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비스>의 감독과 배우들이 말하는 B.T.S.
우리가 기다려온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엘비스>. 주인공을 맡은 오스틴 버틀러, 프리실라를 연기한 올리비아 더용을 <보그>의 시선으로 과감하되 은밀하게 포착했다.
바즈 루어만(Baz Luhrmann)은 일하면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마티니를 선택하는 편이다. 루어만 감독이 사무실이라 부르는 방갈로, 그러니까 거칠고, 대담하고,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생가처럼 꾸며진 텐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는 전기영화 <엘비스>의 골드코스트 세트장에 자리한다. 의상 테스트를 하며 긴 하루를 보낸 어느 날 저녁, 루어만 감독이 엘비스를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Austin Butler)와 프리실라 프레슬리를 연기한 올리비아 더용(Olivia DeJonge)을 위해 이곳에서 마티니 몇 잔을 만들었다. 감독의 배우자이자 영화 의상 및 프로덕션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Catherine Martin)은 동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상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마틴은 “버틀러는 검은색 셔츠, 옅은 황갈색 팬츠, 빨간 커치프를 입고 있었죠. 그리고 올리비아는 프린트가 가미된 연한 블루와 크림색 트위드 프라다 튜닉과 팬츠를 착용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정말 근사했죠.”
루어만은 루어만답다. 그는 이 말을 꽤 즐겼다. “모두 원래 모습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하지만 두 사람은 영화 주인공들처럼 시시덕거리며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루어만답게,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버틀러는 엘비스, 더용은 프리실라와 뒤섞인 듯했다. “저는 헤어, 메이크업, 네일까지 완전히 프리실라의 모습 그대로 하고 있었죠.” 더용이 그 모습을 떠올리며 줌 화면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실제와 상상의 모습이 서로에게 녹아들어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어쩌면 특정 영화를 묘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이 즉흥적인 촬영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컷이 되었다. “배우는 플레이어라 불리며,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루어만 감독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런 플레이가 돌파구가 되었죠.”
루어만 감독이 팝 문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삶과 시대를 다루고,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자신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30세 버틀러와 24세 더용의 궁합에 대해 질문하자 이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 간 궁합은 루어만의 최고 전문 분야다. 그는 어떤 영화감독보다 스크린에서 사랑에 빠져야 할 두 사람을 발굴하는 데 뛰어나다. 루어만 감독은 “저는 그들이 이렇게 길고 무서운 여정을 함께할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서로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죠.”
루어만은 이 지독한 영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시드니에서 LA로 <엘비스> 촬영 팀 모두와 이동하던 4월, 공항에서 인터뷰에 응했다(“저기요, 더블 에스프레소 한 잔 더 마셔도 괜찮을까요?” 그가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정표에 스케줄을 나열했다. 코첼라 페스티벌, 멧 갈라, 칸국제영화제, 홍보 투어, <엘비스> 협업 사운드트랙 작업, <보그 오스트레일리아> 6월호의 객원 편집까지. “적은 스케줄은 아니지만, 다 정말 재미있는 일이죠. 우리가 하는 일은 환상이 맞아요. 실제로 뼈가 으스러지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괜히 물었다 싶죠?”
전혀 후회스럽지 않았다. 루어만 감독과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것보다 더 활력 넘치는 토끼 구멍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다른 유명한 후보를 제칠 만큼 버틀러가 오디션에서 그렇게 잘했나요?”라는 단순한 질문을 하자, 그는 살짝 광기 어린 8분간의 영상을 언급하면서, 고대 그리스 포토스 철학부터 알렉산더 대왕, 이전에 프린스라 알려진 아티스트를 이야기했다. “저는 짧게 대답한 적이 없어요. 절대 단답형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루어만 감독이 혼잣말을 했다. “간결한 답을 추구하다 보면 인터뷰가 잘못 흘러가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는 ‘예스’라는 짧은 대답을 했다. 버틀러가 오디션에서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오스틴 버틀러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금발의 청년이다. 때마침 그는 <엘비스> 촬영 때문에 18개월 동안 유지해야 했던 제트 블랙 컬러에서 자연스러운 샌디 옹브레로 바꾼 상태였다. 하지만 머리색 외에도, 엘비스 프레슬리와 섬뜩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버틀러는 달콤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흥분할 때면, 특히 <엘비스>와 관련된 뭔가 때문에 흥분할 때는 자신의 열정을 전달하고 싶은 듯 최대한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와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때 나는 그의 두 눈이 엘비스의 매혹적인 블루이고, 그의 턱선이 엘비스처럼 완벽한 라인임을 알았다.
