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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 봄날을 닮은 소년들

2024.03.22

by 허보연

투어스, 봄날을 닮은 소년들

이토록 청량한 데뷔 인사가 있을까?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라고 노래한 TWS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더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하게 됐다. 다소 수줍지만 진실하게 건네는 여섯 소년의 봄 인사.

IT’S TWS “안녕하세요? TWS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스태프에게 5분마다 감사 인사를 건네는 신인 보이 그룹 TWS. 밝은 에너지가 1년에 한 번 여름에 맞춰 출시하는 로에베 파울라 이비자 컬렉션 룩과 비슷하다. (왼쪽부터)신유는 블랙 리넨 셔츠에 쇼츠를, 지훈은 흰색 셔츠에 코튼 블랙 팬츠를, 영재는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에 화이트 코튼 팬츠를, 한진은 꽃무늬가 그려진 셔츠에 팬츠를, 경민은 집업 재킷에 블랙 팬츠를, 도훈은 흰색 티셔츠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했다. 슬립온을 신어 캐주얼한 느낌을 더했다.

아이돌 문화를 잘 몰라도 유튜브가 익숙하다면 한 번쯤 이 말을 들어봤을 거다. ‘경력직 팬과 신입 아이돌’. TWS(투어스)를 화제의 중심에 올린 유튜브 쇼츠 영상에 담긴 스타와 팬의 관계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팬 미팅 자리에서 TWS의 맏형 신유는 팬을 보자마자 일어나서 인사를 하지만 눈은 못 맞추고 침을 ‘꼴깍’ 삼킨다. 물론 그가 데뷔 전에 떠올린 모습은 이런 게 전혀 아니었다. “데뷔하기 전에 연상한 팬과의 만남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거였는데 현실을 맞닥뜨리니 쉽지 않더라고요. 너무 부끄럽고 어색해서 많이 헤맸습니다. 처음 뵙다 보니 눈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누군가 날 좋아해준다는 게 안 믿겼어요.” 다른 멤버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도훈은 <뮤직뱅크> 1위 당시 손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긴장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영상을 보니 손을 떨고 있더라고요.” TWS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Sparkling Blue’ 활동 비하인드 영상에서 영재는 고민이라며 말한다.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같은 그룹이 있을까요?” TWS 같은 그룹은 없을 거다. 여섯 멤버 모두 MBTI의 앞자리가 I인 그룹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모일 수가 있지? 리더 신유도 맞장구친다. “진짜 신기해요.”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곡 중 ‘first hooky’는 그들의 성향을 대변하듯 I인 소년이 E스러운 일탈을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중간에 ‘새로운 생일’이라는 가사도 있어요. 그 곡을 가장 좋아해요.” 신유가 덧붙인다.

SHINYU 여섯 소년이 모인 그룹 TWS의 리더 신유. 잘생긴 외모에 성숙함이 묻어 있다. 화려한 프린트의 데님 셔츠와 팬츠를 함께 스타일링했다.
KYUNGMIN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가 좌우명인 TWS의 막내 경민. 화려한 패턴의 봄버 재킷에 팬츠를 입고 노란 장미를 높이 들며 엉뚱한 매력을 뽐냈다.

이들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팬과의 만남이 익숙지 않은 여섯 소년의 모습은 새 학기의 설렘과 떨림을 다루는 TWS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가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수많은 ‘경력직’ 팬들이 입덕하는 계기가 됐다. “TWS, 팬들한테 가까이 갈 때 다 떨려서 죽으려고 함. 아니, 어떤 아이돌이 팬들보다 더 떨려 해요. 누나들이 경력직이니까 괜찮아요”라는 모 블로거의 글처럼. 한번 들으면 잠자기 직전까지 흥얼거리게 되는 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이 글을 쓰는 시점, 비비의 ‘밤양갱’을 바짝 뒤쫓으며 멜론 차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떡볶이만 먹었건,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잤건, TWS는 우리를 잡티 하나 없는 청춘 영화의 한가운데로 데려다준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갑자기 학교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는 장면은 존재하지도 않던 아련한 첫사랑까지 생각나게 한다. “햇빛에 바짝 말린 포근하고 산뜻한 느낌… 장마철에 제습기 대신 TWS 영상 틀어놓아도 될 듯” “청량함에 숨 막힐 것 같음” “누가 음악에 이온 음료 부어놓은 것처럼 시원 청량함” 등의 찬란한 댓글을 보면 모두들 TWS를 본 후 자신의 감수성이 건조했음을 알아차린 듯하다. TWS는 학창 시절의 가짜 첫사랑만 떠올리는 게 아니다. 순수함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처럼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풋풋함을 떠오르게 한다. 모두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아를 노래할 때 수줍고 부끄러운 순간을 말하는 신인은 새로운 현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자본주의, 부장님, 회식, 사회생활, 이런 단어와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소년들이 우리의 잃어버린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것이다.

