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움을 사과하지 않는 멋진 여자! 프랑스 <보그> 친구들이 메시 걸을 이렇게 소개하더군요. 2025년, ‘인디 슬리즈’가 고유의 미학을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돌아왔습니다.

뷰티 세계에서 야금야금 퍼지기 시작한 ‘메시 걸’ 트렌드가 이제 패션계도 넘봅니다. ‘적을수록 더 좋다(Less is more)’는 원칙을 따르던 ‘클린 걸‘ 현상에 대한 일종의 반기로 나타난 트렌드죠. 윤기 나는 피부, 균일한 피부 톤 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아닌 흐릿한 메이크업과 헝클어진 머리로 등장합니다.

‘메시 걸’, 패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100% 자연스러운 스타일로의 회귀는 ‘인디 슬리즈’ 트렌드의 재조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영국 인디 록 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케이트 모스, 아기네스 딘, 에이미 와인하우스, 메리 케이트 올슨, 시에나 밀러 등 당시 잇 걸들이 인디 슬리즈를 이끌었죠. 쿨하고 무심한 스타일로 블랙 아이라이너, 낡은 발레리나 슈즈, 껌 포장지와 각종 충전기로 가득 찬 핸드백, 그리고 두 번째 피부처럼 딱 붙는 스키니 진을 즐겨 입었습니다.

이러한 복귀에는 단순한 유행을 넘는, 보다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메시 걸’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며, 불같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2025년에 이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일종의 ‘반항’이자, SNS에서 강요되는 완벽주의와 시각 과잉에 대한 해독제를 복용하는 셈입니다. 틱톡에서는 관련 해시태그가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메시 걸은 빈티지 옷을 찾아 입고, 트렌드를 따르지 않으며, 어떠한 인정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정치적 가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국의 신예 가수 롤라 영(Lola Young)은 2024년 메시 걸 트렌드에 영감받아 ‘메시(Messy)’라는 곡을 발표했죠. 그녀는 <메탈 매거진(Metal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은 ADHD를 위한 찬가입니다. 제가 마지막 연애에서 느낀 모든 것을 잘 드러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어요. 스스로 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날은 너무 지저분하고, 또 어떤 날은 너무 깔끔해서 제 안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죠. 메시 걸은 평범함과 날것 그대로의 단순함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런웨이에서도 변화는 있었습니다.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몇몇 디자이너들이 콰이어트 럭셔리를 밀어내고 좀 더 자유로운 스타일을 제안했습니다. 예를 들어 겐조는 얇은 스파게티 스트랩 톱을 바지 위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노력 없는 멋진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프라다 쇼에서 모델들은 방금 잠에서 깬 듯 헝클어진 머리로 등장했고요. 오늘날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물로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규칙을 깨는 가브리엣(Gabbriette), 아멜리아 그레이, 찰리 XCX가 있죠. 이들의 스타일은 어젯밤 파티가 끝난 후 그대로 잠들었다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프라발 구룽의 쇼 노트였던 ‘밤 외출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의 짧은 순간’ 그 자체였죠.

Kenzo 2025 F/W RTW

Prada 2025 F/W RTW

스타일이 일종의 반항 선언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느 정도 계산하고 연출한 모습이 아닐까요? 자유와 쾌락을 갈망하는 젊은이의 초상이 보이네요.

@gabbriette

@gabbri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