은 건물에 자리한 65m2 규모의 아파트는 처음 들어섰을 때 화이트 큐브처럼 단순한 인상이었다. 두안은 이 공간을 ‘Parva sed Apta’라는 라틴어 문구를 써서 소개하길 즐긴다. 바가텔성에 새겨진 문구로 ‘작지만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아파트는 오스만 양식보다는 이탈리아의 매력이 돋보여 호기심을 부추겼다. ‘이탈리아 거리’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아파트 주변 지역이 이탈리아 문화권에 자리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본업과 상관없이 두안은 자신과 지인을 위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고심하길 즐긴다. “무엇보다 이 폐쇄적인 공간을 좀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구조로 바꾸고 싶었어요. 필요에 따라 변화를 주면서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기대하게 되는 놀이 공간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그다음 중요하게 여긴 것은 작품이 돋보이는 것이었어요. 회색과 흰색, 베이지 톤으로 집을 꾸민 이유죠. 또 하나 덧붙인다면, 고양이가 좋아할 법한 차분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꿈꿨고요.” 밝은 색상으로 칠한 벽과 바닥은 그의 고양이 오코에 대한 찬가와 다름없으며, 오코의 노란 눈동자에서 영감을 받아 욕실을 노란색으로 칠했다.

두안 장 드 쿠레주의 고양이가 에드가 자예(Edgar Jayet)의 ‘운하임리히카이트(Unheimlichkeit)’ 스툴 위에 앉아 있다.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레치피오(Recipio)’ 커피 테이블 위에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Les Mains’(1930)과 테오 메르시에(Théo Mercier)의 ‘Serpent Cosmique’가 놓여 있다. 벽에 설계한 수납장에는 안토니오 다 로스(Antonio Da Ros)의 무라노 화병 한 쌍과 고대 그리스의 일리리아식 투구가 한데 어우러진다. 둥글둥글한 느낌의 하얀 오브제는 에밀 질리올리(Émile Gilioli)의 ‘Composition’(1967).

공간에 기본 규칙을 확실히 세운 다음 두안은 불규칙한 형태의 벽을 수납장으로 변형하는 일로 시선을 옮겼다. 각기 다른 높이와 깊이의 수납공간은 모든 물건이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 “이사를 앞두고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물건이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미니멀리스트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웃음) 이 집에는 청소기나 다리미판 같은 일상적인 물건을 근사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요(몬드리안 추상화의 흑백 버전처럼 보이는 거대한 수납장이 눈에 띄었다). 밖에서는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아주 깔끔한 디자인의 수납공간을 원했죠.”

두안 장 드 쿠레주가 직접 디자인한 미니멀한 수납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카하마 가즈히데(Kazuhide Takahama)의 ‘안텔라(Antella)’ 식탁 위에 로자 리 샤브(Rosa-Ly Chave)의 ‘Testosteria’(2022)와 아파라투스(Apparatus)의 ‘Censer’가 조화롭게 다. 다카하마 가즈히데의 ‘가자(Gaja)’ 의자 오른쪽에 보이는 작품은 톈위샤오의 ‘Growing Tree’.

색깔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안은 공간마다 예술품과 디자인 오브제의 다양한 색조를 조화롭게 활용하기 위해 특히 공을 들였다. 조엘 드노(Joël Denot)의 핑크빛 사진과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이어지는 중국 작가 레이셰(Lei Xie)의 작품이 크림색 공간에 생기를 더하도록 연출한 것처럼 말이다. “레이셰가 작품에서 표현한 노란빛에서는 볼 때마다 정말 강렬한 감정이 느껴져요.” 욕실의 선명한 노란 벽 역시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감의 공간과 강렬한 색채대비를 이끌어내며 개성을 발휘한다. “색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를 좋아해요.” 두안은 그림의 비율과 조화에도 주의 깊게 반응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로버트 밥 윌슨(Robert Bob Wilson)의 의자는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다비데 그로피(Davide Groppi)의 조명은 설치미술처럼 천장을 따라 흐르며 수납장 내부까지 이어지는 ‘마법 같은’ 구조에 매료돼 들여놓았다. “예상치 못한 기하학적 요소와 테이블처럼 일상적인 사물의 형태가 낯선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심심한 미니멀리즘에 그친 공간이 아니라, 톈위샤오(Tianyu Xiao)의 나무 옷걸이처럼 시적 감정을 일으키는 아파트라는 것이 매력적이죠.”

두안 장 드 쿠레주의 거실은 예술품과 디자인 작품으로 가득하다. 벽에 걸린 회화는 레이셰의 ‘Fertilizer’(2024), ‘클리오(Clio)’ 의자는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하시(Hashi)’ 램프는 다비데 그로피의 작품이다. 벽에 설계한 수납장에는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조각상 ‘Léda’(1900~1905)가 로비 드위 안토노(Roby Dwi Antono)의 컬러풀한 회화 ‘Riboro’(2023)와 조화를 이룬다.
로버트 밥 윌슨의 ‘햄릿머신(Hamletmachine)’ 의자와 웬디 앙드뢰(Wendy Andreu)의 태피스트리 ‘Chain Tapestry #3’, 조엘 드노의 회화 ‘2011#1-A0’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한 데서 집주인의 미적 감각이 느껴진다.
상샤의 ‘다 티안 디(Da Tian Di)’ 의자가 공간에 의외의 붉은빛을 가미한다. 검은 조각상은 로베르 쿠튀리에(Robert Couturier)의 ‘Le Plongeur’(1999~2000).

그의 아파트 곳곳에는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인 작품과 밥 윌슨의 작품처럼 고전적인 분위기의 예술품이 조화를 이룬다. 그에게 밥 윌슨은 컬렉팅의 기준점과 같은 존재다. “서로 다른 작품이 대화를 나누도록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 조합이 엉뚱해도요. 예를 들어, 거실 벽면에 마이욜의 조각상이 벨몽도(Belmondo)의 청동 조각과 고대 그리스 헬멧을 마주 보는 것처럼요.” 같은 맥락에서 상샤(Shang Xia)의 붉은 의자는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 작품이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이 의자는 명나라 시대 중국 가구의 고전적인 선을 반영하면서도, 극도로 가벼운 하이테크 디자인을 갖춰 손가락 하나로도 거뜬히 들 수 있다(결코 과장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두안이 자신의 인테리어 철학을 정리했다. “과하지 않은 정교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코코 샤넬이 외출하기 전 제일 마지막으로 착용한 액세서리는 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것을 인테리어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셈이죠.” (VL)

    피처 에디터
    류가영
    ANNABELLE DUFRAIGNE
    사진
    ADRIEN DI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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