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공항은 라운지 전쟁 중
공항 라운지가 점점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최고급 캐비아와 샴페인은 물론이고 피부 관리와 마사지, 최고급 스위트룸, 비행기까지 당신을 모셔갈 포르쉐도 대기한다. 기다림을 그 이상의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보다 더 편안히 공간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질투를 떨치기 어렵다. 공항 라운지는 결국 누가 들어가고, 누가 들어가지 못하는가의 문제다. 핫도그 롤러가 있는 라운지, 네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 전담 비서가 상주하는 라운지까지, 입장 조건은 제각각이다. 공항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라운지에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 라운지에 들어간다면 목적을 잃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저가 라운지 멤버십 네트워크인 프라이어리티 패스(Priority Pass)의 이용 횟수는 2024년 31% 증가했다. 케네디 국제공항(JFK 공항)은 포스트 팬데믹 여행 붐이 한창이던 2023년 라운지 공간을 확장했는데, 제4터미널 라운지만 해도 약 6,500㎡(약 2,000평)에 달했다. 빌 게이츠의 저택 ‘재너두 2.0’과 맞먹는 규모다. 이후 같은 터미널에 그와 엇비슷한 크기의 라운지가 하나 더 들어섰다. 전 세계에는 3,500개가 넘는 공항 라운지가 있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는 무려 37개가 있다. 탑승구 두 개당 하나가 있는 셈이다. 보츠와나의 소도시 카사네(Kasane)는 인구 1만 명 내외에 불과하지만, 공항보다 더 눈에 띄는 작은 라운지가 하나 있다. 푼타카나 국제공항의 라운지 네 곳 가운데 세 곳에는 야외 수영장까지 딸려 있다.
어떤 이는 오직 특정 라운지를 경험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2016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사업가 라에잘리 분툿(Raejali Buntut)은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를 놓쳤다. 플라자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잠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행기를 다시 예약하는 대신, 다른 라운지로 옮겨 다니기 시작했다. 한 라운지에서 다른 라운지로, 무려 31번이나 이동했다. 18일 동안 공항을 떠나지 않았다. 씨티은행 신용카드 혜택인 프라이어리티 패스로 라운지에 들어갔고, 항공권을 위조하기도 했다. 결국 한 라운지 직원이 이를 발견해 신고했고, 그 직원은 표창을 받았다. 분툿은 위조 혐의로 수감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가 옮겨간 곳은 라운지와 닮아 있었지만, 그곳을 채운 공기는 전혀 달랐다.
최근 나는 뉴욕을 벗어나지 않은 채, 일주일 동안 가능한 한 많은 라운지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분툿과 비슷한 실험이었지만 부정행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공짜를 좋아하고,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즐긴다. 특별한 회원 등급은 없었지만 프라이어리티 패스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JFK 공항 제4터미널의 다소 어수선한 곳 모퉁이에 자리한 헬로스카이 라운지에 다다랐다.
헬로스카이 라운지는 소파를 들여놓은 차량관리국(DMV) 사무실을 떠올렸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천장 타일이 시공되어 있었고, 자연광은 거의 들지 않았다. 카펫은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 같았고, 곳곳에는 값싼 할로윈 장식이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 보였다. 나는 종이로 만든 마녀 장식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서 멤피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두 사람을 만났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가는 시니어 크루즈를 탈 거예요”라고 말하며 헬로스카이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 “번잡하지 않아서 좋아요. 어떤 라운지는 지하철 칸처럼 숨 막히게 빽빽해요. 그럴 바엔 차라리 대합실에 있는 게 낫죠.”
겔프 대학교의 역사학자 케빈 제임스(Kevin James)는 공항 라운지를 “머무름을 더 고상하게 경험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기다림 자체는 같지만, 방식이 다르다는 의미다. CBS 뉴스 여행 에디터 피터 그린버그(Peter Greenberg)는 무려 50년 전에 6개 항공사 라운지 종신 패스를 구입했다. 그는 “항공사는 고객이 ‘없는 것보다는 낫군’이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라운지가 그 정도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곳은 물에 과일을 띄워두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운지를 평가할 때 ‘없는 것보다 낫다’는 기준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이다. 파리 에어프랑스 라운지에는 프라이빗 화장실이 있는데, 가죽으로 마감된 벽과 수공예 유리 샹들리에로 꾸며 작은 보석함처럼 보인다. 반면 헬로스카이에는 화장실이 없다. 물도 레몬수, 생수, 따뜻한 물 정도로 최소한만 갖춰져 있다.
