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에서 에디 마르티네즈까지, 웰니스 수집가 이경민의 집
웰니스 공간 ‘시수하우스’ 이경민 대표의 집에는 미술품이 가득하다. 공간을 둘러보며 웰니스와 컬렉션의 공통점을 생각했다. 어쩌면 심신의 회복 탄력성을 키운다는 점 아닐까.

웰니스 공간 ‘시수하우스’가 오픈 두 달 만에 서울의 명소로 떠올랐다. 심신 건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으로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시수하우스를 운영하는 이경민 대표가 미술품 컬렉터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과 가정, 사업과 취향의 균형을 조율하는 이 대표의 집은 어떨지 궁금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온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공간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김현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모던하고 심플하게 했어요. 특히 주방은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한 브랜드 ‘키친리노’를 선택해 수납장을 최대한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집을 둘러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미술품뿐이지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이는 것은 전시마다 작품이 솔드 아웃 되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손가락으로 그린 핑크 그림이다. 그 옆에는 문성식 작가의 서정적인 작은 그림이 있고, 거실 중앙에는 백만장자라도 오래 줄을 서야 소장할 수 있는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와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의 큰 그림이 걸려 있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원래는 이우환, 남춘모, 이건용 같은 한국 단색화 작가를 좋아해서 그들 작품을 집 안에 걸어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사하면서 점잖은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경쾌한 작품으로 싹 바꿔 설치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여기저기 많이 걸었는데, 이번에는 절제해서 몇 점만 설치하고 나머지는 넣어두었죠. 그림을 더 멋지게 걸기 위해 벽에 도배를 하지 않고 도장을 했더니 작품 거는 재미가 있군요. 인테리어와 조명은 수집가에게 중요한 덕목이기에 그 점을 신경 써서 리노베이션했습니다.”

특히 에디 마르티네즈와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은 그들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가 되기 직전에 한눈에 반해서 소장한 것이라 감회가 새롭다. 작품을 보는 그녀의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넘치는 그림을 사고 싶어서 과감하게 소장했는데, 그 후에 작가들이 미술계 스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는 경제학, 대학원에서는 상담 심리를 공부했다.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으로 패션 마케팅도 파슨스에서 추가 전공했다. 이후 아트 페어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컬렉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군다나 양가 부모님 모두 컬렉션을 해왔기 때문에 그녀에게 미술품 소장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편 장동우 씨 역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늘 의논해서 작품을 소장한다. “팬데믹 직후 미술계가 호황일 때는 구입을 오래 고민하지 못했어요. 갤러리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결정하지 않으면 금세 다른 사람이 작품을 선점해버렸으니까요.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소장을 원하는 수집가가 많아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어요. 구입할 수 있는 순서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망설일 겨를이 없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붐은 아니어서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을 직접 보러 두세 번은 간 후에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물론 그녀도 실패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니 처음만큼 작품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팔지는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부엌에 걸린 김종학 작가의 분홍 벚꽃 그림은 처음엔 침실에 걸려 있었다. 그때는 감흥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요즘 다시 주방에 거니 새롭게 보인다.

지금 그녀의 침실에는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호수 그림이 걸려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수집한 작품이라 더 의미 있다. 아트 바젤 홍콩 아트 페어에서 이 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다소 우울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결정을 망설였는데, 새로운 연작은 호수의 빛에 따라 달라지는 밝은 컬러여서 장고 끝에 소장을 결정했다.

