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피부과처럼 효과를 볼 수 있는 홈 케어 기기?

2025.08.11

피부과처럼 효과를 볼 수 있는 홈 케어 기기?

새로운 세대의 피부 관리 기기가 피부과에서만 가능하던 효과를 구현한다. 어떻게 그런 효과를 내는 걸까?

Home Alone 우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홈 디바이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는 뜻이다. 그렇게 피부 관리 기기의 열풍이 탄생했다.

나는 성인 여성은 누구든 얼굴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렇지만 진동 페이셜 클렌저가 개발되면서 그런 인식이 바뀌었다. 2004년,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모공 수렴 토너를 해결하지 못할 게 없는 만능이라 간주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뒤, 2,700달러짜리 가정용 레이저 ‘골지 힘줄’ 관리를 장담하는 다면적인 미세 전류 기기 등 다양한 기기가 출시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가장 값비싼 미용 기구는 ‘판 고데기’였다.

나는 다른 여학생이나 여성들처럼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C사의 진동 페이셜 클렌저를 샀다. 실제로 그 제품은 한때 50여 개국에서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변신을 앞당길지도 모를 이 기기를 열심히 사용했다. 전기 사포처럼 윙윙거리며 진동하는 자태는 빛나는 안색으로 가는 길을 전기 전하로 닦아주었다. 그 브러시는 0.43리터의 전동공구 이상이었다. 195달러로 완전히 새로운 피부 관리 영역을 개척한 기기에 나는 푹 빠지고 말았다.

지금 그 제품은 절판되었다(박테리아로 득실거리는 브러시가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디바이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마 좋은 기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진 결과일 것이다. 말 그대로 ‘스마트’한 최신 페이셜 클렌저와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도 출시되었다. 이젠 중형 SUV보다 LED 라이트 마스크 종류가 더 다양하다. 일부는 임상 시험 결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부분 차별성 없이 ‘FDA 승인’ 또는 ‘피부과 전문의 인증’을 내세우는 정도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분야에는 확실히 매력이 존재한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사용할 수 있는, 잔주름과 늘어진 모공을 위한 ‘니들 프리(Needle Free)’ 솔루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이 기기의 효과는 문제로 남아 있다. 뉴스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유튜브 튜토리얼을 시청했다. 윤기 나는 피부, 기미 개선 등을 언급하는 사용 후기를 훑었다. 보석상이 소형 확대경으로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듯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마블 영화의 악당처럼 보이게 만드는 LED 마스크, 적색 LED를 모낭에 쪼이는 헬멧, 줄리안 무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칼처럼 생긴 홈 케어 디바이스, 숨어 있던 광대뼈가 드러나도록 부기를 빼주는 스틱, 그리고 그 밖의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다양한 기기를 폭넓게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이 기기에 대한 동료 평가(Peer Review) 조사는 부족하지만, 피부를 특정 파장의 빛에 노출하는 LED 기반(또는 발광 다이오드) 치료법의 효과가 틀림없이 입증된 듯했다. 특히 적색 LED는 혈류를 개선하고 세포의 ‘동력원’을 활성화해 콜라겐을 생성한다고 하며, 청색 LED는 여드름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논문에 따르면 미세 전류가 피하조직을 자극해 피부의 탄력과 톤이 개선된다. 조사 결과 이 기기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과 의문점이 드러났다.

각종 피부 관리 기기와 연구 결과를 이해하려는 바람으로, 나는 피부 관리사 라켈 메디나 클레혼(Raquel Medina-Cleghorn)에게 연락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인기 있는 스킨케어 매장 라켈 뉴욕(Raquel New York)은 쏟아지는 햇살과 화이트 톤 인테리어로 경이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을 강조했다. 메디나 클레혼은 세 가지, 즉 적색, 청색, 적외선 LED 치료 모드가 내장된 T사의 마스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데노신 삼인산’과 ‘콜라겐 단백질’ 같은 전문용어를 쓰며 구구절절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주름 개선이 가능하다는 말에 홀려 그녀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다음 나는 모아둔 기구를 카테고리별로 나누고 테스트 일정을 짰다. 인기 버전에 초점을 맞추며, 적색 LED 기기부터 사용했다. S사 제품은 섬세한 눈가 피부를 조여주고 진정시키는 ‘눈 밑 쿨링’ 패드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모두 꾸준히 사용하면 볼륨을 개선해 ‘광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 그 기기를 사용해봤다. 적색빛을 보자 말 그대로 잠깐 눈앞이 아른거렸다. 그렇지만 시력 변화만큼 급격한 피부 변화는 없었다. 몇 주 후 오래된 작고 짙은 잡티가 옅어진 것 같았고, 생기가 더 도는 듯싶었다.

코미디언 겸 배우 케이트 베를란트(Kate Berlant)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건강 관련 팟캐스트 ‘베를란트 & 노백’을 진행하는 코미디언 재클린 노백(Jacqueline Novak)은 “수년 동안 미용 기기 수십 개를 직접 사용하며 실험해보았다”고 내게 말했다. 그녀가 현재 테스트하는 기기 중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비침습적 윤곽 도구’로 불리는 근막 마사지기와 진피를 ‘고통 임곗값 바로 아래’까지 데워주는 주름 완화 기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와 베를란트는 최신 회에서, 후원 콘텐츠로 런던에 가서 유명한 피부 관리 기기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누었다(그 디바이스는 손전등을 디자인한 듯한 세련된 디자인이다). 노백은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설명서에 작은 글씨로 적힌 “가정에서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에 기대감이 확 떨어졌다고 밝혔다. “저는 그 제품을 좋다고 판단할 만큼 많이 사용하지 못했죠. 기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지만, 그 제품은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역사상 최악의 남자 친구로부터 차용한 듯한 솔직함 또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소비자가 부지런히 사용하지 않은 탓이다.