인도항공 라운지에 화장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라운지는 대학 카페테리아처럼 생겼으며, 인도 향신료 호로파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나는 뷔페에서 접시를 가득 채웠다. 치즈 케이크는 낯익은 맛이었다. 눅눅한 사모사(감자, 채소, 향신료를 넣어 만든 삼각형 튀김 만두)를 먹다가, 옆에 앉은 두 남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버진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 남자 중 한 명인 라이언이 말했다. 라운지 이용은 멤버십,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 제휴, 이용 시간 등 여러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결정된다. 경우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할 수도 있다(헬로스카이는 3시간에 59달러다). 버진 애틀랜틱 클럽하우스는 시간대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 라이언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는 프라이어리티 패스 라운지로 운영된다고 일러주었다. 베이글과 요거트, 포리지가 제공된다는 의미다. “오후 2시부터는 진짜 클럽하우스가 돼요.” 사슴 고기 버거, 구운 연어, 비트 샐러드 같은 메뉴가 테이블 서비스로 제공된다.
라이언의 친구는 인도항공 라운지가 버진 라운지의 예비 라운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는 장소를 위해 존재하는 또 다른 기다림의 공간인 셈이다. 두 사람은 스톡홀름발 델타항공을 타고 와 환승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들은 아직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곧 100만 마일을 채우게 될 거라고 말했다. “정말 많은 라운지에 가봤어요. 애틀랜타에 있는 델타 클럽은 거의 다 가본 것 같아요.” 그곳에는 델타 클럽이 아홉 군데 있다. 어떤 승객은 이른바 ‘클럽 크롤(Club Crawl)’을 하기도 한다. 환승 한 번 하는 동안 각 스카이 클럽을 돌며 한 잔씩 마시는 것이다. “아마 모든 대륙의 라운지는 한 번씩 가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라이언이 덧붙였다. (그는 남극을 빼놓았다. 그곳에도 라운지가 있다. 사설 간이 활주로 위에 놓인 이글루 단지가 라운지 역할을 하며, “얼기 전에 샴페인을 들이켜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어떤 라운지에서는 식중독에 두 번이나 걸린 적도 있어요. 중국의 어떤 라운지는 그냥 방 하나예요.” 라이언은 디칭 티베트족 자치주 샹그릴라(Shangri-La)에 있는 라운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애틀랜타 라운지에서는 차라리 피에프창(P. F. Chang’s)에 가는 게 나아요.”
라이언은 델타항공의 다이아몬드 메달리온 회원이었다. 하지만 그런 등급으로도 JFK의 델타 라운지 세 곳에는 모두 들어갈 수 없다. “델타 플래티넘이나 다이아몬드 메달리온 등급으로 국제선을 이용하면 버진 클럽하우스에는 들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델타 스카이 클럽에는 못 가요. 델타 원(Delta One)을 타야만 들어갈 수 있죠”라고 그는 설명했다. “델타는 꽤 까다로워요. 그곳에 들어갈 만큼 자격을 얻었다는 기분이 들게 하죠.”
