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상하이 구름 아래, 아만양윤
울지 마라. 힘드니까 사람이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해서 아시아로 떠났다. 아만양윤에서 인생의 지정 생존자가 되다.
조용한 수행, 아만양윤

휴식보다 수행에 관심이 많다. 수행은 학문, 기예 등에 정진함을 뜻하지만, 나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 표현하고 싶다. 마음 수행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예전엔 지칠 때면 호캉스나 하며 쉬고 싶었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매일 요가를 하지만 사회생활에 부침이 심할 때면 신비한 정화수에 몸을 담가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심경이다. 그럴 때면 아만(Aman)을 찾는다.

아만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 1988년 태국 푸켓에 처음 설립된 아만푸리(Amanpuri)의 뜻 또한 ‘평화의 장소’다. 이것만 봐도 이들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이번엔 상하이 외곽의 고즈넉한 호수와 녹나무 숲에 자리 잡은 ‘아만양윤(Amanyangyun)’을 찾았다. 양윤은 베이징의 고궁에서 발견된 300년 된 비문의 일부로 ‘자양분이 많은 구름’이란 뜻이다. 비옥한 땅이 아니라 구름이라… 어떤 곳일까.
처음 도착하자 직원이 2,000여 년 된 녹나무로 이끈다. 이 신성한 나무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물을 주면 이전 세계와의 단절이 시작된다. 아, 양윤은 시간과 단절되면서도 이어진 곳이다. 상하이에서 700km 떨어진 양쯔강 하류의 장시성 푸저우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그곳의 수백 년 된 나무와 명·청 시대 건축물을 수년에 걸쳐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아만양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아만은 해당 지역의 역사와 자연 들이기에 진심이다. 특히 건축에 그 지역 문화가 많이 묻어 있다.
명·청 시대 건축물에서 돌 하나하나 가져와 쌓아 올린 앤티크 빌라에 들어섰다. 실내는 고목의 짙은 나무 향이 가득하다. 나무 기둥 하단은 돌로 되어 있는데, 다소 습한 중국 남부의 건축 특징이기도 하다. 아만양윤 곳곳에는 동그란 문이 많은데 남부 사람들의 부드럽고 우아한 성향을 표현한 것이다. 창문은 사각이다. 건축가가 창밖 풍경을 액자 속 예술품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이곳 자연은 그야말로 녹나무와 대나무가 뿜어내는 정기로 가득하다. 자전거를 빌려 매일 아침 호수와 작은 연못, 푸른 가로수 길을 오가면서 산책했다. 지저귀는 새와 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친구였다. 오후에는 수행이라 이름 붙이기 거창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행했다. 자금성 황실 독서각에서 이름을 따온 문화 공간 난 슈팡(Nan Shufang)은 17세기 문인의 서재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사색하고 서예, 음악, 회화 등을 배울 수 있다. 어느 날은 매화 한 점을 그렸는데, 꽃잎 하나를 그릴 때마다 집중력이 더해졌다. 웰니스 센터에서 싱잉볼 명상을 하고, 베이 티 하우스(Bei Tea House)에서 다도를 체험했다. 장시성에서 가져온 목재로 만든 테이블에서 백차를 마시는데, 이 지역의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쿤취(Kunqu)가 흘러나왔다. 아만양윤은 레지던시도 운영하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가수의 목소리였다. 아트 갤러리에도 방문했다. 전시 중인 루신젠(Lu Xinjian) 작가의 도시 풍경을 선과 색으로 표현한 경쾌한 작품이었다.

사흘쯤 되니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저녁엔 객실로 돌아와 야외 욕조에 몸을 담그고, 직원들이 저녁마다 피워두는 모닥불의 흔들리는 불꽃을 보았다. 그때 비가 다시 내렸다. 침대에 드러누워 중정의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어릴 적 방에 누워 살짝 열어둔 문창호 사이로 빗소리를 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소리와 상쾌한 공기가 지금과 닮았다. 좋은 공간은 잊고 있던 화양연화로 데려가는 듯하다.

이곳에서 가장 역동적인 순간은 스파였을 것이다. 보통 리조트에서 스파가 가장 여유로워지는 프로그램이지만, 이곳은 조금 달랐다. 몸이 새롭게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시그니처인 하맘(Hammam)은 스팀 목욕과 스크럽, 마사지를 결합한 고대 트리트먼트로 마지막엔 라운지에서 건강식과 차를 즐긴다. 바냐(Banya)는 러시아인의 건강과 사교의 중심이기도 한 스파 문화로, 자작나무와 참나무 가지를 묶은 베니크(Venik)로 몸을 두드리고 뜨거운 김을 쬐며 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목이 뜨거워질 때면 바냐 전문가가 입술에 정수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카리스마 있게 스파를 이끌던 그에게서 중생의 몸을 정화한다는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그는 “몸도 그렇지만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만은 관광지를 위한 거처가 아니라 그곳 자체를 즐기러 오는 이가 대부분이다. 식사도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이뤄지곤 한다. 아만양윤에선 장시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라주(Lazhu), 호숫가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아르바(Arva)와 핫포트 레스토랑 인루(Yinlu) 등이 있다. 인루에 들어서니 투숙객이 아니라 상하이 시민도 즐겨 방문하는 맛집인 듯했다. 로컬 작가 펑뉴(Feng Niu)가 만든 식기가 준비되고, 은으로 만든 핫포트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직원은 음식을 덜어주며 지역별로 달라지는 중국의 핫포트 용기를 설명해주었다.
만약 이곳에서 잠깐 일탈을 원한다면 와이탄부터 동방명주까지 아시아와 유럽이 뒤섞인 이국적인 상하이의 낮과 밤을 걷거나 프라이빗 보트로 투어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물론 그 외출도 좋았지만, 다시 고요한 수행 시간이 그리워졌다. 다음 날엔 서예 혹은 요가로 조금 들뜬 마음을 식히리라 다짐했다. VL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포토
- Courtesy of Amany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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