커런트바디(CurrentBody)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 로렌스 뉴먼(Laurence Newman)은 눈가 잔주름 완화에는 보톡스나 필러 등 병원 시술이 12주간 마스크 기기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가정용 기기는 주사제와 국소 피부 관리를 절충한 것으로, 보습제와 산(Acid) 기반 화장품만 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의 손길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얻지는 못한다. 에스테틱 전문가 마달라이나 콘티(Madalaina Conti)는 자신의 매장에서는 ‘상호 보완적’ 접근법을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병원 시술로 극적인 효과를 얻은 다음, 가정에서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이다. 콘티는 얼굴 근육과 근막을 관리해야 하며, 관리 주기가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비유적으로 “트레이너로부터 한 달에 한 번만 코칭을 받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주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시간 투자를 꺼리지 않는 소비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고가의 시술(1회 시술 비용이 고가 기기 가격에 맞먹는!) 기회를 더 늘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4월 글로벌 편집숍 모다 오페란디(Moda Operandi)에서 림프순환 마사지기를 출시한 피부과 전문의 아네타 레스코(Anetta Reszko)는 “이것이 바로 민주화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짧은 시간 동안 환자에게 해주던 시술 중 일부를 시술받을 여유가 없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뉴먼은 아무리 정교한 기기여도 전문가의 도움을 대체할 순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들이 뷰티계에서는 작게나마 나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그 기기는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물건으로 가득 찬 수납 선반에 작은 미세 전류 기기를 넣어두고, 미드 <진짜 주부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턱선을 따라 명상하듯 사용했다. 그리고 헤어 브러시계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통하는 진동하는 적외선 두피 마사지기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사용할 만큼 이질감이 없었다. 두피를 마사지하자 머리카락에서 윤기가 흘렀다. 그래서 나는 책상 위에 두고 컴퓨터 작업을 할 때마다 사용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로버트 베티카(Robert Vetica)가 내 습관을 칭찬하면서, 자신의 고객인 나오미 왓츠가 4개월 동안 사용한 후 머리카락이 4분의 1 정도 굵어졌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느끼지 못했지만, 저는 그 결과를 보며 깜짝 놀랐죠.” 안타깝게도 부피가 더 큰 기기의 보관은 더 불편했다. LED 마스크는 우리 집 거실 한쪽에 높이 쌓여 있고, 헬멧형 기기는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햄릿>의 소품처럼 협탁 위에 놓여 있다. 불쌍한 요릭(<햄릿> 5막에 등장하는 인물). 그럼에도 그는 세포 재생 효과를 몹시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세포 재생을 원한다. 하지만 계속할 수는 없었다. 낙뢰 충격 전압으로부터 전력 설비의 손상을 방지하는 서지 보호기가 과부하 상태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너무 많은 기기를 충전하다 보니, 코드를 뽑아야 했다. 때마침 나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피부과·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 에반 리더(Evan Rieder) 덕분에 기기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접을 수 있었다. “흔히 시간과 돈만 있다면, 이 기기도 나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기기 대부분은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이면서, 시중에서 가장 엄격하게 검증받았고, 가장 강력하지만 따분하기 그지없는 노화 방지 프로토콜인 합성 비타민 A 유도체 트레티노인(Tretinoin)을 비롯한 처방 레티놀, 보톡스나 레이저 같은 병원 시술을 권했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피부 관리 기기에 투자할 수 있어요. 이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시간을 추구하는지도 모르죠.”

몇 주에 걸친 임상 실험 후, 나는 뉴욕 워터 스트리트에 자리한 리카리 스튜디오(Ricari Studios)의 예약을 잡았다. 그곳은 최첨단 기술로 피부 재생을 장담하며, 매장의 시그니처인 ‘쇄골부터 발끝까지 덮는 흰색 스타킹’을 착용한 채 서비스를 받는 미래형 스파다. 나는 조디(Jodi)라는 차분한 직원으로부터 곧 받게 될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허드슨강의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은 림프 배액 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며, 팔다리 위를 부드럽게 지나가는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처럼 생긴 거대한 기계장치와 안색을 밝게 해주는 근적외선 레이저를 사용한다. 조디의 능숙함 덕분에 90분 정도 그 기기가 잘 작동했다. 시작되자마자 편안하고 소독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이 관리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고객들은 ‘집에도 기기가 있지만, 다른 사람이 해주니까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죠.” 리카리 스튜디오의 창립자 안나 잔(Anna Zahn)이 말했다.

조디가 조작하는 연체동물 같은 그 기계로 관리받으니 나른해지며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몇 주 동안 사용한 적색 LED로 효과를 봤을 때처럼, 원기가 회복된 듯 보였다. 다음 주부터 열심히 치실을 쓰겠노라 다짐하는 것처럼, LED 기기를 다시 열심히 사용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하지만 그 시술의 최고 장점은 시술 후 12시간 지속되는 광채 혹은 평소의 긴장감 대신 느끼는 나른함이 아니었다. 그 기계를 끄고 전선을 뺀 후 정확히 45초 후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시술 베드에서 내려오기 직전, 조디가 멘톨 크림으로 내 목과 어깨뼈 윗부분을 만져준 것이다. 인간의 손길만큼 좋은 건 없다고 느낀 찰나 그 황홀한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정말 환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에센셜 오일을 함유한 연고를 등에 발라줄 때처럼 편안하고, 룸메이트가 숙취에 시달리던 눈꺼풀에 차가운 숟가락을 올려놓은 것처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블루투스를 연결할 필요도 없었다. (VK)

    MATTIE KAHN
    사진
    IRVING 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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