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8시간… 마스크 팩의 시간이 달라졌다?
3시간, 8시간, 심지어 취침 시간 내내. 마스크 팩의 시간이 달라졌다.

공항 라운지나 기내에서 시트 마스크를 붙이고 잠든 승객은 지하철에서 메이크업하는 여자를 보는 것만큼 더는 낯선 장면이 아니다. 얼마 전 배우 이미숙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른바 ‘탄력 치트 키’를 공개했다. 밤사이 피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피캄 ‘레티놀 콜라겐 오버나이트 겔 마스크’가 눈에 띄었다. 레티놀과 콜라겐을 담은 시트 한 장으로, 피부가 회복되는 밤사이 탄력 케어를 이어간다고 그녀는 증언했다. 존슨즈가 주최한 ‘깨끗한 얼굴 선발 대회’ 대상 출신이라는 의외의 이력으로 이슈가 된 배우 채정안이 떠올랐다. 수면 시간 내내 피부 위에 올려두는 오버나이트 마스크 루틴을 자신의 피부 관리 비결로 말하던 순간이 생각났으니까. 흥미로운 건 ‘클린 걸’로 통하는 헤일리 비버 역시 이 흐름에 탑승했다는 것. 자신의 뷰티 브랜드 ‘로드(Rhode)’만 사용할 것 같은 그녀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겔 마스크’를 소개했고, 핑크 콜라겐 겔 마스크를 붙인 셀피 한 장은 곧바로 글로벌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메이크업보다 피부 컨디션을 가장 세련된 뷰티 코드로 만든 히로인이 선택한 게 K-뷰티의 시트 마스크였다? 이런 사례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한국 뷰티 에디터’인 나를 여전히 으쓱하게 만든다.
나와 같은 한국 여성은 아침에는 토너 패드로 피붓결을 빠르게 정돈하고, 메이크업 전에는 아이 패치로 부기와 들뜸을 눌러주며, 자기 전에는 시트 마스크로 수분과 영양을 오래 비축하는 식으로 상황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해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스페셜 케어로 팩을 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시트 마스크는 일상적인 스킨케어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최근의 롱웨어 마스크는 바로 그다음 단계에 도달해 있다. 잠깐 붙였다 떼어내는 응급 처방이 아니다. 몇 시간 동안 피부와 맞닿아 무너진 피부 밸런스를 다잡는 새로운 관리법이 나타났다. 그 결과 제품이 강조하는 지점도 달라졌다. 성분을 얼마나 많이 담았는가보다 그 성분이 피부에 얼마나 오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연스럽게 K-브랜드는 착용 시간, 밀착력, 떼어낸 뒤의 피부 컨디션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제안하기 시작했다. “롱래스팅 마스크는 단순한 카테고리의 확장을 넘어 스킨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아로셀 상품기획팀 이한나 과장은 기존 마스크 팩이 짧은 사용만으로 피부 균형을 되찾는 데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롱웨어 마스크는 피부 상태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루틴형 스킨케어에 가깝죠”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필요’가 있다. 떼어낸 뒤 금세 건조해지는 기존 마스크 팩의 한계, 바쁜 일상에 붙이고 있는 동안 관리가 끝나는 간편함, 그리고 단순한 겉 보습을 넘어 피부 속 탄력과 밀도를 챙기고 싶은 욕구까지.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생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슬리핑 팩이다. 하지만 둘은 ‘오래 피부 위에 둔다’는 점만 닮았을 뿐이다. 피부에 닿는 감각과 성분을 전달하는 구조는 전혀 다르다. 크림 타입 슬리핑 팩이 피부 위에 보습막을 씌우는 데 가깝다면 롱웨어 마스크는 유효 성분을 머금은 시트가 피부에 직접 밀착된 채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흡수되도록 유도한다. 말하자면 피부에 일종의 잠금장치를 형성해 영양 성분이 휘발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원리다.
사실 나는 피부에 무언가를 오래 얹어두는 게 부담스럽다. 팩을 하더라도 워시 오프 타입을 선호했고, 자는 동안 얼굴을 만지는 습관 탓에 시트 마스크를 붙이고 잔다는 건 도무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이 기사를 위해 한 달 가까이 여러 제품을 테스트해본 뒤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의 마스크 팩이 가장자리부터 말라붙거나 턱 아래로 흘러내렸다면, 요즘은 시트 구조 자체가 훨씬 정교해졌다. 닥터자르트의 ‘하이드로 퍼밍 마스크’의 경우 얼굴을 래핑하듯 감싸는 촉감이 일품이었다. 히알루론산과 글리세린, 판테놀 같은 보습 성분을 담은 엠보 패턴이 피부 굴곡에 따라 유연하게 밀착되는 건 물론, 시간이 지나도 들뜨거나 땅기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재밌는 건 마스크가 점점 투명해지는 과정! 처음에는 불투명했던 하이드로겔 시트가 점점 얇고 맑아지는데, 안티에이징 성분이 피부로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이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피부 위에 무언가를 덮었는데도 답답한 느낌이 예상보다 훨씬 덜했다.
비밀은 시트 재질에 있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에센스 자체를 젤리처럼 응축시켜 만든 타입이다. 90% 이상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알긴산이나 곤약, 젤라틴 같은 천연 고분자 성분을 활용해 피부 온도에 반응하도록 고안됐다. 겔이 서서히 녹고, 그 과정에서 성분이 피부에 전달되는 식이라 사용할수록 시트가 점점 얇아지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다. 바이오셀룰로오스 타입은 또 다르다. 코코넛 과일수를 미생물로 발효해 만든 초미세 그물 구조의 시트는 피부 단백질 구조와 유사해 주요 성분을 오래 붙잡아두는 강점을 지닌다. 고기능성 앰풀과 함께 썼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이쯤 되면 오래 붙일수록 더 좋을 것 같다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과 나의 피부는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 좋은 성분도 무한정 수용하지 못하고, 오래 덮어둔다고 그만큼 결과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퓨어피부과 이수현 원장은 “피부는 저장 공간이 무한하지 않다”고 조언하며 기막힌 비유를 이어갔다. “저수지에 비가 계속 내린다고 해서 그 물을 끝없이 담아둘 수 없는 것처럼 피부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은 흡수하지 못합니다.” 제품마다 권장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지나치게 오래 밀착할 경우 피부 호흡을 방해하고, 오히려 과영양 상태가 되면서 트러블이나 자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롱웨어 마스크의 핵심은 무조건 오래 붙이는 데 있지 않다. 뷰티 역설이다. 피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리듬 안에서 성분을 천천히 전달하는 것. 스킨케어는 지금 더 얇게, 더 유연하게, 더 오래 피부와 맞닿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과연 ‘시간’은 새로운 성분이 될 수 있을까. K-뷰티가 제시한 한 장의 시트는 지금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VK
- 뷰티 에디터
- 전수연
- 포토그래퍼
- 유정환
- 플로리스트
- 브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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