라이언은 버진 라운지에 들어가보라고 권했다.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라며 미리 덧붙였다. 바쁘게 움직이던 직원이 우리를 모두 안으로 들여보냈다. 라운지는 은은하게 빛났다. 우아한 나무 바닥과 붉은 펠트 당구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소파는 붉은 풍선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얇게 저민 오렌지와 레몬, 민트 줄기가 담긴 물병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고, 물은 아주 차가웠다. 웨이트리스가 나에게 오리 토스타다를 갖다주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기다리며 살았다. 편지를 기다렸고, 우유 배달부를 기다렸고, 신문을, 배를, 표지판을, 빵이 부풀기를, 썰물을, 기병대를, 좋은 소식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늘 뭔가를 기다렸기에, 기다림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여겨졌다. 그러나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왕과 교황, 메디치 가문을 비롯한 귀족들은 자신의 수종이 기다릴 수 있는 방을 짓기 시작했다. 역사학자 헬무트 푸프(Helmut Puff)는 저서 <대기실: 기다림의 역사를 향하여(The Antechamber: Toward a History of Waiting)>에서 이런 일화를 전한다. 스물한 살의 모차르트가 후원자를 찾아 떠돌던 시절, 유럽 곳곳의 대기실에서 기다린 경험을 불평하며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바바리아에서 1시간, 프랑스에서도 꼬박 1시간, 공작과 공작 부인의 냉기가 흐르는 방에서는 30분을 기다렸다. 공작 부인이 마침내 나타났을 때 모차르트는 말했다. “연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어렵습니다. 손가락이 얼어 감각이 없거든요.” 기다림은 사람을 절박하게 만든다. 아이처럼.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린다. 기다림의 대상이 너무 귀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공항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이들은 그들 자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다린다. 공항 라운지는 1939년 아메리칸항공 CEO C. R. 스미스(C. R. Smith)가 처음 만들었다. 상업 항공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방안이었다. 라과디아(La Guardia) 공항에 만든 첫 라운지를 ‘제독 클럽(The Admirals Club)’이라 불렀다. 멤버십은 비공개에 무료였으며, 가입 여부는 회사 재량에 달려 있었다. 운영 매뉴얼에는 가입 대상 목록이 있었는데 장군, 의원, 관료, 판사, 유엔 사무국 직원, 그리고 ‘명사 인명록에 오른 인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새로 선발된 ‘제독’ 해군 제식을 흉내 낸 임관식을 치렀고, 지역신문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스미스는 제독들에게 친서를 보낸 적도 있는데, 그중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존경하는 제독님께, 아시다시피 여성분들을 제독 클럽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는 편지 말미에 “C. R. 스미스, 함대 제독”이라고 서명했다.
제독 클럽 라운지는 집과 같은 분위기를 지향했다. 낮은 천장, 램프, 푸른 카펫(‘제독함의 푸른색’)과 붉은 가죽 안락의자가 놓여 있었다. 당시 아메리칸항공 브로슈어에는 “남성에게는 즐거움을, 여성에게는 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이라고 되어 있었다. ‘스키퍼’라 불린 여성 직원이 전담 관리했고, 공항의 한적한 구석에 자리했다. 초인종을 눌러 들어가면 브리지 게임을 즐기거나 전보를 보낼 수 있었다. 제독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 날에도 술을 마시기 위해 일요일마다 워싱턴 내셔널 공항 라운지를 찾곤 했다.
그러자 다른 곳에도 라운지가 생겼다. 콘티넨털항공의 프레지던트 클럽, 트랜스월드항공의 앰배서더 클럽이 문을 열었다. 브래니프항공 회장은 회원이 될 만한 이들에게 “브래니프 국제위원회 회원이 되어주신다면 영광일 것입니다”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다. 음료는 공항 대합실보다 비쌀 수도 있었지만, 특권을 누린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매력이었다. 팬암의 직원 훈련 가이드는 자사 라운지인 클리퍼 클럽의 회원들이 ‘엄청난 VIP’가 된 것처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중에서도 더 특별한 VIP들에게는 ‘EXCOR’라는 태그가 붙었다. 특별 예우(Extra Courtesy)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불과 10~20년 만에 라운지 회원은 50만 명에 이르렀다. <타임스>는 이들을 두고 “대부호, 거물, 유력가, 유명 인사로 이루어진 임시로 만들어진 귀족 계층”이라 불렀으며, “회원들이 훗날 수익을 가져다줄지 모른다는 기대 속에 항공사들은 그들을 극진히 대접한다”고 썼다. 1959년 민간항공위원회(Civil Aeronautics Board)와 규제 당국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황금 노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이 행사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아메리칸항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연루된 한 인물은 자신이 ‘제독’이 되었다고 증언했다.
