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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이 사랑한 햄튼, 이야기가 만들어낸 시간의 미학

2025.06.11

랄프 로렌이 사랑한 햄튼, 이야기가 만들어낸 시간의 미학

<위대한 개츠비>의 환상, 햄튼의 낭만, 그리고 서사를 입은 랄프 로렌의 아메리칸드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려낸 미국 동부의 낭만과 상실, 에드워드 호퍼의 정적 속 풍경, 조앤 디디온이 포착한 해변 너머의 시간까지. 이 다양한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햄튼(Hamptons)이다. 햄튼은 문학과 예술의 풍경이자, 기억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랄프 로렌에게 햄튼이 주는 상징성 역시 특별하다. 그는 휴식이 필요할 때면 가족과 함께 햄튼을 찾는다. 푸른 하늘과 드넓은 들판, 짭조름한 바다 내음으로 가득한 그곳은 그에게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끝없이 확장되는 영감의 원천이다.

지난가을 랄프 로렌은 햄튼의 한 목장에서 2025 스프링 컬렉션을 선보였다. 초원을 누비는 말과 귓가에 맴도는 새소리, 자연 속에 펼쳐진 랄프 로렌 컬렉션과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폴로 랄프 로렌, 칠드런 라인까지. 세대와 시대를 넘나들며 이어지는 아메리칸 럭셔리의 본질을 담아냈다. 올 초에는 상하이에서 열린 ‘리시(Resee) 패션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햄튼의 감성을 다시 한번 소환하며 서사를 이어갔다.

6월 5일에는 서울 한남동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 ‘컬처 앤 아트 토크: 햄튼 문학과 예술 유산’이 열렸다. 랄프 로렌이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는 햄튼을 배경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정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행사에는 <위대한 개츠비>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김영하 작가와 <모던 키친>의 저자 박찬용 에디터가 함께했다.

김영하 작가는 “랄프 로렌이 다른 브랜드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이야기’를 다룬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햄튼이 다양한 시대와 계층, 인물의 삶이 중첩된 공간임을 짚으며, “랄프 로렌은 이처럼 이야기가 스며든 장소의 정서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내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라고 설명했다. “진정한 럭셔리는 복제할 수 없는 서사를 가진 브랜드”라는 말로, 랄프 로렌이 시대를 넘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도 명확히 짚어냈다.

이날 연출된 공간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화이트 트렐리스와 수국으로 꾸민 입구부터 햄튼을 주제로 한 아트 북 큐레이션, 미스터 로렌의 아내 리키 로렌이 햄튼에서 가족과 함께 쌓아온 추억이 담긴 레시피를 담은 책 <The Hamptons: Food, Family, and History>에 등장한 음식을 선보인 팜스탠드 케이터링까지. 방문객은 단순한 제품 경험을 넘어 시대와 공간 속 서사를 공유하는 순간을 만끽했다.

랄프 로렌이 수십 년간 고집스럽게 이어온 브랜드의 세계관은 결국 한 편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햄튼이라는 장소에 담긴 정서와 기억을 브랜드에 반영한 감각은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서는, 복제할 수 없는 럭셔리의 본질을 보여준다.

    패션 에디터
    신은지
    포토
    Courtesy of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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