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에서 이불까지, 보법이 다른 프리즈 서울 즐기기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연대기를 따라 걷는 프리즈 서울 가이드.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 유영국


1930년대에 추상미술을 시도한 개척자 유영국 작가의 작품부터 만나보세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1977년 전후의 달라진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PKM갤러리에서 선보이는 ‘Work’(1977)는 그가 큰 수술을 겪기 전 작품으로, 강렬한 색채의 면과 면이 날카롭게 만나고 있죠. 한편 페이스갤러리가 소개하는 1979년 작 ‘Water’는 기하학적 엄격함에서 벗어나 부드러워진 윤곽선이 눈에 띕니다. 유영국은 생활에 지칠 때마다 고향 울진을 찾았다고 합니다. 작품 ‘Water’는 그때마다 그가 봤을 울진 밤바다의 반짝이는 풍경을 떠올리게 하죠. 생동감과 신비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작품을 두고 미술평론가 앤드루 러세스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유영국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자신만의 우주를 구축하고, 관람자들을 그 세계로 초대한다.” 격변의 시기, 고깃배를 타고 양조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시기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우주가 ‘물’에 어른거리는 듯합니다.
한국 미술을 세계로, 김환기

한국적 서정성과 추상을 결합해 세계에 알린 김환기의 작품 ‘구름과 달’은 학고재 갤러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점화(點畵) 시리즈 이전, 산·바다·달 등을 모티브로 담아낸 한국적 서정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죠. 이 작품이 탄생했던 1960년대 초, 그는 서울대 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김창열을 뉴욕으로 이끄는 등 한국 미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자신 역시 1965년 뉴욕에 정착해 점화 시리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죠.
단색화는 단색화


한국 단색화는 번역할 때 ‘모노크롬(Monochrome)’이 아닌 ‘단색화(Dansaekhwa)’로 표기합니다. 서양의 모노크롬이 다색조의 반대 개념이라면, 한국의 단색화는 예술을 비움과 집중의 과정으로 이해하며 작품을 수행적 태도로 완성하기 때문이죠. 이런 차이를 선보이며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크게 주목받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와 하종현의 작품은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박서보의 ‘Écriture No. 110211’(2011)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의 후기 작업의 특성과 색채 묘법을 보여주고, 하종현의 ‘Conjunction 22-28’(2022)은 마대 캔버스 뒷면에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을 통해 그가 50년 넘게 탐구해온 회화 세계의 정수를 드러냅니다.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와 물방울 씨


1960년대 단색화가 전개되던 한편에서는 새로운 미술이 태동했습니다. 백남준은 1963년 독일의 한 전시에서 텔레비전을 조형적, 개념적 예술 오브제로 활용하며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창시자가 되었죠.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백남준 작가가 인터넷에 주목하던 시기의 작품 ‘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1994)를 선보입니다. 인터넷 초기에 이미 인간의 생활 공간이 가상으로 확장될 것이라 내다본 그의 낙관적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형화된 추상미술에 반대하며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한 김창열의 작품도 프리즈 안팎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프리즈의 알민 레쉬 부스에서는 본격적인 물방울 시기의 작품 ‘물방울’(1979)을 감상할 수 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작고 후 첫 대규모 회고전인 <김창열>에서 12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해 그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합니다. 문패에 이름 대신 물방울을 그려 파리에서 ‘무슈 구트(Monsieur Gouttes, 물방울 씨)’라 불리던 그의 삶과 기록, 작업실 풍경까지 살펴보세요.
한국 미술의 지금



지금 글로벌 아트 신에서 주목받는 서도호, 이불, 양혜규 작가의 작품 역시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인간의 존재 방식을 탐색하는 서도호의 작품은 STPI와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양혜규 작가의 최근작 ‘분홍 빙하 수평투상(水平投象) 넋돋이 – 황홀망(恍惚網) #289’는 국제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의 STPI 갤러리는 이불이 2023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판화 연작을 소개하고, 리움미술관에서는 ‘이불:1998년 이후’ 전시가 프리즈 둘째 날인 9월 4일부터 열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불 작가의 작업 흐름을 조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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