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저력을 지닌 소년 박지훈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청난 저력을 지닌 소년이 등장했다. 박지훈은 세상을 환하게 비춰 세상이 환호하게 만든다.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연습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어요. 스케줄 끝나면 반나절이 지나가지만, 새벽까지 연습하고 퇴근하고 있어요. 가수로서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연기 레슨도 받고 있습니다.
워너원 활동을 끝내고 솔로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기대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그동안 각자 다양한 매력을 가진 멤버들 열 명과 함께했는데 이제 혼자 무대에 서야 하니까요. 무섭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요.
솔로 활동을 꿈꿔본 적 있나요.
사실 몇 번 생각해본 적 있어요. 선배 아티스트분들 보면서 한 번쯤 혼자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독 팬미팅 무대가 처음으로 혼자 채운 무대 아닐까요.
나름 되게 많이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을 안 해서 놀랐어요. 즐기고 돌아온 느낌이에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팬미팅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더했나요.
오프닝으로 ‘Shape of You’라는 곡을 선정했어요. 그냥 뭔가 끌렸다고 해야 할까요. 어쿠스틱 버전도 있는 곡인데 감성 있게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 감성을 이어가다가 댄스 브레이크로 이어지며 터뜨리는 무대를 구상했어요. 무대는 모두 제가 하고 싶은 곡으로 구성했어요. 레퍼런스를 찾기도 했고요.
워너원 멤버였던 이대휘가 첫 팬미팅을 축하하며 ‘Young 20’를 선물했죠. 랩 메이킹에 참여했는데 가사에 어떤 마음을 담았나요.
팬들을 위해 의미 있는 가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랑’ ‘열정’ ‘변하지 않는 우리’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썼어요.
좋은 무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저를 보는 분들과 같이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음악적 의사소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함께 호흡하는 무대가 좋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워너원 활동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했나요.
콘서트 끝나고 고깃집에 가서 회식 했어요. 더 많이 먹고 싶었는데, 운동하느라 안 먹다가 먹으려니까 많이 안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워너원 멤버들과 단체 카톡방이 있나요.
네, 언제 한번 모이자고 하는데 열한 명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데뷔일인 8월 7일처럼 특별한 날에는 회사에 얘기해서 미리 스케줄 빼고 만나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워너원 멤버들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존재예요. 그래서 헤어지는 게 많이 두렵고 싫기도 했어요. 항상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힘들 때 같이 힘들었으니까요. 그래서 많이 아쉽죠. 워너원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가수 활동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고 더 많은 걸 해보고 싶게 하기도 했어요.
워너원 활동으로 어떤 관심사가 생겼을까요.
원래 작곡에 관심이 없었는데 작곡하는 멤버들을 보니 멋있더라고요. 멤버들을 만나기 전까지 몰랐지만 재미있는 분야가 많다는 데 감명 받곤 했어요. 그래서 도전 의식이 강해졌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사실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요. 부모님께서 연기자 쪽으로 지원해주셨고 춤이 좋아지면서 가수를 하게 됐거든요. 중학교 2학년 때 파핀 동영상을 보고 ‘와, 너무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때는 파핀, 스트리트 댄스 같은 장르 이름도 모르고 춤만 알았어요. 영상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학원에 다녔고 멋있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진짜 재미있는 직업이구나 느껴서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했죠.
춤출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묘사해준다면.
‘Feel’이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오는 게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고 무대에 자신감이 있을 때 거기에 빠져서 땀 흘리면서 열심히 춤을 추게 돼요. 무대에서 춤출 때 올라오는 희열이 있어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어반(Urban) 장르가 좋아요. 춤선이 예쁘고 느낌도 되게 색다르고요. 영상도 보고 안무도 따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음악 세계에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는 누군가요.
파핀 댄서죠! 아, 그리고 어셔 선배님 좋아해요. 선배님으로 불러야 하는 거 맞죠?(웃음) 스타일이 아주 깔끔하고 예뻐서 존경해요. 평소에는 다양한 음악을 들어요. 저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는데 ‘차에 탔을 때’ ‘걸어갈 때’ ‘운동할 때’ 등으로 구분해두었어요. 퓨처베이스, 이디엠, 일렉트로닉 하우스 등 하나하나 신중하게 듣는 게 도움이 돼요.
검색창에 이름을 검색하면 복근 사진이 엄청 떠요.
<프로듀스 101> 방송할 때 데뷔하면 복근을 만들어오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 하나 때문에 이 악물고 운동 열심히 했어요.
평소에 단기적인 목표를 계속해서 세우는 편인가 봐요.
빠른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목표를 만들어서 이루는 걸 좋아해요. 저의 첫 번째 장기 목표가 복근이었어요(웃음). ‘오늘 이 안무를 다 따고 가겠다’ ‘이 곡을 다 숙지하고 가겠다’ 같은 짧은 목표를 계속 잡아요. 그래야 마음 편하고 이룰 때마다 동기부여가 되어서 좋아요. 전 정말 ‘조금이라도 걸어보자’ 같은 계획이라도 세워야 해요. 말한 건 꼭 지키려고 하는 성격이에요.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이고요.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일 텐데요.
맞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마지막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어요. 뭔가 한 가지만 잘해서 살아남기보다는,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로듀스 101>에서 윙크한 순간이 엄청난 기회로 이어졌어요.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표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춤도 물론 열심히 췄지만요. 저는 아직도 마지막 엔딩이 끝나고 카메라가 저를 비추며 빨간 불이 켜지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제발 한 번만 나오자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계속 윙크를 했어요. 처음으로 방송에 나오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윙크로 주목받은 이후에도 유행어를 계속 선보였어요.
