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도, 롱도 아닌 ‘애매한’ 길이의 스커트가 유행한다
지난해 영국판 <보그>는 여름을 앞두고 “여름 드레스는 끝났다, 이제는 여름 스커트의 시대”라고 선언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커트 열풍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올가을에도 스커트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 같고요. 어떤 스커트에 특히 주목해야 할까요? 단연 펜슬 스커트일 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할게요. 사실 저는 2025 가을/겨울 컬렉션 런웨이에서 펜슬 스커트를 마주하자 예전에 런던 어딘가를 걷던 중 길거리 인터뷰를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몸에 착 붙는 펜슬 스커트를 입은 여성 4명이 제게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걸었죠. 그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그 프로그램이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영국 비즈니스 경쟁 서바이벌 쇼)>임을 직감했습니다. 펜슬 스커트가 등장하는 리얼리티 쇼라면, 비즈니스를 주제로 하는 <어프렌티스>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당시까지 저에게 펜슬 스커트는 그저 ‘비즈니스 의상’이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펜슬 스커트는 비즈니스 의상이라는 인식을 털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죠. 핵심은 컷과 구조입니다. 완벽한 테일러링이 관건이죠. 미스 트런치불(Miss Trunchbul, 영화 <마틸다>의 등장인물)의 유니폼처럼 과하게 직선적이고 몸에 맞지 않는 디자인은 피해야 합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최근 몇 년간 펜슬 스커트의 부흥을 이끌어온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생 로랑을 이끄는 내내, 날카로울 정도로 딱 맞게 제작된 검은색 펜슬 스커트를 시그니처로 내세워왔죠.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이 시그니처에 약간의 변주가 있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폭 좁은 스커트가 코랄색, 황토색, 레몬색, 적갈색 등 생동감 넘치는 색상을 입었거든요. 사라 버튼의 지방시 데뷔 컬렉션에서도 펜슬 스커트는 주요 아이템이었습니다. 버튼은 조각 같은 아워글라스 재킷과 무릎 아래까지 오는 클래식한 스커트로 정교한 테일러링을 강조했죠.
이는 디자이너들이 넥타이, 핀스트라이프, 브리프케이스 등 전형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을 새롭게 해석해 전통적인 파워 드레싱에 부드러움을 더하고자 하는 주요 트렌드의 일부입니다. 펜슬 스커트가 로펌 직원들의 필수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2025년 가을에는 조금 다릅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즉 직장인의 무미건조한 스타일을 넘어선 패션 아이템이 될 테니까요. 사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는 이들조차 미디 길이의 펜슬 스커트를 하나쯤 옷장에 들여놓으면 충분히 멋스러워질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방식으로 펜슬 스커트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래에서 살펴보시죠.
아워글라스 재킷 매치

사라 버튼은 지방시 데뷔 컬렉션을 통해 그녀가 테일러링의 전문가임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검은색 스커트 수트는 아름다운 실루엣 덕분에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었죠. 조각 같은 아워글라스 재킷과 무릎 아래로 완벽하게 떨어지는 펜슬 스커트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대담한 컬러 조합

이른바 ‘푸시 보우(Pussy Bow)’라 불리는 큰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펜슬 스커트는 생 로랑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죠.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아름다운 컬러 조합과 풍부한 소재로 업데이트됐습니다. 회사를 위한 복장을 넘어 새로운 스타일로 거듭났죠.
클래식 트위드

무릎길이 스커트는 이번 시즌 구찌 컬렉션에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그니처 스타일이었던 묵직한 트위드 펜슬 스커트에 시스루 레이스 보디수트, 그리고 포근한 오버사이즈 카디건을 매치한 룩이 인상적이었죠. 전통적인 트위드와 지금의 노출 트렌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었거든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믹스 매치지만,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입니다.
애매한 길이

미우미우는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애매한 길이의 스커트를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웠습니다. 슬립 드레스부터 체크무늬 펜슬 스커트까지, 모든 스커트의 길이가 약간 어긋난 듯 어색하고 애매했거든요. 덕분에 독특하게 빈티지한 무드가 완성됐고요. “이번 시즌 우리는 단순한 요소를 직접적으로 조작해, 일상 속 우아함을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번 컬렉션에 대해 한 말입니다.
비즈니스 그레이

캘빈 클라인은 뉴욕 패션 위크 복귀를 위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소환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가벼운 느낌의 회색 펜슬 스커트와 단추 장식의 칼라리스 재킷을 매치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신발과 액세서리까지 전부 회색으로 통일하면 온전한 미니멀리즘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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