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건강을 위한 1만 보 걷기, 마케팅이었다?

2025.06.07

건강을 위한 1만 보 걷기, 마케팅이었다?

@larissahausler

1만 보. 하루에 이만큼 걸으면 건강해지고, 다이어트도 되는 마법의 숫자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이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요? 정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걸까요? 물리치료사와 심리학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숫자를 떠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걷는 것이 수명을 늘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1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실천하고 있죠. 스페인 <보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 마리아 킬레스(María Quiles)도 매일 1만 보를 걷는다고 합니다. 이 운동 챌린지 덕분에 킬레스는 책상 앞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좌식 생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죠.

하지만 여기서 그녀는 중요한 질문이 생겼는데요.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시되어버렸거나 일종의 집착이 되어버린 숫자, 1만 보를 지켜야만 하는 걸까요? 물리치료사 헤수스 세라노(Jesús Serrano)와 심리학자이자 마음 챙김 전문가 파트리시아 데 라 푸엔테(Patricia de la Fuente)가 ‘우리 몸에 진짜 필요한 걷기’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barbara_ines

마법의 숫자, 1만 보에 대한 과학적 견해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1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지침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입니다. 틱톡만 봐도 수많은 사람들이 1만 보 걷기 챌린지에 도전하며, 마치 WHO(세계보건기구)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승인한 것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WHO가 앉아만 있는 생활에서 벗어날 것을 지속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1일 1만 보와 같은 정확한 숫자를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세라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유래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정확히는 1965년, 일본에서 출시된 만보기에서 비롯되었어요. 그 제품을 만든 회사는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최소한 1만 보를 걷도록 권장했죠. 그때부터 이 숫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tina.malka

그렇다면 얼마큼 걸어야 할까?

이쯤에서 당연히 떠오르는 질문이 있죠.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큼 걸어야 하는가?’

“사실 하루 1만 보는 이상적인 신체 활동 수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세라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껏해야 1일 최소 활동량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객들에게 걷기 외의 운동을 함께 하도록 권장합니다.”

푸엔테도 덧붙입니다. “’얼마나 걷느냐’보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가짐으로 걷느냐’예요. 스스로를 돌보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1만 보도 괜찮은 목표가 될 수 있죠.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상적인 운동량과 우리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운동량 사이에서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는 거죠. 특정 숫자보다 자기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해요.” 두 전문가 모두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고 입을 모읍니다.

@chloelecareux

걷기, 숫자보다 방법이 중요

걷기는 너무나 좋은 운동이지만, 숫자를 목표로 세워두면 강박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만보기 앱이나 스마트 워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습관은 정신 건강에 결코 좋지 않습니다. 세라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한동안 저는 정해진 속도를 맞추는 데 지나치게 집착했어요. 밤에도 잠을 못 자고 ‘내일은 몇 킬로미터를 몇 분 안에 뛰어야 하지?’ 하는 생각만 했죠. 결국 어느 날 스마트 워치를 꺼버렸는데, 그때 깨달았어요. 기록을 재지 않아도 똑같이 뛸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걷기 앱이나 스마트 워치 등 기록을 위한 기기는 우리가 몸의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고, 화면 속 숫자에 따라 행동하게 합니다. 필요는 외면한 채, 목표만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달려나가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요. 앱과 스마트 워치는 걷기에 대한 성과를 쌓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걸어야 합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걷는 것과 달리, 산책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적절한 복장을 갖추게 되고, 단순한 운동 그 이상으로 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게 되거든요. 자신이 고른 한 가지 컬러를 찾으면서 걷는 컬러 워킹(Color Walking)이나 현재 순간에 집중해서 걷는 마인드풀 워킹(Mindful Walking)처럼 주변 풍경, 발걸음,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며 걷는 방식이 좋습니다.

“공원이나 산길, 언덕, 바닷가 또는 가보지 않았던 낯선 동네처럼 빛과 공기,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는 곳에서 걷는 것이 좋죠. 이런 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라고 세라노는 걷는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런 경험은 마음을 맑게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lululindinger

걷는 습관 들이는 방법

바쁜 일상에서 걷기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중 자연스럽게 걸을 기회를 만들어야 하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걸어가기 등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푸엔테는 걷는 습관을 들이고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제안합니다.

– 정확한 목표 없이 걷는 행위 자체에서 느끼는 감각에 집중할 것
– 현재 컨디션에 따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시작할 것
–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걸을 것
– 하나의 루틴이 되도록 항상 같은 시간에 걸을 것
– 걷는 방식이나 양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내면의 대화에 주의를 기울일 것
– 숫자를 세는 대신 걷는 즐거움을 느낄 것
– 자기 돌봄과 웰니스에 집중할 것

세라노는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안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마음먹고 시작하면, 몸은 어느 순간 스스로 걷고 싶다고 말할 거예요.”

María Quile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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