컬렉션에 대한 애정과 집중은 그때그때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집 안에 걸린 그림을 자주는 아니지만 바꾸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문성식의 작은 그림도 욕실 옆에 걸었다가 거실 쪽으로 위치를 옮기니 다르게 보인다. “문성식 작가의 그림을 너무 갖고 싶어서 그의 전속 갤러리를 2년 가까이 쫓아다녔죠.(웃음) 문 작가는 전시도 자주 하지 않고 작품 수도 적어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경매에도 잘 나오지 않기에 구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이 작품은 할머니가 능수벚꽃 아래에서 포대기에 아이를 업고 있는 그림이라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미국 덴버 미술관 전시 작품을 기다렸다 받아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전시한 이력을 가진 작품은 가치가 더 높아집니다. 문 작가의 내년 개인전도 기대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단색화 같은 모노톤의 작품 중심으로 수집하고 걸었지만 요즘은 활력이 넘치고 컬러풀한 작품에 관심이 간다. 이 대표는 여전히 컬렉션의 취향을 찾아가는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아무래도 투자가치를 중요시하지만, 이 대표는 오래 보고 싶은 작품을 주로 선택한다. 과거에는 캐나다 작가 베스 르테인(Beth Letain) 같은 다소 어려운 추상화도 종종 수집했다.
이 대표의 첫 컬렉션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작품을 선보이는 영국 작가 조지 몰튼 클락(George Morton-Clark)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본인이 선택해 처음 구입한 작품이다. 남편 장동우 씨의 첫 컬렉션은 양혜규와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이었다. 두 사람은 모든 작품 구입을 의논해서 결정하고 있다. 수집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모님의 컬렉션을 빌려서 집에 걸어두었지만, 이제 소장품만으로 충분하다.
이 대표가 최근 구입한 미술품은 얼마 전 막을 내린 더프리뷰 서울 아트 페어에서 만난 이수현 작가의 다마고치 작품이다. 옥수수 형상의 이 작은 작품은 안에 다마고치가 들어 있어서 미소를 자아내기에 욕실에 설치했다. 얼핏 보면 장난스러워 보여 초보 컬렉터가 선택하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한 대사 부인도 이 다마고치 연작을 구입했다고 하니, 역시 현대미술의 세계는 어렵고도 다채롭다.
그녀가 시수하우스를 운영하는 만큼 자택 욕실도 특별하다. 리노베이션하며 타일도 모두 교체했는데, 두 욕실 대리석 패턴이 각기 달라 재미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공간이 욕실이니만큼 샤워는 빠르게 해도 괄사 마사지와 스킨케어에 꼼꼼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사실 미술 컬렉션과 웰니스 사업은 그녀의 힘들었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웰니스는 평안한 상태를 뜻하지요. 운동, 마사지, 여행, 미술품 감상 등 사람마다 편안해지는 방법이 모두 다르잖아요. 결혼하고 경력 단절로 인한 우울증이 심해서 고생하다가 아트 페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컬렉션에 관심을 가졌어요. 웰니스 사업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던 개인적 경험에서 착안했죠. 좋아하는 작품을 집에 걸어놓고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사우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잡념을 잊게 됩니다.”
그래서 3년간 준비 끝에 시수하우스를 개관했고, 그녀와 같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들이 이곳을 좋아해주어서 보람을 느낀다. 이를 준비하던 3년 전만 하더라도 세신과 사우나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에, 누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까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그녀처럼 심신의 휴식이 필요했던 도시인이 많았다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 무신사, 베지밀, 타이거 모닝 같은 기업의 협업이 이어지며 사업 성공을 입증하고 있다.
시수하우스에는 미술품을 따로 설치하진 않았다. 원목을 주로 써서 온기 있는 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일부러 작품을 걸지 않은 것이다. 솔트 파우치에서부터 사우나 가운, 올리브색 카펫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평화로운 느낌의 디테일을 적용했다. 다만 사무실에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애나 팍(Anna Park)의 작품을 걸었다.
요즘 관심 있는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이다. 청각장애를 총명함으로 승화시킨 그녀는 주로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가이기에 현대인의 집에 잘 어울리는 컬렉터블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매혹적이다. 김한샘, 정수정, 홍성준, 박성옥 같은 젊은 작가의 재기 발랄한 작품도 선호한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때는 그의 후원자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시수(Sisu)’는 핀란드어로 ‘회복 탄력성’을 뜻한다. 집은 그녀에게 ‘시수’를 선사한다. 나의 공간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지 되돌아봤다. 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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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이소영(미술 전문 저널리스트)
- 사진
- 김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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