‘내 마음속에 저장’은 제가 만든 말이지만 이제 좀 무서워요(웃음). 청와대에서도 하셔서. 물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요즘은 민망한 순간도 와요. 내가 이걸 또 했구나. 해버렸구나…(웃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기 때문에 도전하는 거 같아요. 저도 제가 신기합니다. 활동할 때는 활발하고 상큼한 이미지가 편해요. 그러다가 모니터링하면서 ‘아, 내가 왜 이러지?’ 하기도 하고요(웃음). 사실 자아 성찰이 잘 안 돼요. 원래 애교 많은 성격은 아닌데 윙크로 그런 이미지가 생겼죠. 제가 진짜 그런 사람이라서 그러는지 다른 성격인데 그런 끼를 발산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마저도 진짜 재미있어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요.
처음에는 “원래 너 그런 성격 아니지 않니?” 하셨는데 지금은 “프로 아이돌이네” 하세요.
예쁘다, 곱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신선하죠. 사실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 얘기 들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조금 더 해볼까 싶어져요. 어떨 때는 무모하게, 어떨 때는 귀엽게, 어떨 때는 시크하게, 어떨 때는 좀 섹시하게 그렇게요(웃음).
<프로듀스 101>이 가져다준 엄청난 유명세와 변화가 혼란스럽진 않았나요.
많았죠. 프로그램에 열심히 임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이슈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기분은 정말 좋았죠.
갑작스러운 관심이 힘들게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그런 건 없었어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알아봐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갑작스럽게 기회가 열렸고 그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린 거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이돌을 준비했어요. 돌이켜보면 땀 흘리며 춤추고 노래했던 시간보다는 앞길이 보이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르는 그 순간이 두렵고 무서웠어요.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은.
운동이죠. PT를 받다가 잠시 쉬고 있는데 집에 운동기구를 들였어요. 매일 목표를 4세트로 잡았다가 막상 끝나면 한 세트만 더 할까? 하면서 자꾸 늘어나요. 운동 중독이 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재밌어요. 어쨌든 건강해지는 거니까요.
춤출 때 느낌도 달라질 것 같아요.
맞아요. 원래 체지방이 많아서 몸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좀 가벼워졌어요. 힘을 컨트롤하기가 수월해졌어요.
요즘 꽂힌 건.
연기요. 연기는 정말 재미있는 거 같아요. 내가 정말 그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흡수해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모두 흥미로워요. 평소에는 액션과 범죄 누아르 장르 좋아합니다. 무슨 역할이든 어울려서 쓰임새가 많은 배우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습니다.
가슴에 품고 사는 문장이 있나요.
좌우명이 있어요. 걱정할 시간에 연습하자. 사실 활동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충분히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자신감부터가 달라요. 무대가 두려워지면 실수로 이어지고 실수가 두려움이 돼서 제 몸을 지배해요. 두려우면 하기 싫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 어디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직 시작도 안 한 아이죠. 이제 날개를 펼치고 싶은, 날개를 펼쳐야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박지훈을 얘기하며, 박지훈을 처음 본 순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년이 지났지만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 윙크하며 화면을 가득 채우던 순간을 뛰어넘는 순간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만화처럼 프리즘이 생기는 갈색 머리카락, 하늘의 별이 떨어졌나 싶게 반짝거리는 눈, 붉은빛이 물감처럼 번진 입술을 가진 소년을 보는 순간 아이돌 그룹에서 활약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있구나 싶었으니까. 박지훈에게는 핑크색, 노란색, 눈부신 형광색이 잘 어울렸고 ‘예쁘다’ 같은 평가도 따라다녔다. ‘내 마음속에 저장’ 이후 계속 업데이트되는 개인기는 그동안 아이돌이 나눠 담당한 매력 중 애교를 겨냥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스웩, 쿨 등 타고난 어떤 분위기가 각광을 받으며 애교의 가치가 떨어지던 상황에서 애교로 직진하는 그의 모습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도 아이돌의 필수 자격 조건인 ‘실력’에 해당하는 춤, 노래, 랩, 그 어떤 것에도 박지훈은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에 길이 남을 윙크가 수십, 수백 번의 연습의 결과임을 알게 됐을 때 나는 그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좋은 무대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박지훈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관중과 시청자와 함께 그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지 같이 파악하면서 즐기는 무대 아닐까요. 대중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가면서 저 역시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 같아요.” 박지훈에게는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듣고 즐기는 수용자가 음악의 일부분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그 순간을 나눌 수 있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팬미팅 무대에서 선보인 강렬한 댄스나 워너원 마지막 콘서트에서 공개한 복근은 ‘반전’이라기보다 윙크나 애교의 다른 표현이었다. 음악과 무대가 주는 희열을 함께하기 위해 무엇이든 ‘준비’하는 그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아티스트다. 1년 6개월의 워너원 활동을 마치고 솔로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출발을 앞둔 그는 아이돌다운 아이돌이 아니다. 전형적인 공식 안에서 움직이지 않기에 박지훈의 음악과 무대 그리고 활동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세포가 증식하듯 아이돌 팬층이 종횡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한 번이라도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며칠 전 행복까지 끌어모아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21세기가 된 후 이렇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소년은 없었다.
- 에디터
-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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