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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우 출신 디자이너의 ‘마녀 패션’이 전 세계 눈길을 끄는 이유

2025.07.26

더 로우 출신 디자이너의 ‘마녀 패션’이 전 세계 눈길을 끄는 이유

콜린 앨런(Colleen Allen)은 패션 잡지와 각종 화보에 푹 빠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패션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2010년 봄/여름 컬렉션, 플라톤의 아틀란티스(Plato`s Atlantis)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는 맥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공개된 마지막 쇼이자, 전 세계 관객에게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 최초의 런웨이 쇼였습니다.

Getty Images

13세이던 앨런은 시카고 교외에 위치한 고향 집의 조그만 방바닥에 앉아 노트북으로 이 쇼를 지켜봤습니다. 파충류를 떠올리게 하는 디지털 프린팅 드레스, 은하계 사이보그 같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기묘한 하이힐 때문에 런웨이에 선 모델들은 마치 외계 종족처럼 보였습니다. 앨런은 완전히 쇼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앨런을 매료시킨 건 독특한 옷과 신발만이 아니었죠. “저는 전반적인 비전에 관심이 생겼어요. 세트 디자인,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말이죠.” 앨런이 브루클린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한 말입니다. “저는 외곽에 살던 아이였잖아요. 스트리밍을 이용해 패션쇼를 라이브로 본 건 혁신적인 경험이었어요.”

앨런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딴 런웨이 쇼를 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로 부상했죠. 그녀의 옷은 배우 아요 어데버리(Ayo Edebiri)부터 가수 찰리 xcx까지 다양한 셀럽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찰리 xcx의 ‘브랫 투어’를 위해 맞춤 의상 5개를 직접 디자인했죠.

@colleenallenstudio
@colleenallenstudio

앨런의 첫 컬렉션은 2024년 2월 공개됐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소규모 인원에게만 오픈했고, 덕분에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죠. 지금까지 앨런이 고수하는 작업 방식입니다. 그녀의 첫 컬렉션에선 오렌지, 마젠타, 보라색, 빨간색 등 화려한 색조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국 태생의 멕시코계 초현실주의 화가 리어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생동감 넘치는 타로 카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죠. 앨런은 밝은색에 현대적인 테일러링과 빅토리아 시대의 디테일을 조합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색은 디자이너의 에너지와 감정을 반영합니다. 앨런이 선호하는 색들은 강렬하지만 ‘약간 어긋난’ 느낌을 줍니다. 덕분에 쉽게 눈을 뗄 수 없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그런 게 너무 좋아요, 딱 그거예요.” 앨런의 말입니다. “굉장히 직관적인 과정이에요. 컬렉션 전체를 거의 그림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요소가 함께 공존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에요.”

Colleen Allen 2025 S/S RTW
Colleen Allen 2025 S/S RTW
Colleen Allen 2025 S/S RTW
Colleen Allen 2025 S/S RTW

2025년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앨런은 미니멀한 트위스트 칼럼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또 블루머와 코르셋, 슬립 등 역사적인 속옷을 탐구했죠. 원래 여성의 몸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옷이었지만, 앨런은 이를 가벼운 튈과 머슬린 소재로 재해석했습니다. 몸의 곡선을 따라 극적인 볼륨을 더해주는 훅앤아이 오페라 코트 안에 겹쳐 입거나, 때로는 단독으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몸의 일부를 점점 드러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실루엣을 좀 더 가볍고 유연하게, 갖고 노는 방식으로요. 저는 매 시즌이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에요.” 앨런은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에게 여성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앨런의 옷은 로맨틱하지만, 동시에 ‘마녀풍’입니다. 실제로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마녀 캠프(witch camp)’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등장했죠. 이런 ‘마녀’스러운 점에서 미뤄볼 때, 앨런이 인기 배우, 가수, 모델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마녀의 주문을 건 듯, 마성의 매력을 보여주는 셀러브리티들이니까요.

@ayoedebiri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볼까요? 애디슨 레이(Addison Rae)는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을 홍보하며 앨런의 크리놀린 속옷을 입었고,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와 아요 어데버리 역시 2025년 가을/겨울 시즌 앨런 컬렉션의 대표 아이템인 벨벳 소재 칼럼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섰습니다. 지난달에는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가 영국 <보그>에서 진행한 보그 25 디너’ 행사에 부드러운 화이트 시폰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요. 사선 커트에 앞트임이 있고, 힙 부분에는 질감 있는 자수와 앤티크 프렌치 스팽글 장식이 달린 근사한 드레스였죠. “스팽글이라기보단 구슬이나 조개, 따개비 같은 느낌이에요!” 앨런의 설명대로, 드레스를 입은 아보아의 모습은 마치 현대적인 버전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는 듯했습니다.

@adwoaaboah

앨런의 디자인은 신비로움, 신비주의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동시에 역사 속에서 오해를 받아온 여성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담고 있죠. 이는 여성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오늘날의 정치 현실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흥미롭게도, 앨런은 처음부터 여성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과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거친 뒤, 그녀는 캘빈 클라인에 인턴으로 들어가 라프 시몬스 밑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더 로우에 입사해 남성복 디자인을 이끌었고요. “이전까지 여성복에 끌린 적이 없었어요. 다른 여성복 브랜드에서 제 자신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할 자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앨런은 2020년,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여성복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제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또 굉장히 개인적인 작업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무렵부터 앨런은 옷이 지닌 변화의 힘, 그리고 옷을 입는 행위 자체가 품은 일종의 영적인 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주변의 현명한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찾았죠. “그때 깨달았어요. 문화 속에서 제가 느끼는 여성성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마녀’라는 것을요.” 앨런의 말입니다. 무드 보드 단계에서 의상이 무대 위에 올라가기까지, 앨런의 컬렉션이 거쳐온 모든 과정은 하나의 ‘영적인 실천’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완성한 게 퍼포먼스고요.

퍼포먼스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찰리 xcx가 앨범 <Brat> 발매 후 처음으로 선 무대, 스페인 이비자에서 진행된 보일러 룸 세트였습니다. 찰리 xcx는 앨런이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트위스트 긴소매 티셔츠와 팬티를 착용하고 등장했죠. 이후 이 옷은 투어용으로 맞춤 제작됐고요. “이비자 무대는 정말 영적인 퍼포먼스였죠.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거 완전히 굿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앨런이 웃으면서 한 말입니다. “정말 대단한 순간이었어요!”

Nicole DeMarco
사진
Getty Images, Instagram, GoRunway,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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