1965년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출신의 취침 등 영업 사원 허버트 골드버거(Herbert Goldberger)는 아메리칸항공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그러나 탑승이 계속 지연되었다. 그는 온더록스 위스키 한 잔이 간절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제독 클럽을 권했다. 골드버거는 잠시 헤맨 끝에 그곳을 찾아냈다. 스키퍼가 그에게 제독인지 물었다. 그는 제독으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키퍼는 이를 거절했다. “솔직히 옆 사람보다 내가 못난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모욕적이었어요.” 골드버거가 회상했다. 그는 민간항공위원회에 차별당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돈을 지불한 누구나 클럽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위원회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시간이 흐른 뒤 항공사 측의 반박이 나왔다. 아메리칸항공 임원 한 명이 되물었다. “아무나 제독이 될 수 있다면, 누가 제독이 되고 싶어 하겠습니까?” 골드버거는 소송을 이어갔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C. R. 스미스는 청문회에 출석해 골드버거의 요구가 라운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개입했다.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 부통령이 이 사건을 주시했다. 골드버거는 항의 편지를 받았고, 가족들조차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사건은 8년간 이어졌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싸움은 골드버거의 승리로 끝났다. 그는 일부에게 영웅으로 여겨졌다. <타임스>는 그를 “회원 전용 라운지의 제임스 매러디스(James Meredith)”라고 불렀다. 그는 “저는 청년공산주의연맹에 들어간 적도, 워싱턴에서 시위하거나 언론에 제보한 적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큰소리를 내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사실 하나 더 마음에 걸려요. 식당에서 현금 결제 시 7% 할인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건 그냥 두겠습니다.”
골드버거가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그 상황을 즐기는 사람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딸 조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아빠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어요. 아빠는 대의를 위해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라운지라는 공간이 그의 잠재된 정의감을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지 그 세계에 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조이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본 것은 골드버거가 딸이 사는 볼티모어를 경유하던 때였다. “아빠가 만나자는 곳이 어디였는지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바로 제독 클럽이었어요.”
베네치아나 ‘모나리자’처럼, 라운지 역시 그 매력 때문에 스스로를 잠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라운지 개방 정책은 애초부터 실망을 낳기 쉬웠다. 사람들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영화 <VIP> 같은 장면을 기대했다. 히스로(Heathrow) 공항 라운지에서 흰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들이 샴페인을 나르고, 손님들은 조세 회피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하지만 요즘 라운지 이용객들은 “맛없는 후무스와 눅눅한 프레첼을 먹는다”고 여행 에디터 그린버그는 말한다. 라운지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라운지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더 몰리고, 결국 ‘라운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 공항 대합실을 따라 뱀처럼 이어진 라운지 대기 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안에 들어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안팎의 경계는 흐려진다. 신발을 벗는 사람, 통화하는 사람, 자리를 차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델타 스카이 클럽의 대기 시간은 90분에 이르고, 체이스 사파이어 라운지는 대기 명단을 운영한다. 차라리 탑승구 앞 의자에 앉으면 될 텐데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기다리길 택한다. 이런 절박함은 인스타그램에서 과시되는 욕망, 특권 의식, 혹은 비즈니스석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이용객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유는 분명하다. 항공사들이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6년 콘티넨털항공과 마린미드랜드은행은 항공 업계 최초로 제휴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제휴 카드는 무료 수하물 위탁, 마일리지 적립, 라운지 이용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 제품은 형편없었고, 신뢰도도 낮았고, 서비스도 엉망이었어요.” 당시 콘티넨털 마케팅 팀에 있던 헨리 하트벨트가 회상했다. 콘티넨털과 마린미드랜드는 신용카드가 좌석 판매를 끌어올릴 거라 기대했다. 카드는 출시 즉시 인기를 끌었다. 하트벨트는 “신용카드 가입을 유도하려고 비행기 좌석을 파는 상황이 됐죠”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제휴는 곧 항공 산업의 핵심 축이 되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유나이티드는 체이스와 파트너십으로 구축한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가치를 2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시기, 승객 유치 같은 다른 사업은 10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델타항공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결제액은 매년 미국 GDP의 약 1%에 달한다. (“사람들은 공짜 항공권을 얻기 위해 놀랄 만큼 많은 돈을 쓰죠.” 하트벨트의 말이다.)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이제 항공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만 해도 델타 카드는 80억 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사람들이 카드를 쓰는 이유는 뭘까. 한 델타 임원은 리저브 카드에 대해 “라운지 이용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항공 산업은 거의 신용카드 로열티 사업에 가까워졌고, 그 로열티 사업은 다시 라운지 경험으로 수렴된다. 델타와 유나이티드를 ‘비행도 하는 라운지 회사’로 봐도 과장은 아니다. 애틀랜타 한 곳에만 1억 달러 이상을 들인 라운지가 두 곳이나 있다.
