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뉴욕 패션 위크 DAY 5
2026년 봄을 바라보는 뉴욕 패션계가 낙관주의로 물들어 있는 게 확실합니다. 5일 차에 낙관의 근거를 발견하긴 했지만요. 토템의 쇼였습니다. 온통 순백색으로 물든 뉴욕에서 그는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했거든요. 그 선언 뒤에는 작은 결함쯤은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끽하겠다는 대중의 믿음이 존재하죠.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나요?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다양한 형태의 희망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코치(@coach)
코치의 새봄은 낙관주의로 가득했습니다. 스튜어트 베버스 역시 WWD와의 인터뷰에서 “핵심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고 말했죠. 그가 말하는 낙관주의는 투박하지만 따뜻했습니다. 낡은 빈티지 가죽, 패치워크 체크, 닳은 업사이클 워크웨어 팬츠 등 익숙한 것, 즉 오래된 것을 들고 나왔죠.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희망으로 부풀었던 시대 말이에요. 거기에 베버스는 뉴욕이란 도시가 깨어나는 아침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북적이는 도시가 텅 빈 시간대에 비치는 빛의 질감 등을 구현하고 싶었다고요. 화이트, 크림, 햇빛에 바랜 듯한 컬러감은 고스란히 이번 컬렉션에 반영되었습니다. 짧은 더블브레스트 코트, 작아진 청 재킷, 올이 풀린 팬츠, 발레 슈즈 같은 샌들도 등장했고요. 우리의 희망은 아이들이라는 듯 똑딱이 동전 지갑, 하트 모양 로켓, ‘My Love’, ‘Forever Yours’라고 적힌 은색 태그로 목걸이를 만들었죠.
물론 코치의 정체성은 굳건했습니다. 가죽 슬리브리스 블랙 롱 코트와 베스트, 거칠게 가공한 데님, 긁힌 듯한 부츠가 그 증거였고요. 상의는 더 작게, 하의는 볼륨감을 키워 블레이저와 바이커 재킷은 쪼그라들었고, 팬츠는 여전히 루스하고 길었죠.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키스락을 활용한 다양한 백도 선보였고요. 사람들이 코치에 원하는 것과 코치가 가야 할 방향을 놓치지 않는 것. 이번에도 베버스는 둘 다 해낸 듯합니다.







토템(@toteme)
토템은 새봄을 위해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노래했습니다. 엘린 클링은 “날것 그대로, 눈에 보이는 자연스러운 질감을 담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모델들의 머리는 완전히 말리지 않은 느낌으로 느슨하게 뒤로 묶었고, 가방(클립이라는 신제품!)은 잠금장치가 풀린 채였으며, 일부는 급히 집을 나선 듯 코트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마감하지 않은 끝단, 주름진 소재, 워싱 처리한 가죽은 오래 입은 듯한 느낌을 주었죠. 과거 토템이 추구하던 각 잡힌 블랙의 베일 듯한 테일러링이 인스타그램 속 세상이었다면, 이번 2026 봄/여름 룩은 케이티 홈즈의 스트리트 룩처럼 현실에 맞닿아 있었죠. 물론 컬러는 여전히 블랙과 화이트였지만요. 보송보송한 실과 금속 소재, 광택 유무로 룩의 표면에 재미를 더했죠. 쇼를 마무리한 미사보 스타일의 레이스 장식 망토는 예상치 못한 로맨틱함을 더했습니다. 디자이너 듀오는 조부모님의 식탁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고요. “개인적 요소와 현실에 뿌리내린 무언가를 좋아한다”라고 한 클링의 말 그대로였죠. 어린 시절 식탁보를 어깨에 둘러봤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움인지 모르겠지만, 토템이 예쁜 건 알겠네요.









토리버치(@toryburch)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고려해 이번 컬렉션에 기쁨과 낙관주의를 담고 싶었어요.”
토리 버치의 말입니다. 그녀는 현재의 혼란을 미끈한 미니멀리즘으로 정리하기보다 일상에서 작은 희망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종이접기 같은 폴로셔츠의 칼라, 펜던트 목걸이가 통과할 수 있도록 슬릿이 2개 달린 재킷의 스탠드업 라펠, 그리고 시드 비즈 장식으로 완성한 리브 스웨터의 디테일이 대표적이었죠.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디테일도 있는데, 재킷의 뒤트임입니다. 지퍼를 당기면 재킷의 실루엣이 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런 작은 디테일은 일상의 재미로, 삶의 희망으로 읽혔습니다.
1980년대에서 바로 나온 듯한 하렘 팬츠는 이번 뉴욕 패션 위크 내내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끌로에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흡수했고, 토리 버치는 1990년대 감성의 로우 라이즈 스타일로 팬츠를 변형했죠. 비뚤어진 펜슬 스커트나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드롭 웨이스트 팬츠 등에서도 자유롭고 여유로운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요. 나만 아는 그 사소한 즐거움이, 우리에게 봄을 안길지도 모릅니다.







#2026 S/S NEW YORK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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