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과 박서준이 공유하는 가치
1912, 파리 캉봉가에서 탄생한 샤넬은 100년 가까이 ‘금남(禁男)의 구역’이었습니다. 코코 샤넬의 목표는 모든 여성이 옷을 통해 자유를 찾도록 돕는 것이었고, 샤넬은 단 한 번도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적이 없으니까요.
샤넬이라는 세계에 남성이 처음으로 발을 들인 것은 2010년의 일이었습니다. 3년 전, 불운한 스키 사고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Gaspard Ulliel)이 남성으로서는 최초로 샤넬 캠페인(블루 드 샤넬이었습니다)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것이죠. 물론 전복적 의도로 샤넬을 입는 남성은 꾸준히 있었지만, 샤넬은 자신들의 영역에 남성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얼굴이 바로 샤넬을 대표하는 얼굴이다”라고 공표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죠.

그런 샤넬의 선택을 받은 극소수의 남성 중 한 명이 박서준입니다. 패션과 워치 & 주얼리 부문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죠. 샤넬은 박서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보그>는 당시 데뷔 4년 차였던 박서준을 ‘2014년의 프레시맨’으로 선정했습니다. 막 이름을 알리던 그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물었고, 그는 즉시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일을 하며 마주치게 되는 그 누구에게도 포장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언제나 자신이 가진 100%를 보여주려 노력한다고도 덧붙였죠. 인터뷰 막바지에는 지금 행복한지 물었습니다. 이에 박서준은 “어른의 사회에서는 의사 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너무나 많다”라며,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며 자아를 발견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직접적인 대답은 아니었지만, 숨김없이 자신을 내보이다 보면 언젠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느껴졌죠.
그리고 박서준은 이런 철학을 커리어 내내 지켜왔습니다. 데뷔 초, 8평짜리 원룸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을 키우고, 단역에서 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차근히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이태원 클라쓰>는 명실공히 대표작이 되었죠. ‘온전한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은 코코 샤넬의 탄생과도 닮았습니다. 코코 샤넬에게 패션이란, 여성이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수단이었죠. 불우한 어린 시절(그녀는 유년기를 고아원에서 보냈습니다)을 보낸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은 패션 덕분에 독립적인 여성, ‘코코 샤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가브리엘이 삶을 마감하기 며칠 전에 남긴 ‘샤넬이 오랫동안 행복한 브랜드로 남기를 바란다’라는 메모가 지금까지 하우스를 지키고 있고요. 자기표현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찾는다는 공통점. 박서준이 성별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샤넬의 얼굴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서준 또한 샤넬의 ‘대사직’을 훌륭하게 수행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존재감이 강렬한 샤넬 아이템을 소화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방식을 제안하며 브랜드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박서준은 평소 편안한 옷을 선호하기로 유명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캐주얼 룩을 입을 때 가장 박서준답죠. 이는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J12 워치를 손목에 둘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계에 얽매어 자신의 옷차림을 제한하지 않죠. 벙벙한 핏의 데님 셔츠, 스포티한 링거 티, 그리고 핑크색 니트 톱에 J12 워치를 매치한 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샤넬 시계를 찰 때는 그 어떤 규칙이든 따르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처럼 읽히기도 하는군요.
물론 캐주얼 룩을 연출할 때만 J12 워치를 착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더 재킷과 검정 팬츠, 그리고 큐반 부츠를 활용한 룩에도 같은 시계를 매치했죠. J12 워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려는 것만 같았습니다.

샤넬 파인 주얼리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코코 크러쉬를 소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박서준스럽게 옷을 차려입은 뒤, 마침표를 찍듯 반지를 낄 뿐이죠. 캐주얼한 데님 소재 쇼퍼 백에 배색 가죽 재킷을 걸친 룩 역시 샤넬을 ‘일상화’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집니다.

샤넬의 아이코닉한 CC 로고가 자그맣게 새겨진 청바지를 즐겨 입기도 합니다. 함께할 짝으로는 셔츠나 트위드 재킷 등 안전한 선택지가 아닌, 레트로 스타일의 카디건처럼 데일리 웨어에 가까운 옷을 고르곤 하죠. 자신의 팬 미팅 때 공개할 머천다이즈에 샤넬 데님을 매치한 적도 있습니다. “언제나 내가 가진 100%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라는 그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죠?

패션쇼나 며칠 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 등 샤넬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할 때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샤넬이 추구하는 미학을 그대로 담은 채 말이죠. 깔끔한 모노톤 룩을 소화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패턴 트위드 재킷을 활용해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주는 식이죠.
지난 3월, 샤넬의 2025 가을/겨울 쇼에 참석한 박서준은 <보그>와 함께 콘텐츠를 촬영했는데요. 쇼에 대한 감상을 묻자, 그는 “온전히 제가 느낀 대로만 말하자면, 리본과 진주의 재해석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이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전한 것이죠. 박서준은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을 표현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샤넬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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