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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육상 선수가 600벌의 빈티지 러닝 티셔츠를 모으고, 판매하는 이유

2025.06.25

엘리트 육상 선수가 600벌의 빈티지 러닝 티셔츠를 모으고, 판매하는 이유

Joe Parris

러닝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전 세계의 번화한 도시 곳곳에 러닝 클럽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죠. 파리 역시 예외는 아니고요. 중거리 엘리트 육상 선수인 알렉상드르 셀(Alexandre Selles)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러닝과 관심사인 패션을 접목한 브랜드리매치 클럽(Rematch Club)을 론칭했습니다. 그가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년간 수집한 수백 벌의 빈티지 러닝 티셔츠를 모아 선보인 브랜드죠. 그중 1986년 샌프란시스코 마라톤 티셔츠는 프랑스 <보그> 2025년 6~7월호의 모델 이다 하이너(Ida Heiner) 화보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위의 사진도 그중 한 컷). 그의 티셔츠 셀렉션을 직접 구경하고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6월 27일 파리 도심에서 팝업 행사도 열립니다. 프랑스 <보그>가 행사 전에 셀을 만나 그가 사랑하는 스포츠와 빈티지,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알렉상드르 셀과 그의 티셔츠 컬렉션.

리매치 클럽 창립자, 알렉상드르 셀

이 일을 하기 전엔 무슨 일을 했죠? 러닝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티셔츠 컬렉터이기 전에, 제 본업은 육상 선수예요. 10년 넘게 중거리 달리기를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쭉 러닝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7~8년 전부터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어요. 바로 빈티지였죠. 빈티지의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티셔츠였어요. 직업 때문인지 러닝 티셔츠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제 직업과 관심사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본격적으로 수집한 지는 2~3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50벌 정도였는데, 곧 100벌을 넘겼죠. 지난 1년간은 수집에 더 가속이 붙었고요.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운동선수로 1년을 보냈어요. 그때 경험한 미국 빈티지 시장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죠. 빈티지 러닝 티셔츠가 특히 그랬어요.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마라톤 대회마다 티셔츠가 따로 출시되잖아요. 러닝 티셔츠뿐인가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티셔츠, 트랙 앤 필드(Track & Field, 달리기와 도약, 던지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육상 경기를 아우르는 스포츠) 티셔츠, 심지어 크로스컨트리 티셔츠도 있었죠.

저는 미국에서 엄청난 디자인의 희귀 티셔츠를 찾아냈어요. 대부분은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되죠. 다른 빈티지 분야인 록 티셔츠는 인기도 높고,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데 말이에요. 스포츠와 빈티지에 대한 저의 두 가지 열정을 러닝 티셔츠를 통해 결합할 수 있다고 간주했어요.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았죠. 그때부터 멋진 티셔츠를 발굴하고 모으기 시작해 1년 반 만에 600벌이나 모았죠.

주로 어디서 구매하나요?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시작했어요. 이베이나 디팝(Depop) 등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했죠. 프랑스의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는 러닝 티셔츠 같은 상품이 올라오지 않거든요. 지금은 주로 미국 현지 리셀러들과 협력해요. 빈티지 러닝 티셔츠를 발견하면 제게 연락하죠. 사실 미국에서도 러닝 티셔츠만 수집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아마 제가 유일할 거예요. 순수한 빈티지 팬들은 러닝 티셔츠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니까요.

리매치 클럽이 보유한 티셔츠.

600벌이나 되는 티셔츠를 어디에 보관하나요?

집이요! 정확히 말하면 파리와 뉴욕 사이죠. 여자 친구가 일 때문에 뉴욕에 살고 있거든요. 컬렉션의 일부는 거기에 있고, 나머지는 제 파리 집에 있어요. 제가 구매한 티셔츠는 거의 대부분 그녀의 집으로 배송하고, 그녀가 프랑스로 돌아올 때 제게 전달해요. 이번 주말엔 200벌을 갖다 주기로 했죠.

수집을 시작하자마자 판매도 함께 했나요?

아뇨, 처음에는 보관만 했어요. 여자 친구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몇 벌 준 적은 있죠.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어요. 빈티지 아이템은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사이즈, 소재 등 고려할 것이 많으니까요.

그러던 중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러닝 전문 숍 디스턴스(Distance) 창립자 기욤(Guillaume)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기욤이 바로 관심을 보였고요. 올해 가장 큰 러닝 행사인 파리 마라톤 기간에 이벤트를 열자고 제안했죠.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이었는데,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빈티지 러닝 티셔츠를 모으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벤트 시작 한 달 반 전에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맺었어요. 덕분에 넓은 공간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죠. 그 결과 이틀간 200벌의 티셔츠가 팔렸어요. 제 컬렉션은 600벌에서 400벌로 줄었지만, 그다지 상관없었어요. 곧 250벌을 더 샀으니까요.