버틀러는 엘비스와 인연이 깊다. 루어만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엘비스처럼 버틀러도 유명해지기 시작하던 23세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저는 그런 슬픔이 어떤 느낌인지 알죠.” 그가 말했다. “저한테는 어머니가 가장 친한 친구였고, 어머니를 많이 사랑했죠. 소년에서 막 어른이 되기 시작하는 인생의 특별한 시점에 어머니를 잃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죠.” 2018년 엘비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에게 한 친구가 엘비스 역을 맡아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그 말을 그냥 넘겼다. 그 후 그의 에이전트로부터 바즈 루어만 감독이 새로운 전기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버틀러는 “온몸이 오싹해지더니 팔에 난 털이 쫙 섰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 이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첫 연출작이었다. 그는 그레이스랜드를 18개월 동안 왔다 갔다 하며, ‘엘비스 껌 포장지, 엘비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엘비스 선글라스와 의상까지, 엘비스에 관한 것이면 뭐든 푹 빠져서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했다. 내게 허락된 러닝타임 12분의 극비 영상으로 미뤄볼 때, 그가 노력한 결과는 모두가 바라던 딱 그대로였다. 강렬하고, 야심 차고, 스릴 넘치고, 섹시한 영화였다!
2019년 버틀러는 루어만 감독에게 보여줄 오디션 테이프를 녹화했다. 그렇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을 다시 촬영했다. 이 두 번째 테이프는 엘비스가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잘 알려진 헌신의 마음이 담긴 절박한 발라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의 커버 영상이었다. 재촬영 전날 밤, 버틀러의 꿈에 어머니가 나왔다. 꿈속 어머니는 끔찍하게도 병세가 최악이던 때를 다시 겪고 있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말 끔찍했죠.”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두 번째 촬영을 위해 노래하면서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루어만 감독은 그 영상에서 추억과 전설적 인물이 멋지게 상충한 것을 떠올렸다. “그는 목욕 가운을 입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가 화이트 피아노 앞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그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는 광기 어린 감성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심장 절개 수술을 보는 것 같았죠.”
그다음 버틀러는 곧장 일주일간의 의상, 메이크업, 안무, 노래 테스트를 위해 불려갔고, 그때 루어만 감독은 그의 목소리가 ‘흠잡을 데 없음’을 깨달았다. 그 감독은 버틀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주연배우를 찾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루어만 감독은 날마다 그에게서 새로운 것을 끌어냈다. 나중에 버틀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부터 “이것이 이 감독의 스타일”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루어만 감독과 두 번이나 협업했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에 버틀러와 함께 출연했던 이 배우는 “바즈 감독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밀어붙일 거예요!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러면 자신도 몰랐던 것들을 내면에서 끌어내게 되죠”라고 버틀러에게 말해주었다. 버틀러는 망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시험 무대를 잘 마무리하고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그 후 브로드웨이에서 버틀러와 같은 작품에서 열연했던 덴젤 워싱턴이 루어만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다른 사람의 부탁 때문이 아니었다. “오스틴 버틀러는 그 누구보다 배우로서 직업적으로 높은 윤리 의식을 지녔죠.” 워싱턴이 말했다. “글쎄요, 레오나르도나 니콜도 그랬죠.” 루어만 감독이 떠올렸다. “오스틴은 직업적으로 그런 윤리 의식을 가졌을 뿐 아니라, 맡은 역할을 그대로 살려내죠. 그는 캐릭터에서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습니다.”
