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상상에 담긴 시대의 갈증, ‘참교육’

<참교육>(넷플릭스)은 시의적절하게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드라마다. 학교, 학생, 보호자, 감독 기관 등 공교육 주체를 두루 비판하면서 통쾌한 권선징악 서사와 액션 패키지를 완성했다. 원작 웹툰이 한국 남성 커뮤니티의 반PC주의 정서에 기반했던 만큼 드라마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민감한 대목을 걷어내 대중성을 확보하고 비판의 시선을 작품이 가리키는 사회문제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논점은 오히려 작품의 화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원작 웹툰의 ‘신라별 초등학교’ 에피소드는 페미니즘이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반사회적 가치관이라는 인식을 드러내 여성계와 교육계의 반발을 샀다. 보수 단체의 항의로 고초를 겪은 실존 페미니스트 교사의 인터뷰를 극 중 빌런의 수업 내용으로 인용해 조롱하기도 했다. 내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치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드러난 에피소드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다문화 가정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 풍경을 묘사하려다 흑인 비하 용어를 사용해 북미 플랫폼 서비스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드라마는 교사들이 어딘가의 지령을 받고 조직적으로 아동들에게 페미니즘 세뇌 작업을 펼친다거나 다문화 가정 학생들 때문에 순수 한국인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등 작품의 신뢰성을 손상시킬 만한 음모론은 배척했다. 대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등 실화에서 영감받은 에피소드를 전면에 배치해 공감을 유도했다. 악성 민원, 과도한 입시 경쟁, 학교와 학원의 결탁, 청소년 범죄 등도 비중 있게 다룬다.
여학생이 교사를 성폭력범으로 무고하고 피해 교사가 자살하는 에피소드처럼 반응하기가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긴 하다. 인터넷상에서 이 에피소드에 영감을 주었으리라 지목되는 건 2017년 부안 상서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 접촉 때문에 징계를 받게 된 베테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후 학생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고인이 순직을 인정받으면서 학생들이 거짓 신고를 했다는 오해가 퍼졌다. 하지만 관련된 민사재판 판결문에서는 학생들이 사회적 압박 때문에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무고보다는 성인지 감수성 차이, 조사 매뉴얼 미비 등으로 인해 발생한 비극에 가깝다. 드라마 때문에 이 건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오독이 확산할까 우려가 된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논점은 폭력이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극 중 주인공들이 몸담은 교권국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학교에 가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수단에도 제한받지 않고 가해자들을 ‘참교육’하는 기관이다. 장래 희망이 조폭인 일진 무리, 학교에 마약과 도박을 퍼뜨리고 교사를 살해한 악당을 교권국이 폭력으로 굴복시키는 장면은 현저한 판타지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다가 마침내 체벌을 결심하는 교사를 향해 주인공이 환호하는 장면은 그렇게까지 즐겁지가 않다. 폭력을 교육 수단으로 허용하는 건 모든 교육자가 정의롭고 현명하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생긴 지금의 시스템이 불만이라면 대안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교권을 강화할 새로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사회 비판 콘텐츠의 주요 기능이 대안 제시가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있다고 보면 이 드라마의 볼온한 설정은 충분히 기능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드라마를 이야기하려면 위험한 상상이 발생하고, 대중을 공감케 한 맥락을 함께 거론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학생을 통제할 수단을 잃고, 학교와 감독 기관은 방임하고, 이런 현실을 악용하는 소수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입는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사회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개선책 마련은 더디다. 드라마 <참교육>은 그 답답함에 사이다를 들이붓는다. 설정과 묘사의 올바름을 떠나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현상 자체가 사회적 메시지가 되는 드라마다.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