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향이 머무는 중국 저장성 여행지 4
중국 녹차의 고장 저장성(浙江省)은 단순한 차 생산지를 넘어, 수천 년 차 문화의 뿌리를 간직한 곳이다. 항저우의 용정차부터 송나라의 다도, 당나라의 공차, 전통 예식을 품은 삼도차까지. 저장성 곳곳엔 시간과 풍경, 그리고 차 향기가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다. 이번 여정에서는 다양한 차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여행지 네 곳을 찾았다. 이 여행길에서 우리는 심오한 차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1. 용정차마을 龙井茶村

세계적으로 유명한 녹차, ‘용정차(龙井茶, Longjing Tea)‘는 저장성 항저우의 품에서 자란다. 수작업으로 정성껏 덖은 연둣빛 찻물은 한 모금 머금는 순간 깊은 향과 맑은 여운을 남긴다. 이 찻잎이 가득 자라는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항저우 시내에서 차로 2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용정차마을(龙井茶村)‘로 향하자. 산과 언덕이 온통 차나무로 뒤덮인 장관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차밭 사이 오솔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이고, 다른 하나는 찻집에 앉아 초록 능선을 따라 펼쳐진 차밭을 바라보며 차를 음미하는 일이다. 두 가지 모두 경험해도 좋다.
2. 경선사 径山寺

742년, 당나라 시대에 창건된 고찰 경선사(径山寺)는 1,0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고요하게 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까지 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면 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다 보면 저 멀리 경선사 끝자락이 보인다. 이 사찰은 단순한 수행 공간을 넘어 송나라 다도 문화의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다. 바로 이곳에서 황실에 진상되던 ‘경선차’가 만들어졌고, 말차를 휘저어 거품을 만드는 송나라식 다도법이 전해졌다. 대나무 솔을 이용해 수천 번 휘저어 만든 미세한 거품, 짙고도 씁쓸한 향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곳에서는 당시의 다도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차의 역사와 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3. 대당공차원 大唐贡茶院

당나라 황실에 바치던 ‘공차’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공간, 후저우의 대당공차원(大唐贡茶院)은 차 문화 박물관이자 체험장이다. ‘자순차(紫笋茶)’의 명산지였던 이곳은 과거 온 마을이 황제에게 진상하던 차를 키우는 신성한 장소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흔적만 조금 남아 있다. 대당공차원 중앙에는 ‘육우각(陆羽阁)’이라 불리는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의 최상층으로 올라가면 중국 차 문화의 성인으로 불리는 육우(陆羽, 733~804) 좌상이 보인다. 그 앞에서 중국 여행자들이 가볍게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육우각 외에도 전통 방식으로 차 만드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찻잎을 끓여 마시는 당나라 시대 차 음용법인 ‘전차(煎茶)’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4. 남순고진 南浔古镇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고즈넉한 골목과 회색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남순고진(南浔古镇)은 후저우의 대표적인 수향 마을이다. 옛 건물과 운하, 그리고 전통 배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독특하고 아름답다. 이 마을에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삼도차(三道茶)’다. 이 다도 문화는 강남 지방에서 전통 혼례와 귀빈 접대 시 행해졌으며, 찻잔 3개가 나온다. 첫 번째는 찹쌀튀김이 들어 있고, 두 번째는 각종 견과와 말린 채소, 마지막은 녹찻잎이 담겨 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잔에 넣은 재료들이 부풀고 맛을 내기 시작한다. 첫 번째는 단맛, 두 번째는 짠맛, 마지막은 녹차 특유의 쓴맛이 난다. 이곳에서 체험하는 차는 ‘마신다’기보다 ‘먹는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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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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