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샤넬과 예올이 선정한 ‘올해의 공예 장인’

2025.08.21

샤넬과 예올이 선정한 ‘올해의 공예 장인’

지호장 박갑순의 호랑이와 까치 인센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국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의 인기가 거세죠. 북촌에 자리한 재단법인 예올의 공간에서도 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한국 전통의 ‘지호공예’로 만든 호랑이와 까치입니다. 지호공예(紙糊工藝)는 한지와 풀을 배합해 종이 죽을 만들고, 여러 겹을 틀에 덧붙여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예 기법 중 하나입니다. 서예를 하거나 창호를 만들고 남은, 쓰임을 다한 한지를 다시 활용해서 만듭니다. 우리 조상은 일찍부터 ‘업사이클링’을 해왔음이죠. 이를 비롯해 공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재단법인 예올과 샤넬은 2022년부터 손을 잡고 공예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올해의 장인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해, 지원하고 전시를 주최해왔죠. 2025년 올해의 장인에 ‘지호장 박갑순’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는 ‘금속공예가 이윤정’을 선정했습니다.

2025 예올×샤넬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올해의 장인(오른쪽의 지호장 박갑순)과 올해의 젊은 공예인(왼쪽의 금속공예가 이윤정).

지난 3년간 양태오 디자이너가 이 전시를 총괄 디렉팅해왔는데요, 올해 전시명은 ‘자연, 즉 스스로 그러함(Nature, As It Is)’입니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전시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연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가 맡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만이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찾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죠. 이 두 작가에게 ‘자연스러움’을 발견했습니다. 요즘처럼 과열된 사회에서는 기교를 부리거나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더 빛나는 듯하고, 이 작가들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사라져가는 지호공예의 끈을 잡고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박갑순 장인의 친근한 작품과 주조를 통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낸 이윤정 작가의 가구 작품을 선보입니다.”

먼저 지호장 박갑순(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지호장)의 작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1999년 전주시의 전통 한지공예 교육을 계기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에 들어섰고, 지금도 전주에 머물며 지호공예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전주시 산하 문화 재단은 한지공예, 목공예, 도자 공예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일반인이 신청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호랑이와 까치 인센스는 전통 기법에 현대 감각을 입히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대표 작품입니다. 조선 시대 민화에서 호랑이와 까치는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등장했는데요, 특히 그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표정입니다. 소재는 한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향에서 나오는 습기가 걱정이었는데, 전통적인 방법으로 방수 처리했습니다. 콩, 들기름, 통밀, 우뭇가사리 등을 사용했죠. 예를 들면 물에 불려 가열해서 얻은 우뭇가사리 용액을 한지에 칠해 1차 코팅한 뒤 그 위에 들기름을 칠합니다. 한 겹 한 겹 칠하고 말리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작품마다 시간이 꽤 걸립니다. 호랑이와 까치 인센스만 해도 3개월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작가는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지호공예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죠.

지호장 박갑순, 금속공예가 이윤정의 합작품.
금속공예가 이윤정의 주물 작품.

다음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선정된 금속공예가 이윤정을 소개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함께합니다. 초기에 작가는 ‘못’처럼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부속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못을 여러 모양으로 실험하고 역할을 확장해보았어요. 또한 못에 액자가 걸린 작품은, 못도 액자만큼 크고 도드라지게 만들어 둘을 동등한 관계로 올려두었죠. 모두가 주인공이었으면 했어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주물 작품을 선보입니다. “공예에서 주재료는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연습 중인 주인공 같아요. 기량을 갈고닦아 공예가 되는 거죠. 주물은 금속물이 들어가기 위한 원형과 몰드를 만드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립니다. 무대에 주인공을 올리기 위해 음향을 체크하고 영상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시간’ 같아요. 저도 주물 작품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계신데, 제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결과물을 부탁드리면 반대가 있곤 했어요. 물론 그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고 감사하지만, 이번엔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고, 그 결과물을 전시를 통해 내보입니다.” 바로 주석으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입니다. 주석은 청동만큼 값비싼 재료인 데다 다른 금속에 비해 물성이 연약한데 가구로 만들어 조금 놀라웠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지면 모양이 살짝 변했습니다. “딱딱한 금속 가구에 비해 이것은 저와 계속 반응할 수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가구죠.”

전시는 8월 21일부터 10월 11일까지 북촌에 자리한 예올에서 진행됩니다.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
    예올,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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