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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 벨로티, 질 샌더에서 첫발을 내딛다

2025.07.15

시모네 벨로티, 질 샌더에서 첫발을 내딛다

Courtesy of Jil Sander

시모네 벨로티는 오는 9월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질 샌더 데뷔를 앞두고, 컬렉션에 대해 함구 중입니다. 물론 분위기는 확실히 조성하고 있습니다. <보그>에 독점 공개한 영상에서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시적인 절제미와 사운드에 대한 진지한 집착을 드러냅니다. 메인스트림의 음악은 아닙니다. 벨로티가 빠져 있는 건 몰입적이고 분위기 있는 오럴 테크노(Aural Techno, 청취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테크노 음악)로, 강렬한 저주파가 흐르는 사운드죠.

밀라노의 미니멀리즘을 상징하는 질 샌더 본사에서 열린 만남에서 벨로티는 특유의 차분함으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는 “이 브랜드에 대해 배울 것이 정말 많아요”라고 말했지만, 빈티지 질 샌더 코트를 입은 듯 브랜드가 쌓아온 거대한 유산을 가볍게 걸친 모양새였습니다. 그는 브랜드의 유산을 부담이 아닌 맥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카이브에 집착하는 경의의 몸짓 대신, 그의 첫 행보는 음악 프로젝트입니다. 비주류적이고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음악 프로젝트는, 그의 개인적 관심사를 드러내는 동시에 타인의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대한 유일한 힌트가 담겨 있다면, 창립자 ‘하이데마리 일리네 잔더(Heidemarie Jiline Sander)’가 1968년 브랜드를 론칭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영상이 촬영되었다는 점입니다.

“함부르크는 멋진 도시입니다. 대비로 가득 차 있죠.” 벨로티는 잔더의 고향에 대해 존경과 분명한 의도를 동시에 담아 말했습니다. 함부르크는 옛 세계의 우아함과 절제된 미니멀리즘, 부르주아적 고전주의와 산업의 거친 면모가 공존하는 곳이죠. 엄격함과 감각, 에너지와 침착함이 어우러진 긴장감 속 균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질 샌더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실재하는 도시 그 자체죠. 건축과 분위기, 공기의 결이 수십 년 동안 브랜드가 축적해온 간결한 언어로 말을 겁니다. 벨로티는 이 점이 우연이 아니라 본질이라 여깁니다.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영상에 흐르는 일렉트로니카 선율은 보훔 벨트(Bochum Welt)의 작품입니다(이탈리아 작곡가로 본명은 잔루이지 디 코스탄초(Gianluigi Di Costanzo)). 독일어로 ‘세계’를 뜻하는 벨트(Welt)와 고성능 천체 망원경을 의미하는 단어의 융합으로, 이 이름은 지적이면서도 우주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디 코스탄초는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레플렉스(Rephlex) 레이블에서 싱글을 발매했고, 토머스 돌비의 헤드스페이스(Headspace)와 비트닉(Beatnik Inc.)과도 협업해왔습니다. 이번 영상에 쓰인 미공개 트랙은 곧 질 샌더가 제작한 리미티드 바이닐 EP로 발매되고, 브랜드 부티크 매장에 배포되며, 일반적인 음악 유통망을 통해 대중에게도 공개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스타일리시한 부록 같은 것이 아닙니다. 벨로티가 구상하는 장기 문화 프로젝트의 첫 장입니다. 음악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그가 질 샌더에서 펼쳐갈 자신의 시대를 상징하는 핵심 언어입니다. 음악이 그의 개인적 열정이기도 한 만큼, 미래의 협업이 그가 질 샌더에 가져올 진정성, 감정적 깊이, 우아한 이중성의 특징을 담아낼 것입니다. 그러니 질 샌더의 미니멀리즘이 이따금 낯선 주파수로 울려 퍼진다 해도 놀라지 마세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심장 박동을 세심하게 듣는다면, 그 결과는 결코 ‘잡음’이 아닐 테니까요.

“질 샌더는 분명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혼잡하고 초경쟁적인 패션 벨트(Welt)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벨로티는 브랜드의 현재 위치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말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관심을 끌기 위해 실용적인 스타일로 선회하고, 모방자들이 뒤엉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미니멀리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질 샌더는 어떻게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벨로티는 아직 자신의 비전을 어떻게 펼칠지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절제된 감성에 끌린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약 14년간 프리다 지아니니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에서 근무한 경력을 고려할 때 놀라운 고백이기도 합니다. 극단적 화려함을 추구하는 맥시멀리스트들을 십여 년간 따른 미니멀리스트라뇨! 그러나 그는 개념적·예술적 기반을 전혀 다른 곳에서 다졌습니다. 그의 시선은 북쪽을 향해 있었죠.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안트베르펜에서 패션 여정을 시작한 그는 2001년 A.F. 반데보스트(Vandevorst)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았어요”라고 그는 회상합니다. “모두가 런던으로 향할 때 저는 고민 없이 안트베르펜을 선택했어요. 2001년 당시에는 말성임이 없었죠.” 이후 밀라노로 돌아와 자신의 건축적 시각을 날카롭게 다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첫 번째로 아방가르드하고, 초니치한 디자이너 캐롤 크리스티안 포엘(Carol Christian Poell)과 일했으며, 그는 “절대적인 천재, 존재론적 테일러링에서 극단적인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패션의 건축가로 불리며 조각 같은 정밀함으로 유명한 지안프랑코 페레와 함께했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벨로티는 강렬하고 명확한 토대를 중시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이는 순수함과 확신으로 지어진 지성적인 하우스 질 샌더의 정신과 일종의 대칭을 이룹니다. 우아하고 진중한 매력을 지닌 여성이 설계한 브랜드와 조화를 이루기도 하죠.

그러나 벨로티의 디자인 접근 방식에는 분명한 감정적 울림이 있으며, 이는 그가 발리에서 근무하는 동안 명확히 드러났죠. 그곳에서 그는 패션적 신뢰도가 낮은 스위스 전통 브랜드를 단순 부활시킨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내추럴리즘과 스위스의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마법 같은 현실주의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결과는 합리성과 기이함이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습니다. 디자인의 정밀함이 서사적 감수성과 만나고, 현대성이 민속적 요소와 마주쳤죠.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Courtesy of Jil Sander

“질 샌더는 영혼을 가진 브랜드예요.” 벨로티는 반추합니다. “복잡한 하우스죠. 극단적인 고전미(벨로티는 Classicism이라 표현), 매우 현대적인 감성, 그리고 무게감 없는 가벼움(Weightless Lightness)이 공존합니다.” 그는 질 샌더가 추구하는 연구와 품질에 대한 집착, 특히 눈에 띄지 않는 세심한 실험 정신,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깃털처럼 가벼운 텍스처, 정밀함으로 만들어낸 착시 등에 깊은 존경심을 드러냅니다.

“이 브랜드는 오랜 생명을 지녔죠.” 벨로티는 특유의 예언자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을 거쳐 간 모든 디자이너들이 브랜드의 높은 명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어요.” 앞으로 벨로티가 어디로 이끌지, 패션 벨트(Welt)의 어떤 모퉁이를 탐험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는 누구나 옳다고 믿는 당연한 길을 택하진 않을 것 같다는 거죠.

Tiziana Cardini
사진
Courtesy of Jil Sander
출처
www.vogue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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