TRIPLE S (왼쪽부터)평균 나이 17.8세의 남자들 모임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빼놓을 순 없다. 영재, 경민, 신유가 나란히 보헤미안 무드가 느껴지는 로에베 파울라 이비자 컬렉션 룩을 입었다.

2003년생 신유를 제외하면 아직 모두 10대인 멤버들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를 어떻게 해석하고 불렀을까? “새 학기 시작하기 전날 보통 잠을 잘 못 잤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눈은 빨리 떠지더라고요. 떨림 때문에 잠을 못 잤지만 설렘 때문에 눈이 빨리 떠지는 게 우리 곡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지훈이 말한다. 멤버들과 처음 만날 때의 감정도 비슷했다. “그때도 되게 설렜거든요. 평소 눈을 잘 못 마주치는데 다 잘생겨서 얼굴 보고 인사했어요!” TWS의 유일한 중국인 멤버 한진 역시 이 노래의 무대를 준비할 때 두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저랑 멤버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고 우리가 팬들을 처음 만날 때의 감정도 느껴졌어요.”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새 학기의 시작을 말하지만 TWS와 팬들의 첫 만남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2024년은 온갖 ‘처음’으로 가득하니까. 첫 무대, 첫 라이브, 첫 출근길, 첫 엔딩 요정, 첫 팬 사인회, 첫 공항 패션 등등. 멤버들은 하나같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경민은 지난 2월 27일 김포공항에서 찍힌 첫 공항 패션 사진에 대해 “전날부터 설렜는데요. 공항 포토월에 처음 서봐서 너무 신기했습니다!”라고 말하고 도훈은 지난 1월 26일 KBS 신관 앞에서 이뤄진 <뮤직뱅크> 첫 출근길 촬영에 대해 “기사나 영상으로만 보던 출근길 사진에 제가 찍히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라고 말한다. 음악 방송 무대에서 카메라를 빨리 찾지 못할 때도 있고, 안무하느라 표정 만드느라 준비한 제스처를 못할 때도 있고, 팬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한 ‘투어쮸(캐러멜)’를 미처 주지 못할 때도 있지만(지훈이 아쉽다는 듯 말한다. “못 줬어요. 제가 전달할 만큼 여유가 없었어요.”) 데뷔한 지 아직 두 달도 안 된 그들에게는 모든 경험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상한 사람 봤을 때 말고, 우리가 “신기하다”는 말을 써본 건 언제일까?