라운지 운영자들은 이용객 과밀 현상을 심각한 장기적 위협으로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델타항공은 최근 가입 정책을 조정했다. 연간 방문 횟수를 제한하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소지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다. 유나이티드 역시 체이스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편 항공사들은 라운지 규모도 계속 키우고 있다. 두바이에 위치한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는 약 9,300㎡(약 2,800평)로, JFK 공항의 기존 터미널보다 훨씬 넓다. 유나이티드항공은 4,600㎡(약 1,400평)에 달하는 라운지를 휴스턴 공항에 건설 중이다. “미식축구 경기장에 거의 육박합니다.” 유나이티드 고객 케어 프로그램 책임자 에런 맥밀런의 설명이다. 평면 모형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을 찾다가 결국 비행기 격납고 말고는 답이 없었을 정도다.
나는 뉴어크(Newark)에 새로 문을 연 유나이티드 클럽을 찾았다. 채광창과 지하철 타일 모자이크, 노출 벽돌이 어우러진 공간은 공장을 개조한 로프트형 공유 오피스를 상기시켰다.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샌드위치는 신선했고, 물에서는 은은한 오이 향이 났다. 아직 일부 공간이 개방되지 않았는데도 내부는 이미 수백 명으로 붐볐다. 공항 터미널처럼 북적였다. 규모는 2,800㎡(약 850평),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중앙홀과 맞먹는 크기였다. 내가 가본 몇몇 공항보다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항공 전문 매체가 ‘라운지 전쟁’이라 부르는 이 경쟁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는 신용카드사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201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프리미엄 카드 회원을 위한 독립형 ‘센추리온 라운지’를 선보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회장 오드리 헨들리(Audrey Hendley)는 “핵심은 ‘왜 이걸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월드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경험 뒤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곧 체이스가 뒤따랐고, 경쟁은 점점 더 화려해졌다. 라과디아 공항의 센추리온 라운지는 레몬과 오이를 넣은 물 덕분에 상큼했지만 공간은 다소 비좁았다. 한때는 ‘월드클래스’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새로운 뷔페 메뉴를 내놓았다. 요리 대회 수상자인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 셰프와 타티아나의 스타 셰프 콰메 온와치(Kwame Onwuachi)가 만든 크랩 프리타타와 콘플레이크 프렌치토스트가 제공된다. 그의 플랜테인 브레드 푸딩은 굳이 말하자면 피에프창의 음식보다 훨씬 낫다.
그 근처 체이스 사파이어 라운지는 내부에 별도 개인 라운지를 제공한다. 3시간 이용에 2,200달러 이상 내야 한다. 각각의 스위트룸에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샤워 시설, 목욕 가운이 준비되어 있다. 체이스 라운지 책임자 데이나 파월스(Dana Pouwels)는 “보통 스위트룸에 도착하면 캐비아와 샴페인으로 환영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스위트는 과한 느낌이었지만, 나머지 공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르데코 스타일의 바, 맞춤 제작 벽지, 독일에서 들여온 목공예품까지 모든 것이 JP모건 특유의 블루 톤으로 정돈되어 있었다. “계절감을 유지하기 위해 분기마다 공간을 바꿉니다.” 파월스의 보좌진이 말했다. “어떤 시즌에는 블랙베리와 세이지를 넣은 온천수도 제공하죠.”
