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 투이투 “늘 ‘그냥 해보자!’였습니다. 아무리 터무니없어도요”

2025.07.28

장 투이투 “늘 ‘그냥 해보자!’였습니다. 아무리 터무니없어도요”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겼어요.” 패션을 노래하던 디자이너의 음악 인생 30년.

파리에서 열린 아페쎄 35주년 기념 파티에서 공연하는 장 투이투.

장 투이투(Jean Touitou)는 수년간 아페쎄(A.P.C.)의 패션 위크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이끌며, 브랜드의 단순하고 잘 만든 옷이 지닌 매력을 철학적으로 이야기했다. 파리의 초대형 메가 브랜드를 조롱하거나, 때로는 시를 읊기도 했다. 그가 마이크 앞에서 편안해 보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페쎄 역사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30년 동안, 투이투는 음악을 녹음해왔다. 어떤 것은 CD와 바이닐로 발매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최근에야 그는 그 모든 음악을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 독일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 검색창에 ‘Jean Touitou’를 입력하면, 그가 패션 저널리스트 팀 블랭크스(Tim Blanks)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Sister Ray’를 부르거나 애슐리 올슨의 남편 루이스 아이스너(Louis Eisner)와 함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Das Model’ 커버곡에서 모델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앨범 25장을 한꺼번에 낸 이유요? 솔직히 말하면 그 전까진 시간이 없었어요.” 투이투가 답했다. “기억해보세요, 여긴 내 손으로 만든 내 회사입니다.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했죠. 옷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뿐 아니라 생산, 재무와 같이 각기 다른 분야의 일까지요.” 2023년 아페쎄 지분 대부분을 미국 사모펀드 엘 캐터튼(L Catterton)에 매각한 그는 이제야 다른 프로젝트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지난해 말 투이투는 고향 튀니스에서 재배한 머스캣 포도로 만든 그의 새로운 내추럴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마돈나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프로듀서 미르바이스 아마드자이(Mirwais Ahmadzaï)와 함께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새 노래 ‘Psychiatrie’를 발표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음악과 패션이 서로 영향을 주냐고요. 난 아니라고 말해요. 하지만 사실 관계는 좀 있습니다.” 투이투가 말을 이었다. “아페쎄를 운영할 때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원했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둘의 공통점은 압박이 없다는 거죠.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되는 일이면 늘 ‘그냥 해보자!’였습니다. 그게 아무리 터무니없는 일이어도 말이에요.”

투이투의 첫 번째 음반은 1995년에 나왔다. “딱 1만 프랑을 가지고서 뉴욕행 비행기를 탔어요. 그게 내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죠. 기타 네 대가 E 마이너로 연주하는 기타 피드백입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예술품이에요.” 무엇이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완전히 추상적입니다. 거기엔 구조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좋은 곡을 만들려면, 관심을 끌 만한 훅(Hook, 후렴) 같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기타 피드백밖에 없죠. 그래서 좋아해요. 감정을 자극하거든요. 조각품 같습니다. 들을 수 있는 조각이요.”

그즈음 혹은 몇 년 후일 수도 있다. 아페쎄 뉴욕 머서 스트리트 매장에서 빈티지 휴대용 턴테이블 ‘컬럼비아 GP-3’를 샀다. 150달러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돈을 값비싼 옷 사는 데 쓰던 젊은 패션 기자에게 딱 맞는 가격이었다. “많은 DJ가 레코드 가게에서 바이닐을 들어보기 위해 그걸 샀죠.” 투이투도 기억하고 있었다. “본사 옆에 마가쟁 제네랄(Magasin Général)이라는 매장을 열었는데, 거기서 그런 잡다한 물건을 팔았어요.” 그는 그 작은 플라스틱 턴테이블이 자신의 부조리한 성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1997년 무렵 그는 마크 제이콥스, 소피아 코폴라, 안나 수이와 어울렸다. “완성된 연주곡이 한 곡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WWD>에 실린 기사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를 동시에 낭독하게 했죠. <Unreleasable Tape>라는 음반에 실려 있습니다.”

이 모든 음반을 한꺼번에 공개한 건 투이투에게 원점 회귀 같은 순간이었다. 아페쎄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그는 컷아웃 레코드를 판매하는 ‘우편 주문 펑크 사이키델릭 사업’을 했다. 컷아웃 레코드란 말 그대로 위쪽이나 모퉁이가 잘린 레코드로, 판매용이 아니거나 25센트 이상 받으면 안 되는 물건이다. “우리는 금 채굴자처럼 미국의 레코드 가게를 누비며, 1달러에 팔 만한 15센트짜리 보물을 찾아다녔습니다.” 그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Lenny Kaye)의 컴필레이션 앨범 <Nuggets: Original Artyfacts from the First Psychedelic Era>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수집가용 아이템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죠.”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Nuggets’에 영향을 받았고, 투이투는 그들의 평생 팬이 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따라 하기 힘든 밴드입니다. 정말 진심이어야 하고, 사운드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해요.” 절친이자 미국 록 밴드 모던 러버스(The Modern Lovers)의 멤버 조나단 리치먼(Jonathan Richman)에게 배운 것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100번이나 본 걸로 유명한 친구입니다. 앰프 설치법이나 ‘와우’ 소리 없이 와우 페달을 쓰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죠.” 크라프트베르크도 오랜 애정의 대상. 그래서 ‘Das Model’ 커버곡이 나온 것이다. 투이투는 나이 들수록 취향이 확장되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10대가 아닙니다. 1970년대 중반 파리의 클럽 벽에 ‘디스코는 죽어라(Death to Disco)’ 같은 완전히 바보 같은 낙서를 하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디스코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와 춤뿐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서도요.”

그는 새로운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데 많은 시간이나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타에 모든 것을 쏟느라 아주 바쁘다. “최근에 아주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가수 조니 할리데이(Johnny Hallyday)의 기타리스트였죠. 밥 딜런, 뉴욕 돌스 등 그의 레퍼런스는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어요. 그는 엘비스의 ‘Love Me Tender’ 연주를 100번이나 시켰습니다. 거의 태극권 하는 느낌이었죠.”

이토록 자기 취향에 열정적인 투이투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 쓸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내 안에서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답했다. “일단 꺼내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잘 팔리는 음악은 아닐 수 있죠. ‘이거 멋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고요. 아페쎄에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 목소리를 내보려고요. 네, 이제는 그럴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해보려고 합니다.” VK

    Nicole Phelps
    사진
    Saskia Lawaks, Courtesy of A.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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