버틀러가 지닌 직업적인 윤리 의식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캐스팅된 순간부터 앞에 놓인 임무에 대한 ‘깊은 공포감과 떨림’으로 매일 새벽 4시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1년간 보컬 코칭을 받았고, 엘비스의 노래를 들으며 잠을 청했으며, 귓가에 그 가사가 맴도는 상태에서 깨어났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매니저 톰 파커(Tom Parker) 대령을 연기한 톰 행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첫 유명인이 되며 그 위험성을 알리자, 6개월간 영화 제작이 완전히 중단됐다. 그때 버틀러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하며 호주에 남아 있었다. 또한 그는 브로드비치(Broadbeach)에 살았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버틀러는 “아주 오랫동안 해변을 거닐며 엘비스의 인터뷰를 듣고 큰 소리로 따라 말하거나 노래를 불렀죠”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은 굉장히 긴 해변이라 “버레이(Burleigh)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고, 마치 평범한 퀸즐랜드(Queensland) 주민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더용 역시 셧다운 기간에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영화를 신경 썼다. “살짝 내려놓는 게 무척 중요했죠. 새로운 눈으로 다시 임할 수 있거든요.” 그녀가 설명했다. <엘비스>를 끝낸 후, 더용은 빈지(Binge)에서 방영하는 <더 스테어케이스(The Staircase)> 촬영 일정 때문에 호주를 떠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가족을 본 지도 1년이나 되었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나온 상태죠… 그런 것이 저한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녀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버틀러의 주된 관심사는 그의 연기가 엘비스를 흉내 내기보다는 엘비스의 본질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로 오스카상을 받은 라미 말렉(Rami Malek)에게 연기를 지도했던 무브먼트 디렉터 폴리 베넷(Polly Bennett)이 합류해 버틀러의 모션을 지도했다. 베넷은 엘비스가 힙이 아니라 무릎으로 춘 춤(그녀는 이 점을 강조했다)으로 어떻게 관중을 열광시켰는지, 그가 프리실라에게 개인적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관한 워크숍과 더불어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묘사했다. “오스틴은 때때로 엘비스로 빙의되는 듯했죠.” 베넷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개인으로서 그를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엘비스 프레슬리로 살지 않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도록 말이죠.”
<엘비스> 촬영이 끝난 다음 날, 버틀러는 타는 듯한 복통과 맹장염 같은 증세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엄청난 노고를 끝낼 때 발생하는 일종의 <엘비스> 후유증이었다. 그는 몸조리를 하며 일주일 동안 병상에 누워서 지냈다. 정신적인 회복은 더 오래 걸렸다. “저의 존재에서 나머지 부분은 존재감을 잃어가고 갑자기 제 신념과 영화 캐릭터의 신념을 통합하기 시작했죠…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그렇게 했고, 결국 뇌의 작동 방식이 거의 바뀌었죠. 엘비스는 그렇게 할 만한 놀라운 대상이지만, 그 일을 마치고 나니…” 버틀러가 점차 말을 흐렸다.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죠.”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했고,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버틀러가 고백했다. “가식적으로 들릴 위험을 감수하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는 엘비스의 영혼을 느꼈다. 크랭크인 하기 전 방문한 그레이스랜드에서 처음, 그다음 몇 번은 영화 촬영장에서 모든 것이 자신 이상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영혼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느낌은 아름다워요.”
<엘비스>를 끝낸 후 버틀러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열심히 촬영했고, 혼자 과감하게 로드 트립을 떠났으며, 사귄 지 6개월 된 여자 친구 카이아 거버를 자주 만났다. 버틀러는 자신을 되찾아서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슬프기도 했죠. 왜냐하면 저는 엘비스에 집착하며 그와 함께한 시간을 즐겼거든요. 엘비스는 제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 같아요.” 그는 늘 엘비스의 음악을 듣는다.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엘비스의 레코드를 틀었다. “만나보지 못한 사람 중 엘비스를 가장 사랑하죠.”
