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가 직조한 50년의 시간, 인트레치아토

보테가 베네타에게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해입니다. 다가오는 9월, 새로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가 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선보입니다. 그에 앞서 브랜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탄생 50주년’을 기념합니다. 1966년 이탈리아 비첸차(Vincenza)에서 브랜드를 설립한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도입된 이 직조 기법은 보테가 베네타가 장인정신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브랜드로 명성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무겁고 뻣뻣하며 구조화된 핸드백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래프트 앤 헤리티지(Director of Craft and Heritage) 담당 디렉터인 바바라 자닌(Barbara Zanin)이 회상합니다. “하지만 저희 디자인은 부드러움이 특징이었습니다. 가방은 유동적이고 유연하며, 단순했죠.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도입하면서 흐르는 듯 유연함을 보여주었고, 천과 흡사한 느낌이었죠.”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절개 있는 가죽 베이스에 긴 가죽끈, 페투체(Fettucce)를 ‘대각선’으로 짜 넣는 패턴으로, 일반적인 수직 짜임 방식과는 차별됩니다. 원단을 바이어스(Bias, 비스듬하게)로 재단했을 때처럼 구조가 유연해지고 만들 수 있는 디자인도 많고요. 독특한 외형 덕분에 이 위빙 기법 자체가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로고 중심의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보테가는 보면 압니다. 그래서 이름은 안쪽에만 새깁니다”라는 광고가 탄생했죠.
이후 1980년 개봉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에서, 로렌 허튼(Lauren Hutton)이 팔에 끼고 등장한 자주색 클러치 덕분에 인트레치아토 백은 패션과 대중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가방은 2017년 ‘로렌 클러치(Lauren Clutch)’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되었으며, 은근한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유명 인사를 비롯해 대중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죠. 요즘에는 인트레치아토 자체가 로고를 뛰어넘는 상징성을 띠는 모양새고요.


인트레치아토는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2002년,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이어는 나무 프레임 위에서 전부 수작업으로 직조한 ‘까바(Cabat)’ 백을 선보였고, 이 방식은 ‘인트레치오(Intreccio)’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인트레치아토는 바늘을 이용한 직조 방식입니다.) 이후 다양한 종류의 가죽 소재를 활용한 추가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스타일들이 탄생했습니다. 자닌은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위해 패딩 처리된 페투체”나 “직조할 때 생기는 주름과 움직임의 흔적까지 텍스처로 활용하는 초극세사 나파 가죽” 등을 예로 들었죠.
보테가 베네타는 장인정신을 브랜드의 핵심으로 지키고자 2023년 아카데미아 라보레 인제니움(Accademia Labor et Ingenium)을 설립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장인 양성소로, 차세대 장인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이 학교의 핵심은 매년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과정을 수료하면 보테가 베네타에 고용이 보장됩니다.” 학교 설립에 참여한 자닌이 설명합니다. “장인정신의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 글
- Laia Garcia-Furtado
- 사진
- Courtesy of Bottega Veneta, Courtesy Everet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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