나는 그곳에서 피부 관리를 받았다. “피부가 조금 예민하고 건조하시군요.” 관리사가 말했다. ‘콜라겐 생성을 돕기 위해’ 마스크와 적외선 케어를 준비했다. 차가운 금속 롤러가 얼굴 위를 지나갔다. “진정 효과가 있어요.” AI가 피부 상태를 분석해 점수를 매겼다. 100점 만점에 74점. 거울을 보며 뺨을 만졌다. “윤기가 정말 좋은데요.” 관리사가 말했다. 얼굴은 매끈하고 차가우며 살짝 촉촉했다. 냉장고에 넣어둔 삶은 달걀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점수가 84점쯤 된 기분이었다. 파월스는 “우리는 고객의 감정을 세심하게 고려합니다”라고 말했다. 호칭 하나까지 상황별로 정해져 있다. 이름으로 부를지, ‘선생님’이나 ‘여사님’이라 할지까지.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경쟁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JFK 공항 캐피털 원(Capital One) 라운지에서는 직원들이 나를 ‘잭 선생님’이라 불렀다. 덕분에 나는 부유한 유치원 교사가 된 기분이었다. 캐피털 원은 라운지 전쟁의 후발 주자지만 어느 곳보다 열정적이다. 2024년에는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라운지를 열었다. 셰프 호세 안드레스가 주방 설계를 맡고 식음료 전반을 총괄했다. 한 임원은 <타임스> 인터뷰에서 “예산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부에는 캐비아를 담은 콘을 서빙하는 카트가 있고, 작은 식료품점 같은 카운터에는 신선한 베이글이 가득했다. 나는 치즈 바에서 45분을 보냈다. 스위스 우유 치즈, 짙은 오렌지색 체더, 이탈리아산 블랙 트러플 양젖 치즈를 맛보며 셰리와 와인을 곁들였다. 리몬첼로로 입안을 정리했다. 빈 접시를 치우려 하자 “직원이 처리해드립니다, 잭 선생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벽면 정수기에서는 평범한 생수가 나왔다. 캐피털 원 한 관계자는 “신선한 과일을 넣은 물은 관리가 번거로워요. 청결과 저온 상태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과일이 꼭지를 막아버리기도 해요. 물은 그냥 물이면 충분하죠”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회사 라운지는 지위와 부를 누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만큼의 지위나 재력이 없어도 충분히 접근 가능하다. (체이스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최근 연회비를 인상했다. 여전히 가성비는 유지되지만, 혜택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진짜 부유층에게는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선택지가 있다. JFK 공항의 델타 원 라운지에는 고급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전용 체크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 부서의 히로코라는 친절한 직원이 그곳에서 나를 맞이했다. 체크인을 마치자 그녀는 나를 데리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원래는 전용 보안 검색대를 이용하실 수 있는데요.”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전용 검색대가 운영될 때는 고객이 곧장 라운지로 진입할 수 있다. 내부는 대리석과 원목, 광택 있는 금속으로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히로코는 일광욕실과 업무용 워크스테이션, 정돈된 샤워실의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접힌 핸드 타월까지 하나씩 소개해주었다. 걷는 동안 어딘가에서 깨끗한 리넨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스파 근처에서 그녀는 여러 개의 수도꼭지 앞에 멈춰 서서 ‘마법의 주스 벽’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케일, 오이, 셀러리, 펜넬, 레몬을 섞은 주스를 따라주었고, 나는 두 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 공간은 뉴어크 공항의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급 라운지인 ‘폴라리스 라운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델타 라운지에는 스파가 있었고, 유나이티드 라운지에는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천장을 갖춘 소형 수면 스위트가 있었다. 두 곳 모두 신용카드나 일일 이용권 소지만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 수천 달러에 이르는 장거리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가진 승객만을 위한 공간이다.