그러면 프리실라는 어땠을까? 더용은 2019년 초 오디션 테이프을 보낸 후 여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오디션에 응모한 후 더용은 몇 달 동안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캐스팅 소식을 들었다. “정말 갑작스러웠고 놀라웠죠.” 더용이 떠올렸다. 곧 그녀는 퀸즐랜드에서 마틴과 함께 끝없는 의상 피팅(더용은 20벌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을 했고 루어만 감독과 워크숍을 가졌다. 더용은 섬세한 감독에 익숙하다. 그녀가 초창기에 출연했던 영화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호러물 <더 비지트>다. 하지만 <엘비스>에 쏟아지는 관심은 그 수준이 다른 차원이었다. “그들은 세부적인 것들을 파고들죠.” 더용은 세트장에 간 첫날 엘비스의 절친 제리 실링(Jerry Schilling) 역할의 호주 출신 동료 배우 루크 브레이시(Luke Bracey)와 함께 앉아, 실제 콘서트 장면과 맞춘 의상, 메이크업을 한 버틀러가 공연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정말 신들린 듯한 순간을 경험했죠. 모두 ‘진짜 엘비스가 환생해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엘비스>와 이전 프로젝트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마틴은 전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세트장 50개를 만들었다면 <엘비스>에서는 거의 100개였다고 밝혔다. “제가 이 영화의 스케일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마틴이 토로했다. “정말 끝이 없더군요.” 총 9,000벌의 놀라운 의상이 동원되었다. 버틀러 한 사람이 입은 의상만 거의 100벌에 달했고, 그중 상당수가 실제를 재현하기 위해 장인들이 수를 놓는 등 많은 노고가 들어갔다. 마틴은 그 가수 특유의 ‘룩을 탄생시키고 소화하는 능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점프수트와 벨트는 다른 사람이 입으면 우스꽝스러웠을 거예요.” 더용이 말했다. 마틴은 또한 프리실라가 지닌 스타일 아이콘다운 면모를 증명하기 위해 더용 의상을 30여 벌 디자인했고, 프라다와 미우미우에서 맞춤 제작했다. 더용이 정말 좋아하던 근사한 무릎 높이의 갈색 스웨이드 부츠 또한 더용의 종아리 사이즈에 맞게 주문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더용은 배우다운 면모를 지녔다. 그녀는 꾸밈없는 진정성을 담아 프리실라를 연기했다. “저는 정말 외향적인 아이였어요. 제 에너지를 드라마와 공연에 쏟았습니다.”
더용이 프리실라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프리실라의 책을 읽고 그 커플에 대한 기사를 탐독하며 “가능한 한 많이 배우기 위해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루어만 감독은 “엘비스에게는 아마도 진정한 마음을 나눈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이 말에 더용이 덧붙였다. “그녀는 정말, 정말, 정말 아름답고 자상한 여성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실에 충실함으로써 나오는 여성의 에너지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에너지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세계적인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 평범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루어만 감독이 설명했다. “저는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떠들썩하고 화려한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엘비스>가 떠들썩한 상황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임이 입증되었다. 루어만 감독이 말했다. “팬데믹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엘비스>가 제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그것이 어쩌면 저희 가족을 견고하게 지켜주었는지도 모르죠. 5년 전, 그러니까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 ‘제가 결국 골디, 즉 골드코스트의 마이애미라 불리는 곳에서 살 것이며, 가족 모두 그곳에 폭 빠질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저는 ‘미쳤냐’고 말했을 거예요.” 루어만 감독의 가족은 아직 골드코스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지 않았다. “저는 호주인으로서 제 뿌리와 다시 연결되면서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내용을 담은 엘비스의 곡이 있다. “집이란 마음이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내 마음은 당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어요. 당신이 있는 곳은 어디든 집이에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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