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의 부활

1년에 두세 번은 꼭 부산을 찾는다. 가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봄에는 아트부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5월 21일 목요일, 15주년을 맞은 ‘아트부산 2026’의 VIP 프리뷰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 입장했다. 첫날 행사장은 성공 축하 기운으로 물들었다. 아트부산 티켓은 오픈 한 달 만에 전년에 비해 매출 37%를 초과 달성했고, 첫날 5시간 동안 1,580명이 방문했다. 벌써부터 갤러리들이 부스 내 작품 교체를 상의하고 있었다. 선보인 작품이 이미 판매되었다는 의미다(다음 날 아트부산은 판매고 뉴스레터를 보내왔다. 역시 국제갤러리가 준비한 줄리안 오피(Julian Opie) 같은 거장의 작품 5점을 비롯해 에브리데이몬데이가 선보인 무나씨의 200호와 150호 대작이 개막과 동시에 판매됐다.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포스터로도 유명한 디아 컨템포러리 연여인의 작품도 완판되었다).




관람객으로서 둘러본 아트부산은 한마디로 작품 감상이 편리하고 쾌적했다. 18개국 107개 갤러리(해외 갤러리는 26곳)가 참여했는데, 전체 부스를 답답하지 않게 구성하고, 솔로 부스에 집중한 갤러리가 많아서인 것 같았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카렌 시오자와(Karen Shiozawa)의 솔로 부스를 운영했다. (줄리안 오피는 오는 7월 울산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아트 디렉터 정구호의 전통 목가구 ‘반닫이’를 현대 조각으로 재해석한 신작 12점을 출품했다. 역시 그의 손을 거치면 전통이 새로운 현대가 된다. 패션 디자이너로 출발한 그가 무대 디자인, 공예, 파인 아트로 확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에게 예술의 경계를 묻곤 한다. 패션 잡지 에디터로서 그를 늘 응원한다.
해외 갤러리의 경우 거장의 신작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국제갤러리에선 줄리안 오피의 신작 조각 ‘Coat.’가 큰 관심을 받았고,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신작 3점을 페어에서 최초 공개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에선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국내 미공개작을 선보였다. 레고 조각으로 만든 미국 국기로, 그답게 현재 전쟁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가장 인상 깊은 아트부산의 시도는 라인문화재단 고원석 디렉터가 큐레이션한 그룹전 ‘네크로 어바니즘: 시간의 지층’이었다. 곡소리 같은 묘한 음향을 따라가니 널찍한 부스에 서용선의 대형 조각을 필두로 영상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음향은 이승애의 작업이었다). 상업적인 아트 페어에서 작은 전시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네크로 어바니즘(Necro-urbanism)은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크로(Necro)’와 도시 계획을 뜻하는 ‘어바니즘(Urbanism)’의 합성어로, ‘죽은 자들과 도시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개념이다. 부산이 그런 도시 아닌가. 6·25전쟁 후 수많은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아미동 비석마을처럼 묘지 같은 죽은 자들의 땅에 산 자들이 터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다닌 학교도 모두 묘지 위에 건립됐다. 부산 외에도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지역이라면 죽은 자의 공간에서 산 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공생과 순환을 떠올렸다. 아트 페어에서 이런 순간을 맞이할 줄 몰랐기에, 아트부산의 이 같은 시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리안갤러리와 우손갤러리가 다채로웠다. 리안갤러리는 ‘컬렉터 하우스’ 컨셉으로 이건용, 이강소,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바람을 그린 이강소의 작품 너머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컬러풀하고도 날카로운 작품이 겹쳐 보였는데, 그 상반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부스마다 작품 배치를 보는 재미도 있다. 우손갤러리는 유키마사 이다(Yukimasa Ida)의 개인전 프리뷰와 이명미, 허찬미의 작품을 걸었다. 유키마사 이다의 전시는 오는 가을 우손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트 페어를 방문할 때 나만의 작은 관심사는 어느 F&B 브랜드가 입점했는가다. 이날 나는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준 모모스커피를 마셨고, 아트 페어의 친구인 샴페인도 함께했다.
최신기사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포토
- Courtesy Photos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