라운지가 화려할수록 공항의 나머지 시설과 마주칠 일은 줄어든다. “포르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히로코가 창가에서 말했다. “아래 보이세요?” 그녀가 활주로 쪽을 가리켰다. 여섯 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550달러(약 80만원)를 추가하면 델타항공이 승객을 비행기까지 직접 태워다주고, 도착지에서도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히로코는 라운지 내부 레스토랑을 예약해주었다. 대니 마이어(Danny Meyer)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뭘 먹을지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구운 파인애플을 곁들인 홍합을 전채로, 양갈비를 메인으로 주문했다. “다른 건 더 필요 없으신가요?” 웨이터 대런이 물었다. 나는 리조토를 추가했다. 오전 11시 30분, 주변 사람들은 이미 레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디저트가 나올 타이밍과 마사지 예약 시각이 겹쳤다. 대런은 수플레와 프레첼 브라우니를 들고 나를 따라왔고, 다른 직원이 나를 스파로 안내했다. 주변 승객들은 여행으로 부은 다리의 부기를 빼기 위해 우주복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었다. 내가 받은 것은 의자 마사지였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라운지마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콕의 타이항공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를 떠올렸다. 그곳에서는 1시간짜리 전신 마사지를 무료로 제공한다. 말 그대로 ‘진짜’ 마사지다.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보다 더 호화롭게 이 공간을 즐기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솔직히 내가 먹은 황새치 요리는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루프트한자의 모든 취항지에서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오는 레스토랑이 있는 프랑크푸르트 일등석 터미널 라운지였다면 어땠을까. 히스로 공항의 버진 클럽하우스에는 한때 물치료 욕조와 스팀 룸, 선탠 부스, 스키 시뮬레이터, 심지어 4홀 퍼팅 그린까지 있었다.
파리 에어프랑스 일등석 라운지에는 보석함 같은 욕실과 2015년산 뵈브 클리코 샴페인, 열두 가지 종류의 생수, 푸아그라와 트러플 요리를 선보이는 알랭 뒤카스 레스토랑이 있다. 한 방문객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의 식사와 폴라리스 라운지 레스토랑 식사의 차이는 폴라리스 라운지 식사와 일반 앰배서더 라운지 식사의 차이만큼 극명하다.” 이곳에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침대와 테라스, 전담 집사가 있는 호텔 같은 스위트룸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입장 조건은 까다롭다. 일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은 990유로(약 170만원)를 내야 하며, 과거 일등석 이용 이력이 있어야 한다. 도하의 알 사프와 퍼스트 라운지(Al Safwa First Lounge)는 한층 더 극진하게 대접한다. 이곳은 전용 면세점과 영화관, 키스 해링 작품이 있으며, 한 방문객은 이곳을 두고 “단순한 라운지라기보다 성당이나 모스크, 영묘, 혹은 국가 기념물에 더 가깝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용객은 보모를 동반할 수 있고, 보모는 몇 개의 좌석과 유아용 의자가 비치된 창문 없는 별도의 방에서 머문다.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급 라운지는 PS(Private Suite의 약자)다. 공항 터미널과 완전히 분리된 전용 건물에 자리해 공항이라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비행기까지는 BMW로 데려다준다.) 친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댈러스 PS 라운지를 설계한 진 리우(Jean Liu)의 설명이다. 공간에는 예술품과 큐레이션된 서가, 미쉐린 셰프의 요리, 스파가 마련되어 있다. 그녀는 빈티지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이야기가 느껴지길 바랐어요. 전부 새것일 필요는 없죠.” 또한 “알파카 원단의 선구자 산드라 조던(Sandra Jordan)과 협업한 것도 정말 행운이에요. 그녀가 커튼 등 여러 곳에 쓰일 모든 원단을 제공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보안 검색과 세관 절차는 거쳐야 하지만, 그 과정조차 집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처럼 아주 정중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리우는 설명했다. “세관 심사대에 가더라도, 그곳 안내 데스크조차 우리가 정부 기관과 협의해 특별 제작한 고급 가구예요.” PS를 이용한 출발 및 도착 서비스 비용은 회당 1,300달러(약 190만원)다. 여기에 1인당 1,650달러(약 240만원)를 추가 지불하면 전용 차량이 비행기 문에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바로 데려다준다. 리우는 웃으며 말했다. “어디에 사시든, 이 특별한 경험은 꼭 한 번 누려보셨으면 좋겠어요.” VL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Zach Helfand
- 삽화
- Tomi 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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