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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들의 셰프, 알랭 뒤카스가 왔다

2025.07.02

셰프들의 셰프, 알랭 뒤카스가 왔다

당일 파리에서 방한했고, 갑자기 폭염이 심한 날이어서 69세의 뒤카스에게 컨디션부터 물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컨디션은 마음먹기에 달렸죠.” 그는 행사가 끝나고 일본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습니다.

알랭 뒤카스는 세계 최초로 세 곳의 레스토랑에서 동시에 미쉐린 3스타를 받았고, 총 17개 미쉐린의 별을 보유한 ‘셰프들의 셰프’로 불립니다. 요리 학교 에콜 뒤카스(Ecole Ducasse)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죠.

강민구 셰프와 알랭 뒤카스는 세 번 만났습입니다. 물론 강민구 셰프는 알랭 뒤카스를 다룬 영화를 대여섯 번 돌려 보고, 그의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등 오랜 팬이었죠. 강민구 셰프는 첫 만남부터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알랭 뒤카스와 경동시장을 찾았어요. 이미 전설이지만 하나하나 궁금해하며 탐험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계신 것 같아요.”

세 번째 만남은 일주일 전 모나코에서 이뤄졌습니다. 1984년생인 강민구 셰프는 알랭 뒤카스가 1987년에 문을 열어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에 초대받았죠. “그간 방문한 알랭의 레스토랑은 이름도 스타일도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장인 정신입니다. 늘 최고를 추구하죠.”

2013년 파리 11구에 문을 연 알랭 뒤카스의 쇼콜라 파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제품은 ‘빈 투 바(Bean to Bar)’ 방식으로 생산되죠. 수확한 카카오 열매를 엄선해 로스팅하고 최종 초콜릿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한국에 진출할 때도 제조된 초콜릿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만듭니다.

대형 백화점과 유통사들이 알랭 뒤카스 측에 접촉해왔을 거라 짐작되는데요. 알랭 뒤카스는 대기업이 아니라 테라로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제 철학은 최선을 다해 최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셰프거든요. 쿠키에만 1년, 초콜릿에만 3년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핵심은 A부터 Z까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테라로사와 2년 6개월 정도 소통하면서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통했습니다.”

초콜릿에 장인 정신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어떤 카카오 열매를 선택해 어떤 기계로 어떻게 로스팅할지부터 시작입니다. 로스팅한 카카오 열매를 분쇄할 때도 균일하게 해야 하고요. 그 모든 과정이 최고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소량만 생산해야 해요. 그렇게 완성된 우리 초콜릿은 카카오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죠.” 강민구 셰프는 럭셔리는 역사와 배경이 중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즘 미식 트렌드는 어떻게 보이느냐, 어떻게 사진 찍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알랭 뒤카스의 장인 정신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죠.”

알랭 뒤카스 쇼콜라 파리는 7년 전 일본 오픈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한국에서 문을 엽니다. 특정 브랜드가 진출할 때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있어야 합니다. 강민구 셰프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한국 역시 최고의 미식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알랭 뒤카스 쇼콜라 파리가 영감의 돌을 던져 한국 미식 신이 더 발전할 거라 믿어요.”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
    Getty Images, Terar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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