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 CRISP 유명한 코냑 제조사의 후손인 킬리안 헤네시의 걸작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는 가문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향수를 만들려는 시도였다. 안효섭이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와 ‘엔젤스 셰어’ 컬렉션의 새로운 에디션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Angels’ Share on the Rocks)’를 관찰하고 향을 맡았다. 그리고 달라진 눈빛으로 '보그' 카메라 앞에 섰다.
TOP-TIER 한낱 향을 넘어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여정. 안효섭보다 이런 현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를 “시각적인 것보다 후각적으로 더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는 계속 맡아도 질리지 않는 향이다. 순수하고 깔끔한 위스키 잔 속 얼음처럼.
FRESH FLANKER 이번 화보 구상의 시작은 온더록스(On the Rocks). 위스키 잔의 얼음이라는 아이디어였다. ‘천사들의 몫’이란 의미의 이 향수는 로맨틱한 이름만큼 독특한 코냑 에센스를 기반으로 하며 지금까지 전설적인 향수로 남아 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단지 ‘향수’라기보다 어떤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향을 맡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인 중독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BITTER SWEET 안효섭의 매력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세 단어로 정리하면 복합적이고 신비로우며 날카롭다. 코냑을 제조하는 마스터 블렌더의 에너지를 한 병으로 집약한 것 같은 향수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와 많이 닮았다. 의상은 아미리(Amiri).
PERFECT BALANCE 재능 있고, 매력적이며, 지극히 일관된 생각을 가진 안효섭은 특유의 분위기와 실루엣으로 킬리안 파리가 추구하는 남성상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ANGEL’S SHARE 말 그대로 풀어보면 ‘천사들의 몫’이다.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과정에서 술이 조금씩 사라지는데, 이를 의미하는 위스키 용어다. 안효섭은 킬리안 파리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로 술과 천사의 상관관계에 매혹되었다. 의상은 아미리(Amiri).
NEW TAKE 배우라는 직업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현재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삶의 형태를 창조하는 일이다. 결국 자유로운 삶을 위한 것이다. '보그'는 킬리안 파리의 코냑 에센스와 성별 구분을 두지 않는 향, 그리고 파리의 감성을 엮어 안효섭의 세계를 담아냈다.
FREEZE ME 인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누구에게나 동일한 향을 표현하는 향수와 달리 킬리안 파리의 모든 향수는 최상급 원료를 엄선해서 만든다. 귀한 향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뿌리는 사람이나 날씨 등의 외부 조건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COGNAC CORE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모든 소비자는 세대를 불문하고 신비주의를 찾게 된다.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니까. 누군가 킬리안 헤네시가 만드는 향수는 한 잔의 술과 같다고 말한다. 분무식으로 선보이는 중독의 기술. 킬리안 파리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의 존재 이유다. 데님 팬츠는 캠퍼우드(Camphor Wood).
가을 하면 떠오르는 향이 있나요?
모든 계절에는 계절의 냄새가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특별한 향보다는 계절이 바뀔 때의 나무 냄새와 낙엽 냄새가 생각나요.
오늘 촬영한 킬리안 파리의 새 향수 ‘엔젤스 셰어 온더록스’의 인상은 어떤가요?
처음 뿌렸을 때는 달콤한가 싶었는데 몸에 점점 익으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따뜻한 향이 나더라고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이 향수를 언제, 어떤 상황에서 뿌리고 싶나요?
힘든 일이 끝나고 친구들과 여행 가서, 루프톱에 앉아 노을을 보면서 한잔할 때 뿌리고 싶어요. 너무 더운 계절보다는 시원한 가을이 낫겠군요.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었나요?
인터뷰는 늘 재밌어요. 저는 직업 특성상 많이 하지만, 사실 인터뷰라는 게 흔한 건 아니잖아요. 인터뷰하면서 생각이나 개념이 정리될 때도 있고요. 대답을 하면서 ‘아, 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요즘 나 이런 생각을 하는 시기구나’라고 깨닫는 계기도 돼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으로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어요. 어떤 기분,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일단 모든 관심에 감사해요. 그것 말고는 사실 별생각은 없어요. 일하는 과정이 소중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해냈다는 게 중요하지, 작품을 통해서 생긴 결과는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부끄럽지 않게 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작품 선택할 때도 결과보다는 과정 속에서 제가 뭘 배울지 더 궁금했고 관심이 갔어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해서 <케데헌> 작업은 얼마나 흥미롭고 재밌을까 싶어 참여했어요. <전독시>에 참여할 때도 ‘이런 초현실적 세계관을 표현하려면 어떤 작업이 이루어질까, 김독자라는 인물을 내가 어떻게 그려낼까’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반응이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너무 뜨거울 때도 있는데, 그래도 영향을 안 받나요?