JIHOON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지훈은 청량한 보컬을 자랑한다. 지훈이 목소리처럼 깔끔한 흰색 셔츠에 야자수 프린트 팬츠를 입고 목걸이로 룩을 마무리했다.
YOUNGJAE 탄탄한 보컬 실력을 타고난 영재는 댄스 실력도 뛰어나 유연한 춤 선을 자랑한다. 패턴 셔츠를 어깨에 걸친 채 오후의 햇살 아래 나른하게 앉아 ‘투칸 참’을 손에 들었다.
WE BELONG TOGETHER 도훈, 한진, 지훈, 크로스! 블루 톤 셔츠와 티셔츠를 입은 천진난만한 세 소년이 몸을 포갠 채 다 같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여기까지 읽고 한 발 늦게 ‘입덕’의 시동을 걸고 있는 사람이라면 멤버들이 어떻게 가수를 꿈꾸게 됐는지도 궁금할 거다. 어릴 때부터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과 ‘Smooth Criminal’을 즐겨 듣던 신유,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함을 전달해준다는 생각에 세븐틴의 노래와 무대 영상을 열심히 찾아본 한진, 초등학생 때 방탄소년단의 ‘Not Today’ 무대를 보고 아이돌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경민, 아버지가 항상 틀어주던 퀸의 ‘Don’t Stop Me Now’를 들으면서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는 영재, 부모님의 차 안에서 들은 <맘마미아> 앨범을 특히 기억하며 댄스부 활동을 하는 가운데 엑소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는 도훈, 여러 K-팝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걸 좋아했다는 지훈이 TWS의 멤버가 됐다. 지훈은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떠올린다. “아이돌을 꼭 해야겠다고 여긴 적은 없었어요. 다만 큰 계기가 된 순간은 있었는데요. 연습할 때 항상 거울이 앞에 있거든요. 춤추고 노래하는 표정이 다른 때와 달리 아주 행복해 보였어요. 그 표정이 ‘넌 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라고 얘기해주는 신호 같았어요. 그걸 믿고 이 감정이 계속되길 기도하면서 저의 실력을 기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신유도 비슷한 계기로 시작했다. “많은 분에게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행복하면 남들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 거죠.”

DOHOON 멤버 중 가장 오래, 6년 동안 연습생으로 준비 기간을 가진 도훈. 탄탄한 랩 실력과 큰 키에서 나오는 시원한 춤 선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강렬한 은색 시퀸 톱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HANJIN 유일한 중국인 멤버로 이국적인 외모를 담당하는 한진.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를 입고 장난스럽게 서 있다.

대단한 세계관 없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통해 5세대 아이돌의 새로운 챕터를 열며 쑥스럽게 인사를 건넨 TWS가 특히 도전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콘서트다. 도훈에겐 ‘콘서트’ 하면 기억나는 선명한 그림이 있다. “퍼포먼스 하고 라이브 하는 것도 좋지만 콘서트가 끝나갈 무렵 슬프고 감성적인 곡으로 다 같이 떼창 해보고 싶어요. 멤버들도 몇 명 울고요.(웃음)” 가까운 미래에 해보고 싶은 게 콘서트라면 까마득한 먼 미래에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진짜 말 많거든요. 아주아주 먼 미래에 문득 서로 연락해서 갑자기 한자리에 이렇게 모이는 거예요. 그리고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6시간 수다 떨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게 있다는 것도 안다.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딘 멤버도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이뤄야 했던 멤버도 있지만 어떤 것도 쉽게 주어지진 않았다. 영재는 말한다. “연습생 때 힘든 것과 데뷔하고 나서 힘든 것은 무게감도 다르고 주제도 다른 것 같아요. 제가 모든 연습생을 대변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연습생 때는 막연함 때문에 힘들었는데요. 데뷔하고 나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요.” 최근 멤버들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모닥불 타임’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다소 진지해졌는데, 최근 각자 개인 휴가를 만끽한 일을 얘기할 때는 천진난만한 10대의 모습 그대로다. “어제 톤업 패드를 사러 갔는데 중학교 3학년 친구들이 저를 알아봤어요!”라는 경민의 말에 한진도 신나서 말한다. “저도 어제 쇼핑하러 갔다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분들이 ‘혹시 TWS 한진이에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저를 알아봐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FINALE 모든 멤버의 MBTI가 I로 시작한다는 이 그룹은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로에베(Loewe).

마지막으로 멤버별 TMI를 하나씩 투척하자면, 도훈은 네 컷 사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까지 모은 사진이 총 60장 정도 된다. 영재는 에어팟을 계속 잃어버려서 벌써 세 번째 구매했다. 세 번 다 친형이 사줬다(“형, 미안”). 한진은 매운 음식을 잘 먹고 경민은 휴대폰 배경 화면을 하루에 한 번씩 바꾼다. 지훈은 어제 책 한 권을 다 읽었고 신유는 추위를 많이 탄다. 더 많은 정보는 차차 알아가는 것으로. 그들의 첫 등장을 알린 곡 ‘Oh Mymy : 7s’ 가사처럼 ‘낼부터 소문날 거’니까. 더 크게. (VK)

포토그래퍼
김희준
피처 에디터
류가영
패션 에디터
허보연
김나언(프리랜스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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