방문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즐거워했어요. 러닝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이벤트가 늘었지만 대부분 천편일률적이거든요. 우리는 조금 다른 컨셉을 제안했어요. 스포츠만큼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고,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보였죠. 반응이 아주 좋아 곧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했죠. 6월 말에는 파리에서 새로운 팝업 스토어를, 9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하프 마라톤 기간에 이벤트를 열 거예요. 11월 초 뉴욕 마라톤에서는 디스턴스, <멘탈 애슬레틱(Mental Athletic)> 매거진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합니다.

마라톤을 직접 뛰진 않나요?

저는 순수한 트랙 선수예요. 800m와 1,500m가 주력이죠. 언젠가는 마라톤도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다 싶어요.

첫 번째 빈티지 티셔츠를 기억해요?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과 브루스 셀던(Bruce Seldon)의 경기 티셔츠였어요. 잘 알려진 대로, 투팍이 총격을 당한 밤 열린 경기였죠. 마이크 타이슨 티셔츠도 수집하고 있는데, 그건 그냥 개인적인 취미예요. 첫 빈티지 러닝 티셔츠는 1992년 ‘뉴욕 마라톤’ 티셔츠였습니다. 키스 해링 스타일의 디자인이었어요. 아직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죠.

1992년 ‘뉴욕 마라톤’ 티셔츠.

절대 팔지 않을 티셔츠가 있다면요?

두 벌이에요. 방금 말씀드린 ‘뉴욕 마라톤’ 티셔츠, 다른 하나는 ‘US 트라이얼(Trials)’ 티셔츠죠. 미국에서 올림픽 대표 팀을 선발하는 대회를 US 트라이얼이라고 해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 팀 선발을 위한 US 트라이얼은 뉴올리언스에서 열렸고, 티셔츠는 검정 바탕에 분홍색 디자인이에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한 곳 근처에 뉴올리언스가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티셔츠예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 팀 선발을 위한 ‘US 트라이얼’ 티셔츠.

아직 손에 넣지 못했지만 갖고 싶은 빈티지 러닝 티셔츠가 있나요?

1992년 ‘파리 마라톤’ 티셔츠요. 리복과 협업한 제품인데,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진만 한 번 본 적 있죠. 몇 년 동안 찾았고, 언젠가는 찾는 게 꿈이에요. 아마 파리에서 나온 것 중에 가장 멋진 티셔츠일 거예요.

팔고 난 뒤 후회한 티셔츠는 어떤 걸까요?

1999년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훈련용 티셔츠요. 조금 후회했지만, 많이 후회하진 않아요. 좋은 친구가 가져갔으니까요.

1999년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훈련용 티셔츠.

러닝 티셔츠 디자인 작업에 흥미가 있나요?

물론이죠. 큰 마라톤 대회를 위한 새로운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싶어요.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멋진 티셔츠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러닝 티셔츠는 디자인이나 소재, 핏이 다 별로예요. 누구도 입고 싶어 하지 않죠. 옛날 티셔츠를 보세요. 디자인이 놀라울 만큼 근사했고, 튼튼한 면 소재에, 핏도 무너지지 않았죠. 무엇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입을 수 있는 옷이에요.

지금은 디스턴스와 함께 뉴욕 마라톤을 위한 프로토타입 티셔츠를 만들고 있어요. 리매치 클럽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았죠. 목표는 사람들이 메달만큼 자랑스러워할 티셔츠를 제공하는 거예요.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어떤 일상을 보내나요?

10년 이상 운동선수로 살아왔으니, 이젠 모든 게 자동화됐어요. 자연스럽게 루틴이 된 거죠. 가끔은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어요. 그렇지만 로봇처럼 훈련에 임하죠. 생각은 많이 안 하려고 해요.

운동선수가 패션에 관심이 많으면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나요?

조금요. 저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의 패션 러너’로 불리는 친구와 함께 프랑스 남부의 퐁로뫼(Font-Romeu)에서 훈련한 적이 있었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훈련장 사람들이 우리를 ‘패셔니스타’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엘리트 스포츠 세계에서는 사실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이 크게 드러나진 않아요. 선수의 기량과 스타일은 별개고요. 하지만 제겐 중요한 문제예요. 저는 운동선수로 활동하면서 패션을 좋아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고 여기니까요. 그게 바로 리매치 클럽의 정신이기도 하고요. 두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죠!

* 다음 리매치 팝업 스토어는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파리 75003 구역에 위치한 ‘디스턴스’ 매장에서 열립니다.

Héloïse Salessy
사진
Joe Parris, Courtesy of Rematch Club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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