전혀 안 받아요. 제 기대 레벨을 잘 조절하는 편이에요. 많은 사람이 좋은 얘기를 해주면 당연히 감사하지만 제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편이어서요.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전독시> 시나리오를 검토할 무렵은, 회의감이 많이 들던 시기였다면서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어요. 아예 쉬지 못하고 3~4년 동안 계속 촬영을 했거든요. 저는 사실 번아웃을 믿지 않았어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여겼는데 아마도 번아웃을 겪고 있었나 봐요. 그러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가 뚜렷하지 않은 거예요.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나? 지금 내 삶이 주체적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무기력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시기에 ‘김독자’라는 역할을 만나서 공감이 됐어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친구였잖아요. 그 지점에 끌렸어요.
작품을 하면서 무기력함이 해소됐나요?
일단 쉬면서 해소됐고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에서 오는 정보로 성장한 것도 있었어요. 그냥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죠. 먹고 자고 놀고 친구 만나는 게 쉬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스스로 성장을 이뤄내는 게 진짜 쉬는 거더라고요. 그런 게 없으면 사실 일주일이면 지겨워요. 쉬는 동안에, 그간 어떤 식으로 배우고 느끼고 체험했고 달성했고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저만의 인생 맵을 그려보니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영화 촬영에 들어갔죠.
<전독시>는 혐오와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배우로서 이런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혐오는 사라질 수 없는 단어라고 여겨요. 인간의 시작과 함께 공존했다고 봐요. 혐오는 자기 자신을 방어함으로써 나오는 감정 같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죠. 남을 비판하고 살지, 내 이웃을 도우며 살지는 선택이잖아요. 개인은 혼자로서는 존재할 수 없어요. ‘이 우주에 나 혼자 있으면 과연 내가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우리는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대가 중요해요.
<전독시> <케데헌>은 ‘이야기가 세상을 구한다’는 테마로도 묶을 수 있어요. 독자로서 이야기가 세상을 구한다고 체감한 작품이 있었나요?
너무 뻔하고 유명한 책이긴 한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요. 그 책을 처음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데미안>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사실 주인공 본인이거든요. 결국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죠. 제 인생의 최종 목표는 자아 성찰이에요. 끊임없이 내가 누군지 찾아가는 것이요. 그런 의미에서 <데미안>은 아주 강력한 책이에요.
<케데헌> 역시 <데미안>처럼 자기 각성에 관한 얘기기도 하죠.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가장 크게 각성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한석규 선배님을 만났을 때요. 저 나름대로는 그간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해왔지만, 선배님을 만나고 나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선배님이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연기 계속할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인생이라는 게 사실 그렇잖아요. 어떻게 모두 본인 의지대로 되겠어요? 만약 그러면 오히려 얼마나 재미없는 삶이겠어요. 조언도 듣고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본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구체적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느꼈는데요?
기술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기술을 완벽하게 몸에 익혀서 무의식중에도 나올 정도의 상태가 되어야 제가 원하는 감정이 전달되더라고요. 그 전에는 카메라 앵글 안에서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들이 다 가짜라고 간주했는데, 오히려 제가 진짜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그 도움을 통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역할에 대한 접근 방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캐릭터를 완전한 ‘무’에서 새롭게 창조하려고 했어요. 그것도 유의미한 작업이지만, 저와 그 캐릭터의 닮은 점을 1%라도 찾아서 그 1%를 확장시키는 작업에 더 공감이 가더라고요. 제가 살아온 30년의 인생을 한 번에 캐릭터로 탈바꿈할 수 없잖아요. 메소드 연기는 추구할 뿐이지 절대 이룰 수 없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안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살려서 어떻게 풍부하게 표현할 것인가, 그러면서 나의 습관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어요.
<전독시>의 김독자, <케데헌>의 진우와 스스로 닮았다고 느낀 그 1%는 뭔가요?
저도 김독자처럼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말수가 없고 세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 지점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서 하루 종일 그 점을 생각하는 거예요. 진우에게는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 가는 지점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실수를 하고 돌이키고 싶은 선택을 하잖아요. 아픔을 숨기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 하는 것도 마음이 많이 쓰였고요. 이런 연결 고리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작업했어요.
늘 자신의 얼굴을 봐야 하는 직업이에요. 얼굴이 싫을 때도 좋을 때도 있을 듯해요. 그래도 작품 속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얼굴이 있나요?
제 입으로 얘기하기 민망한데 제 눈을 좋아하는 편이에요.(웃음) 지금 떠오르는 건, <사내맞선>에서 술 취한 하리(김세정)가 그간 속여서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의 제 얼굴이에요. 제가 연기한 태무는 그냥 듣고만 있거든요. 그때 태무에게서 하리의 외로움과 해방감을 다 이해하는 눈빛이 보였어요. 그 장면에서 내 눈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어요.(웃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요. 더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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