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지만 감칠맛 가득한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2026.05.21

거칠지만 감칠맛 가득한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tvN)는 군대 유머와 요리라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결합한 드라마다. 여기에 <왕과 사는 남자>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박지훈, 연기뿐 아니라 유튜브 토크쇼 출연으로 희극 팬들에게 부쩍 친근해진 윤경호, 이상이가 출연한다. 과연 드라마는 초반부터 전국 최고 시청률 9.1%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이 작품이 기존 군대 드라마와 다른 점은 주인공의 성장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부조리한 군대 문화에 비판, 의무병에 대한 연민도 담겨 있지만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자라나려는 청춘의 건강한 생명력을 들여다본다. 박지훈은 드라마 <약한 영웅> 시리즈와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용하게 쓰인 처연한 눈빛을 한결 정제해서 작품의 서정과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한다. 그 때문에 이 배우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주인공 강성재(박지훈)는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관심사병으로 분류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고 게임 중독, 우울증을 겪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취사병이 된 그의 눈앞에 ‘요리사의 길’이라는 게임 화면이 펼쳐진다. 그는 칼질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지만 게임에서 레시피를 다운로드받아 요리를 척척 해낸다. 요리사였던 아버지,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거나 은연중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된다. 조용하고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던 강성재는 게임의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점차 적극적으로 변한다. 자신의 음식에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을 보면서 요리의 즐거움에 눈을 뜨기도 한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웃음은 주로 CGI를 곁들인 만화적 연출과 능청스러운 조연 캐릭터들에서 나온다. 맛없는 소시지 볶음은 기관총에서 소시지가 난사되는 장면으로, 북한군 포로가 난생 처음 맛본 돈가스는 귀순을 거부하던 그 비장한 인물이 로커가 되어 ‘자본주의의 맛’을 찬양하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보고 있노라면 드라마에 미처 담기지 않은 기발한 상상이 더 있는지, 원작 웹소설과 웹툰이 궁금해진다.

조연 앙상블 중에서는 얼렁뚱땅 만년 상사 박재영(윤경호), 허세 가득하고 눈치 없는 대위 황석호(이상이), 취사병이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어떤 재료도 고문 도구가 되고 마는 저주받은 미각의 소유자 윤동현(이홍내)이 시선을 모은다. 이 작품에 요란한 익살꾼은 없다. 대신 진지한 인물들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연출과 배우들 모두 코미디의 타이밍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군대와 취사병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기준 없는 보직 발령, 진급에 목숨 거는 간부들, 고위 인사의 불시 시찰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 먹거리 하나에 사기가 오르내리는 병사들, 소위 ‘짬밥’과 군납 식재료를 대하는 안일한 태도, 대한민국 군대의 인기 메뉴와 비인기 메뉴까지, 풍성한 디테일이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자들이 남자한테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농담이 있다. 군 시절이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고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을 무사히 살아낸 낙천적이고 언변 좋은 사람이 들려주면 그만큼 재미있는 얘기도 없는 게 군대 유머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그런 드라마다.

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이숙명

이숙명

칼럼니스트

영화 잡지 <프리미어>, 패션 잡지 <엘르>, <싱글즈>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2018년부터 발리에 거주 중이며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칼럼을 주로 씁니다. 저서로는 <패션으로 영화읽기>, <혼자서 완전하게>, <사물의 중력>, <나는 나를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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